[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각각 2.0%와 2.3%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13일 발표한 '2019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우리 경제는 내수와 수출의 개선이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면서 오는 2020년에 2.3%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역시 2.0%로 내렸다. 이는 지난 5월 전망했던 것보다 각각 0.2%포인트, 0.4%포인트 낮춰 잡은 것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내년 성장률이 2.2~2.3% 이상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고 올해는 2.0% 정도에 그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하향조정의 배경은 투자 부진이 제조업 부진으로 이어지고 민간소비에 영향을 미치며 전반적 성장세가 낮아졌고 미·중 무역갈등 등 대외불확실성이 2~3분기에 크게 부각되면서 성장세가 많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KDI는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낮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내수는 소비와 투자 모두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부진하고 수요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다만 급락하던 경기종합지수가 최근 횡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경제 관련 심리지수도 미약하게나마 개선되고 있어 경기 부진이 심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내수와 수출의 개선이 제한적 수준에 머물면서 올해보다 소폭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성태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동행지수 순환변동장치가 횡보하고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등 심리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대외 여건이 갑작스럽게 나빠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지금 저점 근방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설비투자는 올해 -7.0% 감소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반도체 수요의 회복과 함께 기저효과의 영향이 더해지면서 8.0%로 반등할 것으로 관측했다.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 감소세를 사회간접자본(SOC)을 중심으로 한 토목 부문이 상쇄하면서 -3.1% 줄어드는 데 그쳐 올해(-4.1%)보다 감소세가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소비 역시 올해(1.9%)보다 소폭 높은 2.1% 증가해 미약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수출은 신흥국의 투자수요 확대가 상품 수출의 증가로 이어지면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출액은 9.6% 줄겠지만 내년에는 4.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575억 달러 흑자)와 비슷한 589억 달러 내외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상품수지는 올해(778억 달러)와 유사한 767억 달러 흑자가, 서비스·본원·이전소득 수지는 179억 달러 적자가 예상됐다. 소비심리 개선으로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1.9%)보다 높은 2.1%를 달성할 것으로 관측했다.

소비자물가 역시 올해(0.4%)와 비슷한 0.6%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동일한 0.7%로 내다봤다.

취업자 수는 올해(20만명대 후반)보다 소폭 축소된 20만명대 초반의 증가폭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5월 전망 당시 올해 20만명 내외, 내년 10만명대 중반을 점쳤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높여 잡았다. 실업률도 내년에 3.5%로 올해(3.8%)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 브렉시트,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등 대외 하방 위험이 재차 부각될 경우 우리 경제의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경우 우리 경제의 성장세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실장은 "민간 부문의 부진을 완충하기 위해 완화적이고 확장적인 재정·통화 정책이 필요하다"며 "민간 부문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서비스업에 대한 생산성 향상, 고용 중심 등을 통해 활력을 찾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