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보험家, 알뜰폰 판매점 변신은 무죄!…통신사와 ‘이종결합’ 진화
[이지 돋보기] 은행‧보험家, 알뜰폰 판매점 변신은 무죄!…통신사와 ‘이종결합’ 진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1.1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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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이 알뜰폰(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에 금융과 통신의 이종산업 간 결합이 한 층 진화했다는 평가다. 과거 단순 업무제휴와 고객‧기술 교류를 뛰어넘어, 서로의 고유 업무영역으로 다가서며 융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과 보험 등 금융사들이 이동통신 3(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사의 이동통신망을 빌리거나 제휴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저렴한 요금제를 강점으로 내세워서 금융상품과 연계하거나, 실적에 따라 통신요금을 할인해 주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올린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달 28일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알뜰폰 브랜드 ‘리브 M’을 내놨다. 이달 4일부터 일반고객들에게 할인 요금제를 우선 제공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다음달 중순부터 서비스를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으로 리브M 가입 신청을 하면 집으로 유심(USIM: 범용 가입자 식별 모듈)을 배달해준다. 휴대폰에 유심을 꽂으면 KB금융 관련 어플리케이션(앱)이 깔리며 각종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고객이면서 KB국민카드를 많이 쓰는 사람에게는 통신요금을 월 최대 3만7000원까지 할인해 준다. 이 경우 LTE 요금은 무료, 5G 요금은 최저 월 7000원만 내면 된다. 기존 통신요금 대비 50~95% 저렴하다는 설명이다.

KEB하나은행도 이에 질세라 알뜰폰 사업 계획을 내놨다. 알뜰폰 사업자인 SK텔링크과 손잡고 알뜰폰 고객이 하나은행으로 급여나 4대 연금 등을 자동이체하면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요금제를 연내 출시한다는 내용이다.

보험사에서도 알뜰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교보생명은 SK텔링크과 제휴해 올해 안으로 알뜰폰 요금제 '교보 러버스 36 무제한 요금제(가칭)'을 내놓는다. 요금은 이통 3사 무제한 요금제의 절반 수준이고, 중저가 요금제도 별도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알뜰폰은 이동통신 재판매 서비스를 말한다. 기존의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U유플러스 등에서 통신망을 빌린 뒤 이를 이용자에 통신서비스로 되파는 방식이다. 대체로 이통 3사보다 요금이 싸다.

기존에는 저가 단말기에만 적용 가능하거나, 부모님께 드리는 효도폰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최신 스마트폰도 알뜰폰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다가, 기존 이통 3사를 사용했던 고객도 번호이동을 할 수 있어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 실제로 국내 알뜰폰 서비스 가입자는 올해 1월 800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하현회(왼쪽부터)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리브모바일' 론칭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하현회(왼쪽부터)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이태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국장, 최성호 방송통신위원회 이용자정책국장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반얀트리 클럽 앤 스타 서울에서 열린 '리브모바일' 론칭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국민은행

활력

금융권의 진입이 알뜰폰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알뜰폰시장이 그동안 덩치를 키워왔다지만, 여러 가지 불리한 여건 탓에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이통 3사가 올해 초 5G 상용화에 나서면서 가입자를 대거 빼앗은 탓이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알뜰폰 서비스 가입자는 9월 말 현재 796만명으로 전달 803만명에 비해 7만명 줄어드는 등 하향세를 띄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사가 참전해 자본력을 바탕으로 혁신적이고 저렴한 요금제를 내세운다면 다시 활기를 띌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융권과 통신업계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객이 제휴를 맺은 통신사를 이용할 경우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던지, 통신비 납부 내역 등 통신사 정보를 대출 평가에 추가하는 등 교류가 꾸준히 있어왔다.

이처럼 금융과 통신의 합종연횡이 활발한 이유는 미래 먹거리 강화를 위함이다.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고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과 핀테크 업체가 금융서비스를 내놔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업종 융합을 통한 혁신을 통해 생존을 꾀하려는 전략인 것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비대면 거래가 주로 모바일뱅킹을 통해 이뤄지고, 그 중요도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과 통신은 더 이상 무관한 업계가 아니다”며 “알뜰폰 등 서비스 그 자체에서 이익을 내기보다는 이를 통해 고객 유입을 높여 금융 본연의 업무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려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소비자단체들도 이같은 이종결합과 영업형태 변화가 단순히 저렴한 가격 정책이나 할인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 영업부문에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타 업종과의 결합은 영업 기반을 유지하려는 장기적인 경영 전략으로 볼 수 있다”며 “금융 본연의 영역에서 경쟁력과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혁신성과 완성도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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