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퇴직연금시장 고전…조직 개편‧수수료 면제 등 머리 짜내도, 수익률 ‘쥐꼬리’
[이지 돋보기] 은행권, 퇴직연금시장 고전…조직 개편‧수수료 면제 등 머리 짜내도, 수익률 ‘쥐꼬리’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1.1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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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퇴직연금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익률이 연 1%대까지 떨어졌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노후대비 효용성을 의심 받고 있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전담조직을 신설‧개편해 역량을 집중하고, 수수료 일부 면제 등의 고육지책을 내놓으며 시장 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실효적 효과를 기대할 수준은 못 된다는 게 중론이다.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 은행의 올 3분기말 현재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수익률은 평균 1.58%다. 이는 전분기(1.66%) 대비 0.08%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과 DC, 개인형(IRP)로 구분된다. DB형은 운용 성과와는 별개로 근로자가 퇴직 시 받을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 임금에 의해 확정되는 상품이다. 때문에 가입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대로 매년 연간 임금 총액의 12분의1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는 DC형은 근로자가 자신의 적립금을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형태여서 수익률에 가장 민감하다. IRP는 DB나 DC형에 가입한 근로자가 추가로 돈을 적립해 은퇴 이후 연금으로 받는 상품이다.

은행별 DC형 수익률 추이를 보면 모든 은행이 하락세를 보였다. 가장 낮은 곳은 NH농협은행으로 2분기 1.51%에서 3분기 1.45%로 0.06%포인트 하락했다. 다음으로 우리은행이 같은 기간 1.59%에서 1.50%로 0.09%포인트 떨어졌다.

이어 ▲KEB하나은행 1.67%→1.60% ▲KB국민은행 1.71%→1.56% ▲신한은행 1.83%→1.80% 등 모두 하강 곡선을 그렸다.

IRP 역시 수익률이 바닥이다. 5개 은행의 평균 수익률은 1.15%. DC형보다 더욱 심각했다. 은행별로 신한은행이 1.85%로 준수했으나 ▲KB국민은행 1.08% ▲NH농협은행 1.11% ▲우리은행 1.14% ▲KEB하나은행 1.39% 등 대부분 1%대 초반에 머물렀다.

퇴직연금의 저조한 수익률은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시장의 연간 수익률은 1.01%에 불과했다. 이는 같은 해 소비자물가상승률(1.5%)보다도 못 한 수준이다. 실질적인 수익은 없고, 오히려 손해만 입은 ‘마이너스 수익률’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기금인 국민연금과 비교해보면 더욱 처참하다. 국민연금의 올해 1~8월 수익률은 8.31%다. 지난 1988년부터 올해 8월까지 30여년 간의 장기수익률도 5.55%를 기록했다. 1%대인 퇴직연금에 비해 월등하다.

사진=각 은행
사진=각 은행

돌파구

퇴직연금은 상품 특성상 가입자가 퇴직할 때까지 장기간 위탁 운용된다. 은행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이다.

이에 은행권은 올해 들어 조직을 개편하고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등 퇴직연금사업 확대와 수익률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신한은행은 올 5월 계열사별로 나뉜 퇴직연금사업을 그룹 차원의 매트릭스 체제로 확대 개편했다. 은행과 보험사 등 어느 계열사를 통해 퇴직연금에 가입해도 같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단기·중기·장기 등 기간별 상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만들기도 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상반기 금융지주 차원에서 자산관리(WM)부문 산하에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신설하는 등 연금사업의 컨트롤타워를 세웠다. 특히 은행의 연금사업부를 연금사업본부로 격상하고 산하에 제도·서비스 기획과 연금고객 사후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는 연금기획부와 마케팅·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연금사업부 체제로 재편했다.

하나금융도 비슷한 시기 전담 조직인 '연금손님자산관리센터'를 신설하고, 인력을 기존 10명에서 30명으로 대폭 늘렸다. 우리은행은 퇴직연금자산관리센터를 신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이 개선되지 않자 하반기 들어서는 수수료를 감면하거나 아예 면제하는 등 고객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7월1일부터 수익을 얻지 못한 개인형(IRP) 퇴직연금 가입고객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또 ▲IRP 10년 이상 장기 가입 고객 할인율 확대 ▲연금방식으로 수령시 수수료 감면 ▲사회적 기업 수수료 50% 우대 ▲DB·DC 30억원 이하 기업과 IRP 1억원 미만 고객 수수료 인하 등을 적용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이달 11일 퇴직연금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고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IRP 적립 금액을 연금으로 수령 받는 고객에게 운용관리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가입한 퇴직연금이 손실 나는 경우에도 수수료를 전액 받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 수익률은 금리나 증시 등 외부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제고가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200조 가까이 되는 큰 시장이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수요가 더 늘어나는 만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세제혜택 등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퇴직연금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퇴직·개인연금의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50세 이상에 대한 연금 세액 공제한도도 200만원 상향 조정한다”면서 “퇴직연금의 수령기간이 10년을 초과하는 경우, 세제지원도 확대(소득세법 개정)해 노후 사회안전망 기능을 보다 강화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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