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한은, ‘잔돈 계좌적립서비스’ 추진…‘동전없는 사회’ 부활 신호탄 될까?
[이지 돋보기] 한은, ‘잔돈 계좌적립서비스’ 추진…‘동전없는 사회’ 부활 신호탄 될까?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1.2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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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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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한국은행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동전없는 사회’ 사업의 부활을 노린다.

동전없는 사회는 국민의 동전 사용 및 휴대에 따른 불편을 줄이고 제조와 유통·관리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현금으로 물건을 구매한 뒤 거스름돈을 동전 대신 교통카드나 각종 포인트로 적립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불편한 이용 방식과 홍보 미비 등의 영향으로 국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이에 한은은 구매자의 계좌에 잔돈을 직접 입금하는 방식을 도입해 관련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겠다는 계획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잔돈을 은행 계좌에 적립하는 ‘잔돈 계좌적립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올해 시범 유통사업자를 선정하고 시스템을 구축‧협의한 뒤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한국은행이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해온 ‘동전없는 사회’의 2탄 격이다. 기존에는 잔돈을 제휴 업체의 교통카드나 각종 포인트 등 선불전자 지급수단에 적립하는 방식이었다.

잔돈 계좌적립서비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잔돈을 현금 IC카드나 모바일 현금카드를 통해 구매자의 은행 계좌로 직접 입금해주는 방식이다.

한은이 2탄을 준비한 것은 동전없는 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냉담한 반응 때문이다.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평균 동전 적립 서비스 이용건수는 2017년 3분기 3만4323건에서 올해 2분기 2만5420건으로 25.9% 줄었다. 같은 기간 일평균 동전 적립액 역시 599만7000원에서 484만900원으로 19.1% 감소했다.

동전없는 사회에 동참한 곳은 롯데‧이마트 등 대형마트와 세븐일레븐, 이마트24, CU, GS25 편의점 등 전국 3만6500곳에 달한다. 이를 고려하면 매장 당 동전 적립 건수는 하루 평균 1건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오판

동전없는 사회가 실패작이라는 비난 여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한은의 접근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적립 방식은 불편했고, 대국민 인지도가 현저히 낮았다. 더욱이 사회적 추세를 읽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한은은 사업 초기 홍보를 위해 포스터 제작 및 배포, 전광판 광고, 홈페이지내 카드뉴스 관련 콘텐츠 제공 등에 나섰다. 그러나 홍보효과가 가장 큰 TV광고는 배제됐다. 국민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금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의 현금 지출액은 월평균 64만원으로 2015년(81만원) 대비 17만원 가량 감소했다. 또 2015년엔 가계 지출 중 현금 비중이 38.8%로 신용·체크카드(37.4%)와 비슷했지만, 지난해엔 카드(52.0%) 비중이 현금(32.1%)보다 훨씬 높았다.

무엇보다 친화적이지 못한 적립 방식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제휴업체에서 잔돈을 적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업체의 포인트 카드나 이와 연계된 교통카드를 소지해야 한다.

즉, 모든 매장에서 잔돈을 적립하려면 해당 업체들의 카드를 전부 들고 다녀야 하는 셈이다. 국민 편의를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공급자 우선적인 적립 방식이다.

개선

한은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잔돈 계좌적립서비스’는 좀 더 개선된 방식으로 추진 중이다. 은행권과 연내 출시를 목표로 공동 추진하고 있는 ‘모바일 직불서비스’의 부가서비스로 도입하는 것.

모바일 직불서비스는 은행 계좌를 기반으로 한 현금 IC카드를 모바일에 담은 것이다. 가맹점에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QR코드를 생성해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현금카드로 결제를 할 수 있다. 구매대금을 구매자의 은행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내놓은 ‘제로페이’와 비슷한 구조다.

사용처가 한정돼 있는 가맹점 포인트에서 현금 직접 입금 방식으로 범용성을 높이고, 모바일을 활용함으로써 사용 편의성과 접근성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익명을 원한 한은 관계자는 “사업 추진에 맞춰 국민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실시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것”이라며 “또 가맹점에 대해서도 적립 실적이 많은 우수 직원이나 매장에는 포상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를 장려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비자단체들은 동전없는 사회의 부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동전없는 사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쉽게 적립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고, 소비자가 관심을 갖고 스스로 서비스를 선택할 만한 유인성도 확보해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갖춰졌을 때 서비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인지도 상승이 맞물려 성장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것”이라고 주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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