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이 정부와 서울시의 입찰 무효라는 철퇴를 맞은 가운데 조합원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사업이 미궁 속으로 빠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남3구역 재개발 조합원들은 28일 서울 용산구 천복궁교회에서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기자들 출입을 막아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등 3사를 배제한 재입찰과 입찰 강행 등 다양한 주장이 쏟아졌지만 결론을 도출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에 입찰한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3개사의 수주 공약에 문제가 있다며 입찰 무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들 건설사의 입찰제안서에 담긴 고분양가 보장과 이주비 지원 등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조합에 입찰 무효와 재입찰 등 시정명령을 내리는 등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조합이 시정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사법처리 대상으로 삼겠다고 칼을 빼들었다.

이에 이번 정기총회에서 재입찰과 입찰제안서 수정 등 2가지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다. 또한 하루 전인 27일 열린 조합 이사회에선 사업 일정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거나 수정해서 시공사를 선정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시공사의 입찰 제안서 수정과 재입찰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제안서 수정으로 가닥을 잡으면 사업 진행 속도가 빠르지만 향후 문제 소지가 발생할 수 있고 재입찰을 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의 장기전을 각오해야 돼서다.

조합원 A씨(63세)는 “조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런 결과가 나와서 속이 상한다”며 “좋은 아파트를 짓는데 목적을 두고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재입찰을 하는 것은 제대로만 할 수 있다면 찬성”라고 밝혔다.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재입찰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유찰을 거쳐 수의계약까지 이어질 수 있고 자칫 잘못하면 사업이 표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조합원 B씨(57세)는 “위법 사항들을 뺀 뒤 현재의 법 테두리 안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조율해야 한다”며 “사업이 지연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빨리 결론을 내렸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또 집행부와 조합장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조합 대의원 C씨(65세)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큰 재개발사업 구역 조합장이 이런 문제들이 터져 나오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조합장을 10년 넘도록 하면서 그동안 도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 일 하나도 안하면서 사업진행만 빨리 하려고 거짓말만 늘어 놓는다“고 꼬집었다.

한편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38만6395.5㎡에 분양 4940가구, 임대 876가구 등 총 5816가구를 짓는 정비사업이다. 총 사업비 7조원, 공사비만 2조원에 달한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