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개월 만에 오름세를 나타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년 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2%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이어 오다가 8월 -0.038%를 기록하며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9월에는 -0.4%로 하락하며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공식' 물가가 0.0% 밑으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소비자물가는 7월 이후 4개월 만에 상승 전환하게 됐다. 다만 1%를 밑도는 저물가 현상은 올해 1월부터 11개월째 지속되며 최장 기간을 찍었다. 앞서 지난 2015년 2~11월 0%대 물가가 지속된 바 있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그동안 물가상승률을 낮추는데 크게 작용했던 농산물 가격하락세가 물가 상승을 견인했다"며 "가을 태풍으로 채소류 가격이 상승해 농산물의 가격 하락 폭이 줄어들면서 농산물이 물가상승률을 낮추는 효과가 다소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과실류는 태풍보다는 전체적인 올해 기후에 영향을 받다 보니 하락폭이 지난해보다 크다"고 말했다.
저물가를 이끌었던 농축수산물은 전년보다 2.7% 내려갔다. 이 중 농산물은 지난해 11월 기록적인 폭염으로 14.8% 급등했으나 올해는 5.8% 하락했다. 농축수산물이 물가를 끌어내리는데 기여한 정도는 –0.21%포인트(p)였다.
세부적으로는 농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0.25%포인트였고 채소류가 0.02%포인트였다. 다만 농산물의 물가 기여도는 전월(–0.35%포인트)보다 완화됐다.
품목별 동향을 보면 무(67.4%), 배추(56.6%), 오이(50.4%) 등이 농산물 물가의 상승률을 높였다. 반면 감자(-38.3%), 마늘(-23.6%), 토마토(-14.9%), 고춧가루(-14.1%), 사과(-9.8%) 등은 떨어졌다.
공업제품은 전년보다 0.2%로 떨어졌다. 자동차용 LPG 가격이 11.3% 내렸고 휘발류 값은 -4.2%, 경유 –4.1% 등 내림세를 보였다. 석유류는 최근 국제유가 영향으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단 지난해 11월 유류세 인하로 인한 기저효과로 하락 폭이 다소 축소됐다.
서비스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7% 상승했다.
전세(-0.1%), 월세(-0.4%)가 모두 하락하면서 집세가 0.2% 내려갔다. 월세 가격은 2017년 12월부터 2년 동안 하락세를 지속 중이다. 전세 가격 역시 올해 9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공공서비스도 0.9% 하락했다. 택시료(14.8%), 시내버스료(4.2%), 외래진료비(2.2%) 등은 올랐지만 고등학교 납입비(36.2%), 휴대전화료(-3.4%) 등이 내려갔다.
개인서비스는 학교급식비(-57.9%), 해외단체여행비(-3.8%), 병원검사료(-6.3%) 등은 하락했으나 공동주택관리비(5.7%), 구내식당 식사비(3.2%) 등의 상승으로 1년 전보다 1.6% 올랐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1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2% 올라갔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5.3% 내려갔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 파악을 위해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보다 0.6%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간 비교가 가능한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0.5% 올랐다. 집세가 하락세를 보이고 공공서비스, 외식, 학교급식비 부분 등이 서비스 물가를 인하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과장은 "앞으로 물가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 0%대 중반대까지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