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희망퇴직 온도차…시중은행 ‘연례행사’ 국책은행 ‘요지부동’
[이지 돋보기] 은행권 희망퇴직 온도차…시중은행 ‘연례행사’ 국책은행 ‘요지부동’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2.0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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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희망퇴직을 두고, 시중과 국책은행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정례화 하는 모양새다. 반면 산업‧기업 등 국책은행은 요지부동이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희망퇴직이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신규 채용을 확대하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하지만 국책은행은 퇴직금 지급의 한계 등 구조적인 문제 탓에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다.

5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의 연말 희망퇴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달 19일 열리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위원장 선거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노사 합의를 통해 각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의 희망퇴직은 매년 연말연시에 꾸준히 이뤄지며 정례화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부터 매년 2000~4000명의 인원이 은행을 떠나고 있다. 지난해에도 2000명이 퇴직을 신청한 바 있다.

이는 현재 ‘항아리형’을 그리고 있는 비효율적인 인력구조를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이 많아 인건비 부담은 가중되는 반면, 실무 직원은 부족해 효율적인 인력 운용이 어려워 이를 조정하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희망퇴직을 단순히 ‘쫒아낸다’는 부정적인 시선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개선된 상황”이라며 “정례화 된 만큼 대상자들이 시기를 정해놓고 미리 준비한 뒤 퇴직을 신청해 제2의 삶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금융위원회가 은행권 신규채용 확대 방안으로 희망퇴직을 장려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희망퇴직으로 생긴 공백과 절감된 비용으로 신규채용을 단행해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시중은행과는 다르게 산업은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의 희망퇴직은 요원한 상태다. 2015년 이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산업은행의 경우 2014년 감사원으로부터 퇴직금 지급 규모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은 후 희망퇴직이 중단됐다. 수출입은행은 2010년부터, 기업은행 역시 2015년 말 188명을 마지막으로 전무하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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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이렇게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결국 돈 문제 때문이다. 지급할 수 있는 퇴직금에 차이가 있다 보니 시중은행 희망퇴직에서는 매번 신청자가 꽉 차는 반면 국책은행은 거의 없는 것이다.

이는 국책은행의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공공기관은 기획재정부의 인건비 상한 규정에 따라 준정년 임직원에 대해 희망퇴직을 시행할 경우,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희망퇴직금으로 지급토록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산업은행은 55세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돼 5년간 임금 총 지급률이 290%인데 명예퇴직을 신청하면 이 금액의 45%만 퇴직금으로 받는다. 당연히 국책은행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거들떠도 안보고 임금피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최근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2년 임금피크제 직원의 비중(2016년 정원 기준)은 산업은행이 18.2%,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각각 12.3%, 7%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시중은행에서는 통상 퇴직 직전 월급의 36개월치를 희망퇴직금으로 얹어준다. 여기에 기본 퇴직금 등을 더하면 그 액수가 수억원대에 달할 정도다.

실제로 시중은행의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보면 보수총액 상위 5명 대부분은 희망퇴직자들이 은행장이나 임원을 제치고 이름을 올렸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사람은 구자정 전 조사역으로 총 8억7300만원을 받았다. 여기서 퇴직소득만 8억700만원으로 기본 퇴직금 2억6800만원에, 희망퇴직으로 인한 특별퇴직금 5억3900만원이 더해졌다.

신한은행도 이민호 전 지점장이 8억7500만원을 보수로 받았는데, 퇴직소득으로만 7억5800만원을 챙겼다. 우리은행은 김용진씨가 8억2700만원(기본퇴직금 2억7800만원+특별퇴직금 5억4900만원)을 수령해 상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은행에서는 강선필씨가 퇴직소득으로 9억4400만원을 챙겼다.

이에 국책은행 퇴직금 수준을 현실화해 희망퇴직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는 “국책은행 희망퇴직 문제는 노조는 물론 사측과 금융위까지 공감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고 방향성도 정해진 상태”라며 “희망퇴직의 필요성과 퇴직금 현실화가 해답이지만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가 걸려 있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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