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가, “이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네”…조합원·입주자 무리한 요구에 난감
[이지 돋보기] 건설가, “이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네”…조합원·입주자 무리한 요구에 난감
  • 정재훈 기자
  • 승인 2019.12.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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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화건설
사진=한화건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주요 건설업체가 아파트 간판을 바꾸는 즉, 새로운 브랜드 네이밍으로 신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한화건설이 대표적이다. 한화건설은 지난 8월 아파트 브랜드를 꿈에 그린에서 포레나로 변경한 뒤 완판 행진을 이어갔다. 입주 예정자들이 새 브랜드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

대형 건설사의 새로운 브랜드와 입지 등의 특장점을 잘 녹여낸 펫네임(Pet name)을 가진 아파트는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또 신축 이미지라는 효과까지 불러와 시세차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간판을 교체한 건설사들이 모두 흐뭇한 상황은 아니다. 일부는 조합 및 입주 예정자들의 무리한 요구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이름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는 푸념이 나오는 대목이다.

1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올 8월 아파트 브랜드를 꿈에그린에서 포레나로 변경했다. 이후 4개 단지에서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신규 분양한 포레나 단지들은 기록적인 청약 경쟁률을 보이며 각 지역의 최선호 단지,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고급 이미지가 분양시장을 들썩이게 한 것이다.

실제로 10월 분양한 포레나 전주 에코시티는 1순위에서 최고 경쟁률 309대 1, 평균 경쟁률 61.64대 1을 기록하며 지역 내 역대 최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도마 e편한세상 포레나(최고 263대 1), 포레나 루원시티(최고 38.76대 1) 등이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올 9월 1순위 청약에서 0.7대 1의 낮은 경쟁률로 미분양이 예상됐던 포레나 천안 두정의 경우 포레나 브랜드 론칭 광고가 시작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입소문을 타면서 계약률이 급격히 상승, 3개월 만에 100% 계약 완료되는 반전을 이뤘다.

익명을 원한 한화건설 관계자는 “새로운 브랜드 포레나가 고급스러운 블루 컬러와 함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기존 꿈에그린 입주민들도 동의율 80%를 넘기면 포레나로 변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는 이같은 현상이 놀랍지 않다는 반응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 및 입주민들이 아파트 브랜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가격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고급 이미지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가 되고 추후 가격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브랜드가 고급 이미지를 좌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며 “정확히 얼마가 오른다고 할 수 없지만 실제 가격 상승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롯데건설, GS건설
사진=롯데건설, GS건설

난감

아파트 브랜드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최근에는 이와 관련된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을 선보였지만 관련 홍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고 일각에서는 기존 ‘롯데캐슬’ 단지와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 등이 일제히 르엘로 변경을 요청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이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하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것과 상반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롯데건설은 사실과 다르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관련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익명을 원한 롯데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 “단지명은 분양 시점의 상황과 그 이후 상품 설계 단계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결정해야 하는 것으로 시공사 선정 단계에서 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르엘의 경우 브랜드 콘셉트 자체가 ‘잘 드러내지 않는 한정판’이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건설사 브랜드와 함께 아파트의 이름을 결정짓는 펫네임의 중요성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펫네임은 주로 아파트 브랜드 앞뒤로 붙는 이름이다. 에듀포레, 센트럴, 레이크시티 등 입지 특성이나 신촌, 북한산, 역삼역 등 지역을 잘 표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청량리 스카이 L-65처럼 단지의 특징을 나타내는 펫네임도 각광받고 있다. 이 역시 아파트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114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지 보유자(가구원 포함) 720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작명 브랜드의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8.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3.2%보다 5%나 높아진 수준이다.

재개발·재건축 조합 및 입주 예정자들이 단지명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남 모를 속앓이를 하는 모양새다.

GS건설이 대표적이다. GS건설은 지난 2014년 종로구 청진동 본사 '그랑서울'에 '그랑'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한 뒤 '서초그랑자이(서울 서초동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방배그랑자이(서울 방배동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등 대규모 단지에 속속 적용했다.

그러자 이후 GS건설이 수주한 아파트 및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이 단지명을 '자이'가 아닌 '그랑자이'로 바꿔달라고 줄줄이 요구해 난감한 상황을 겪었다. 이에 GS건설은 지난해 그랑자이라는 펫네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렸지만 아직까지도 그랑자이를 원하는 조합들이 대다수다.

경기도 의왕시 내손다구역 재개발 조합원 A씨는 “우리 사업은 GS건설과 SK건설의 컨소시엄이라 펫네임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랑자이’가 들어갔으면 좋겠다”라며 “주변에 포일자이아파트가 있어서 차별화도 될 수 있고 브랜드 가치도 더 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른 조합원들도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 2차 아이파크’ 아파트 단지명 변경을 놓고 입주민과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2차’라는 단지명 대신 ‘센트럴’이라는 펫네임 부여를 원했고 결국 HDC현대산업개발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하면서 가까스로 갈들이 봉합됐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브랜드나 펫네임이 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다 보니 조합이나 입주 예정자들이 펫네임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것 같다”라며 “그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서류 등 행정 절차나 형평성 등의 문제로 쉽지 않은 면이 있다”고 밝혔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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