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 점포 2곳중 1곳 ‘주차난’ 심각…“고객몰이만 혈안, 편의제공 신경써야”
[이지 돋보기] 은행 점포 2곳중 1곳 ‘주차난’ 심각…“고객몰이만 혈안, 편의제공 신경써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2.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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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서울 도심 주요 은행 점포 2곳 중 1곳은 고객 전용 주차 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공간이 확보돼 있더라도 고작 1~2대만 주차가 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다. 또 제대로 안내가 이뤄지지 않아 주차에 상당 시간을 허비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에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권이 고객 유치에만 열을 올릴 뿐, 정작 고객 편의는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이지경제가 서울 강남‧서초‧영등포‧중구‧종로구 등 주요 도심 소재 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NH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영업점 25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주차 시설이 마련돼 있는 곳은 11곳에 불과했다. 절반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현장 점검 대상 은행 점포들은 주로 차량 왕래가 빈번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로변에 위치해 있다. 이는 노출 효과 등을 극대화해 고객을 유치하는데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은행 점포가 도로변에 있다 보니 주택가에서 도보로 최소 10분 이상은 이동해야 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날씨(비, 추위 등)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부득이하게 차량 이용 고객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차 공간이 아예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있더라도 입점 건물 주차장을 함께 쓰거나 점포 전용 주차 1대분 면적을 겨우 마련해 놓은 수준에 그쳤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 단우빌딩(총 10층 규모)에 입점해 있는 KB국민은행 방배중앙지점은 총 2개층을 사용 중이지만 고객 주차는 복불복이다. 지상에 총 14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구조지만 은행 고객에 별도로 지정된 주차구역은 없기 때문이다.

이 건물 관리인에 따르면 건물에 입주한 3개 업체와 KB국민은행 직원이 주차하고 남은 자리가 방문객 주차 자리로 쓰인다. 만차가 되면 임시 주차 불가다.

현장 취재 당시에도 이미 차량으로 빼곡했다. 은행 방문 고객은 첫 30분 무료, 이후 30분당 3000원의 주차요금이 부과되지만 만차인 경우가 잦다는 설명이다.

안내가 부실해 주차에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신한은행 여의도중앙지점은 건물 옆 골목길로 돌아가 뒤편에 주차하는 구조다. 하지만 안내 표지판은 전무했다. 결국 차량 이용 고객은 주차 공간을 찾아 빙빙 돌거나, 따로 정차하고 점포 직원의 안내를 받아야 비로소 주차할 수 있는 것.

고객 주차장 부족은 비단 일반 점포만의 문제가 아니다. 은행 본사에서 ‘특수 점포’라는 형식으로 나름 신경 쓰는 지점들 역시 주차난에 시달리거나 협소한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KEB하나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컬처뱅크’ 1호점인 방배서래지점은 은행 점포를 문화 공간으로 조성한 곳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고객 전용 주차장이 없다.

차량을 이용한 고객이라면 점포 인근 아파트 상가 공용 주차장을 사용해야 한다. 주차는 총 7대만 가능하다. 반면 상가 입점업체는 총 18개 점포. 그야 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사진=문룡식 기자
사진=문룡식 기자

고객

일선 점포가 심각한 주차난에 시달리는 반면 본점은 상반된 모습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서울 중구 본점 지하주차장에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 환전’ 서비스를 추진 중이다. 마치 패스트푸드점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주문하듯, 환전도 차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017년 본점 주차장에 ‘쏘카존’을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기 등을 설치한 바 있다.

일선 점포의 주차난은 고객 불편뿐만 아니라, 주변 교통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고객이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거나, 못 찾고 인도‧도로변에 주‧정차할 경우 교통체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 정모(37)씨는 “운전 중에 급한 일로 은행을 방문할 일이 있었는데, 은행 주변을 몇 바퀴를 돌았는데도 주차장이 없어 결국 갓길에 정차하고 업무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차량 이용 고객을 위해서 진입하기 쉬운 곳에 주차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은행들은 영업점 입점 건물의 위치와 설비 여부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해명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입점 건물이 은행 소유가 아니면 주차 공간에 대해 건물주와 협의해야 하는데, 건물 설비 등 여건에 따라 많은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직원들이 자차 출근을 자제하거나 다른 곳에 주차하는 등 대안을 통해 고객 주차 공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은행 영업점 방문 고객의 체류 시간은 긴 편이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의 대중화로 조회‧입금‧송금 등 업무시간이 짧은 고객의 방문은 줄었으나 상품 개설, 대출 상담 및 실행 등으로 영업점을 찾는 경우 짧게는 수 십분 에서 한 시간 넘는 시간이 소요된다.

그런 만큼 방문 고객이 안심하고 장시간 부담 없이 주차할 수 있도록 은행 본사 차원에서 공간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고객 유치에만 혈안이 돼 정작 고객 편의에는 무관심한 행태를 고칠 필요가 있다”며 “영업점을 새로 낼 때 위치뿐만 아니라 주차 시설 등의 여건도 충분히 검토하고, 현재 부족한 영업점 역시 가까운 곳에 별도로 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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