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수장, 리스크‧전례 깨고 ‘승승장구’…실적 개선 등 뚜렷한 성과 효과
[이지 돋보기] 은행권 수장, 리스크‧전례 깨고 ‘승승장구’…실적 개선 등 뚜렷한 성과 효과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2.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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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왼쪽부터) KB국민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각사
허인(왼쪽부터) KB국민은행장,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 사진=각사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 최고경영자(CEO)들이 법률 리스크 등 악재를 극복하며 잇따라 연임에 성공하고 있다.

법률리스크가 발생하면 옷을 벗어야 했던 전례에 비춰보면 파격적인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권은 실적 개선 등 뚜렷한 성과가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또 무죄추정의 원칙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가장 먼저 은행장 인사를 마무리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허인 행장의 기존 임기가 지난 11월까지였던 이유에서다. 허 행장은 10월 열렸던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은행장 단독 후보로 재선정된 뒤, 지난달 7일 주주총회에서 연임을 확정했다.

허 행장의 연임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KB금융은 통상 계열사 CEO 임기를 기본 2년에 1년 단위로 연장하는 구조다. 큰 이슈가 없는 한 첫 연임(1년)은 보장하는 추세다.

이변이라고 볼 수 있는 인사는 이대훈 NH농협은행장의 3연임이다. 이 행장은 이달 6일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임기 연장이 확정됐다.

주주총회를 거쳐 행장으로 최종 확정되면 내년 1월부터 1년간 임기를 다시 이어 나간다. 그룹에서 3연임 CEO가 나온 것은 지난 2012년 농협은행 출범 이후 처음이다.

농협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은행장의 임기가 짧다. 2017년까지는 기본적으로 2년의 임기를 보장했으나 이대훈 행장부터 1년으로 조정됐다. 농협금융이 계열사 CEO들의 임기를 매년 평가해 연장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때문에 이 행장이 지난해 연임에 성공했지만 실질적인 임기는 이전 행장들과 다를 바 없었다.

당초 농협금융 CEO 가운데 임기가 3년 이상인 전례가 없었던 탓에 이 행장의 3연임 가능성은 높지 않게 점쳐졌다. 그러나 농협은행 출범 최초로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보이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해 세 번째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뉴시스
이대훈 NH농협은행장. 사진=뉴시스

능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도 법률 리스크가 있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 연임에 성공한 경우다. 조 회장은 이달 13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연임이 결정됐다. 내년 3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면 다시 3년간 회사를 이끌게 된다.

조 회장은 현재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채용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을 구형한 상태다. 재판 결과는 내년 1월 나온다.

때문에 조 회장의 연임 여부와 관련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금융감독원이 법률 리스크에 대한 의견을 신한금융 사외이사에 전달했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법률 리스크가 그룹의 경영 안정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회추위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조 회장이 CEO 자리를 맡을 수 있다고 봤다. 또 1심 판결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더라도 형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는 직을 이어나가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연임을 결정했다.

이 행장과 조 회장의 연임 과정과 결정은 최근 은행장 인사와 비슷한 상황이면서도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통합 KEB하나은행장을 지낸 함영주 전 행장(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2015년 9월에 취임한 후 한 차례 연임을 거쳐 올해 초 3연임에 도전했다. 그러나 함 전 행장 역시 채용비리에 얽힌 법률 리스크가 존재했고, 금감원이 제동을 걸면서 스스로 연임 포기를 선택했다.

3연임에 도전한다는 점이 이 행장과 같았고, 채용비리로 인한 법률 리스크와 금감원의 압박은 조 회장과 동일했던 상황이다. 그러나 함 전 행장과 달리 임기를 이어나가게 됐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교체

시장의 관심은 임기 만료를 앞둔 다른 은행권 CEO들에게 향하고 있다.

당장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의 임기가 오는 27일까지다. 김 행장은 역대 기업은행장 가운데 연임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김 행장 본인도 이미 연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 출범과 맞물려 1년 임기로 회장직에 올랐다. 지주 설립 초기 우리은행의 수익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행장이 겸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회장직에 올랐다.

손 회장은 동양자산운용 ABL글로벌자산운용 및 국제자산신탁을 비롯해 롯데카드 지분(20%) 인수 등 비은행 부문 몸집을 키워 금융그룹으로의 면모를 갖추기 위해 속도를 냈다. 내년에는 저축은행과 대형 증권사를 인수하는 등 전략도 세워 놨다. 경영 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하지만 대규모 손실 논란을 일으킨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발목을 붙잡을 변수다. 금융당국의 기관 제재가 이뤄질 경우, 손 회장 역시 징계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손 회장이 문책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을 경우 취업 제한에 따라 연임은 무산된다. 반면 주의적 경고 이하의 징계를 받게 되면 연임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1월 중 첫 임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인선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의 경영승계규정엔 최고경영자가 임기 만료를 앞뒀다면 적어도 주주총회 소집통지일 30일 전에 경영승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익명을 원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의 징계가 언제 이뤄질지, 수위가 어떻게 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재 수위가 확실히 나와야 손 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은행권 최고경영자들의 잇따른 연임 낭보가 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장기 사업전략의 차질 없는 진행과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업 역시 중장기 사업전략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과거 정권 눈치 보기 등이 작용된 인사가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대내외 불활실성이 가중되는 현재 상황에서는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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