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저금리에 신탁‧대출 규제 ‘3중고’…2020년 수익성 전망 ‘빨간불’
[이지 돋보기] 은행권, 저금리에 신탁‧대출 규제 ‘3중고’…2020년 수익성 전망 ‘빨간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19.12.2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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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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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의 내년 사업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호실적에 승승장구하던 은행권은 당장 눈앞에 닥칠 가시밭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중고라는 아우성이다. 먼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인해 불거진 신탁 판매 제한 규제 탓에 비(非)이자이익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초강력 부동산 대책의 유탄까지 얻어맞게 됐다.

가뜩이나 금융 산업 환경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저금리와 대출‧신탁 규제 삼중고에 시달리게 된 만큼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은 이달 들어 굵직한 두 가지 규제를 맞닥뜨린 상황이다. DLF 사태로 야기된 신탁 판매 제한 조치와,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 등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 최종안을 통해 은행권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신탁은 금융회사가 고객의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 등을 맡기는 상품이다. 금융사는 이를 일정 기간 동안 운용‧관리해 수익을 낸 뒤 수수료를 받는다. 은행 비이자이익의 핵심 축을 맡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당초 금융위는 DLF 사태에 대한 대책인 만큼 은행의 신탁 판매를 전면 금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 발 물러나 은행권의 건의를 수용하면서, 기초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고 공모로 발행됐으며 손실배수가 1이하인 파생결합증권을 편입한 신탁(ELT)에 한해 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덕분에 은행권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은행권의 ELT와 파생결합증권신탁(DLT) 등 신탁 시장 규모는 40조원이다. 만약 금융위가 원안대로 신탁 판매를 일체 금지했더라면 은행권은 주요 수익을 날릴 판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장 확대나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금융위가 판매량을 올해 11월 말 시점 잔액으로 제한하는 총량제를 시행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신탁 판매가 허용 규모에 도달했다면 기존 투자자가 해지하지 않는 한 더 이상 신규 투자자를 모집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은행권은 그동안 저금리 영향으로 이자마진을 통한 수익 개선에 한계를 느꼈다. 이에 비이자이익 확대에 열을 올렸지만 이번 규제가 뼈아픈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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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탄

은행권은 정부가 이달 16일 발표한 부동산 대책의 유탄도 맞게 됐다.

정부는 이날 주택담부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 따르면 15억원이 넘는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된다. 또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초과 주택을 살 때 가능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9억원을 초과 부분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40%에서 20%로 낮추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금융회사별에서 대출자별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이번 대책으로 주담대가 꺾이면서 이자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125만2840가구 가구 가운데 9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44만2323가구로 35.3%에 달한다. 서울 아파트 3곳 중 1곳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더욱이 5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36조714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 잔액(608조5332억원)의 71.7%를 차지한다. 규제로 주택거래량이 감소해 취급액이 줄어든다면 성장세도 그만큼 깎일 수밖에 없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규제 대상에 해당하는 주택 비중이 상당한 만큼 앞으로의 대출 성장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고가의 아파트가 몰려있는 강남권 등 지역에서는 영업 타격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시장에서도 내년 대출 성장세와 수익성이 깎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발표한 '2020년 은행산업 전망 및 과제'에 따르면 내년 순이자마진(NIM)은 0.1%포인트 깎인 1.45%로 전망된다. 이자이익 역시 올해보다 최대 3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출 증가율은 5%대 초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혁신금융 강화와 가계부채‧부동산 시장 안정화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대출은 혁신금융 강화 정책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이미 중소기업대출 증가율이 비교적 높은 상황에서 가계대출 성장의 둔화를 상쇄할 만큼의 확대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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