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장애인 고용’ 외면한 은행권, 5년간 부담금 564억 납부…정부‧시민사회 “의지 부족” 비난
[이지 돋보기] ‘장애인 고용’ 외면한 은행권, 5년간 부담금 564억 납부…정부‧시민사회 “의지 부족” 비난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1.0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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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법적으로 준수 의무가 있는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면서 50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물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전체 직원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을 장애인 직원으로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은행권은 사업의 성격상 고객 응대 등 영업직 비중이 높고, 시설 확충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또 인원수가 아닌 적절한 채용과 배치가 이뤄졌는지를 평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정부와 시민사회단체는 개선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또 ▲장애인 고객 응대 ▲관련 교육 강사 등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꼬집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이 최근 5년(2015~2019년)간 납부한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총 563억9800만원이다. 매년 112억7960억원 꼴이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 2015년 90억3900만원에서 ▲2016년93억4700만원 ▲2017년 111억3000만원 ▲2018년 124억9700만원 ▲지난해 143억8500만원 등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은행권은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의해 전체 근로자 중 일정 비율 이상 장애인을 채용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50명 이상의 민간기업은 의무고용률 이상의 장애인을 채용하도록 해당 법에 명시된 이유에서다.

만약 100명 이상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가 장애인 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부담금을 내야 한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조사 대상 기간 동안 납부한 부담금은 총 154억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우리은행이 144억31000만원 ▲신한은행 135억2200만원 ▲KEB하나은행130억3800만원 등이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비단 시중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기업은행은 물론이고 한국은행 역시 매년 억 단위의 금액을 납부했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위원(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부담금으로 납부한 금액은 3억8000만원이다.

또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실에 따르면 같은 기간 기업은행 25억7000만원, 산업은행은 18억2000만원을 납부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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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무 고용률에 미달하는 1명당 최소 월 94만5000원에서 최대 157만3770원을 내야 한다.

은행권의 월 납부액 규모가 억 단위에 달하는 점을 비춰보면, 얼마나 장애인 의무 고용을 지키지 않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매년 상시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민간기업 가운데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 실제 고용률이 의무 고용률의 절반 미만인 기업‧기관을 다룬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을 공표한다. 명단에 단골로 오르는 손님이 바로 시중은행들이다.

노동부가 지난해 12월18일 발표한 ‘2019년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기관 및 기업 명단’을 보면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이름을 올렸다.

KEB하나은행은 총 직원 수 1만2708명으로 368명의 장애인을 의무 고용하도록 돼 있지만 실제 근로자 수는 96명에 불과해 고용률 0.76%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총 직원이 1만6885명으로, 의무고용 할당 인원수는 489명이지만 실제로는 197명만 채용하고 있어 1.17%의 고용률을 보였다.

2018년에는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명단에 포함됐다. 당시 신한은행은 직원수 1만2891명으로 373명의 장애인을 뽑아야 하지만 121명만 고용해 고용률은 0.94%에 불과했다.

은행권은 대면 영업 비중이 높다는 업무 특성 상 의무 고용률 만큼의 장애인 직원을 실제로 채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 중 70% 이상이 영업직인데, 서비스직 특성상 장애인 직원을 배치하기 쉽지 않다”며 “장애인 직원을 위한 시설이나 동선에 방해가 안 되는 공간 확보 등이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서 의무 고용을 준수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장애인 직원들을 적합한 직무에 배치하는지, 일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 등 여건이잘 갖춰졌는지에 대한 평가에 더 비중을 둬야 실효성 있는 장애인 고용 증진이 이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용당국은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에 오른 기업들이 기본적인 장애인 고용 개선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효빈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사무관은 “고용부에서는 고용의무 불이행 기업들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통보하고, 다른 기업과의 연계고용이나 장애인 통합고용지원서비스 등을 통해 명단에서 제외될 수 있는 항목을 5~6가지 넘게 열어 놨다”며 “그럼에도 명단에 오른 기업들은 이같은 노력조차 이행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 단체들은 장애인이 은행에서 일할 수 있는 다양한 고용 형태들을 제시했다.

권재현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국장은 “은행의 고용 형태가 창구업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 업무 등 장애인이 근무할 수 있는 곳도 충분히 있을 것”이라며 “은행 본사 차원에서 장애인 고객을 응대할 수 있는 교육 체계를 마련하고, 장애인 직원을 교육 강사로 활용하는 등 장애인 고용 창출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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