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먹거리 부족에 ‘밥그릇’ 싸움 격화…문 정부 ‘전쟁’ 선포, 수주 혈투 우려↑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먹거리 부족에 ‘밥그릇’ 싸움 격화…문 정부 ‘전쟁’ 선포, 수주 혈투 우려↑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1.0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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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사진=픽사베이, 뉴시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먹거리 부족에 시달리면서 밥그릇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더욱이 수주 경쟁이 법정공방 등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도해 대립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사들의 수주 혈투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강화하고, 정비 사업 물량이 축소된 영향이다.

이같은 양상은 올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전쟁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8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역대급 수주 전쟁이 발발했다. 서울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갈현 1구역 등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맞붙은 고척4구역 재개발 사업은 무효표 논란으로 진통을 앓았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7월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하지만 현대엔지니어링이 볼펜으로 기입된 4표를 무효표라고 주장하며 법정공방 등 힘겨루기가 극에 달했다.

양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첨예한 대립은 지금도 회자된다.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은 여전히 살얼음판 위를 걷는 분위기다. 한남3구역 조합은 컨소시엄 불가를 내세우며 시공사 선정에 나섰다. 이후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이 입찰에 참여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해당 건설사들은 표심을 얻기 위해 최저분양가 보장, 이주비 지원, 임대주택 제외 등의 무리수를 뒀다.

결국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개입하면서 고름이 터졌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26일 한남3구역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의 입찰제안서 내용 중 20여건이 위법 소지가 있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해당 사업은 시공사 재입찰로 방향이 틀어졌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GS건설 모두 진흙탕 싸움의 패자가 된 모양새다.

이밖에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갈현1구역에서 갈등만 빚은 채 모두 물러났다. 현재 롯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맞붙고 있으며 오는 9일 입찰이 마감된다. 또 광주 북구 풍향구역 재개발 사업에서는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이 총성 없는 전쟁을 펼쳤다. 해당 사업은 포스코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며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는 유난히 건설사간의 싸움이 잦았는데 어떻게든 수주를 따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작용했던 것 같다”면서 “정비업계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는 경로까지 막혀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 것 같다”고 피력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2020

경자년 새해가 밝았지만 건설사간 총성 없는 전쟁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더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업계는 여전히 컨소시엄을 꺼리고 있어 나눠먹기는 공염불이다.

더욱이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본관 중앙 로비에서 발표한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의 노력에도 부동산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강력한 추가대책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에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업 다각화 등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지 않지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주택사업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난해뿐만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항상 진흙탕 싸움이 펼쳐진 곳”이라며 “대통령 선거 전까지는 정부의 정책은 강행될 것이고 이로 인해 올해 역시 혈투에 가까운 건설사 간의 수주 경쟁이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동안 컨소시엄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으로 인해 조합들이 컨소시엄을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발주자인 조합이 컨소시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건설사들은 각개전투에 나서야 하고, 그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건설사간 외나무다리 승부가 예상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지는 서울 성동구 한남하이츠 재건축, 동대문구 제기4구역 재개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사업은 지난해 갈현1구역, 한남3구역처럼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아니다. 하지만 가뭄의 단비처럼 알짜배기 사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건설사들이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입맛을 다시는 이유다.

건설사들도 눈치 싸움에 들어간 모양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지난달 26일 입찰제안서를 내고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을 따내기 위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한남3구역에서 국토부와 서울시로부터 강력한 행정조치가 내려진 상황이어서 한남하이츠 재건축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제기4구역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업 규모는 비교적 작지만 강북 교통의 메카라는 상징성이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현재 현대건설과 롯데건설이 입찰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건설은 청량리 스카이L-65에 이어 롯데 브랜드를 구축하기 위해 양보 없는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추후 발주가 예상되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건설사들의 각축이 예상된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지난해 건설업계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전투구였다. 부족한 주택 사업을 놓고 치열하게 싸우다 보니 건설사들의 신경전이 유난히 뜨거웠다”며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올해도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건설사간 대립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주전이 치열해지면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도 문제다. 올해도 수주 과열로 인한 행정조치, 법정분쟁 등의 진흙탕 싸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

문제는 별다른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사업체의 경쟁구도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 행정당국에서 건설사간 분쟁을 막기 위해 위법소지 등의 기준을 마련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은형 책임연구원은 “사업은 분야를 막론하고 뺏고 뺏기는 전장이다. 사회 통념적인 수준으로는 이런 경쟁구도를 막을 방법은 없다”며 “예컨대 한남3구역의 경우, 행정당국에서 기준을 마련할 수는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추후 거기에 따른 또 다른 문제로 분쟁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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