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심상목 기자] 국내 시중 은행권의 연 10% 이상 고금리가 적용된 대출 규모가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로 인해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 중인 서민과 중소기업의 고통을 줄이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7일 한국은행과 국내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이 신규 취급한 가계대출과 중기대출 가운데 금리가 10%를 넘는 대출의 비중은 각각 1.9%와 1.1%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지난 2007년 이후 4년째 각각 1.9%와 1.1%를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0% 이상 고금리 대출 비중을 작년 말 가계대출 및 중기대출 잔액 430조4000억원과 429조7000억원에 적용해 합산하면 총 12조9000억원으로 집계돼 고금리 대출 규모는 총 13조원대에 육박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서 10% 안팎의 고금리가 적용되는 대출은 대부분은 무담보 신용대출이나 500만원 미만의 소액대출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고금리 대출 이용자의 증가는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맞물려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새 기준금리인 코픽스도 금리는 작년 11월 중순 3.01%에서 지난달 중순 3.33%로 0.22%포인트 상승했다. 아울러 이달 중순 고시되는 금리도 상승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변동금리형 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가 작년 11월 중순 2.66%에서 지난달 말 3.05%로 0.39%포인트 증가해 작년 11월 CD금리 상승 전 대출을 받은 경우 이달 중순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인상된다.

 

이와 같이 무담보 신용대출에 고금리가 집중되는 배경으로 은행들이 손쉽게 원금과 이자를 챙길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영업에 몰두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금리를 낮춘 대신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큰 신용대출에서는 금리를 높게 책정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쉽게 영업한다는 시선도 있지만 시장 원리대로 담보 여부와 신용도에 따라 금리를 차등화하는 건 불가피하다”며 “자산 건전성 관리가 엄격해져 대출금리가 차별화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분석실장은 “금리 상승기에는 담보대출에 비해 담보가 없는 고금리 신용대출의 가산금리가 더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대출금리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상목 sim2240@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