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문 정부 ‘부동산 전쟁’ 선포…12.16 부동산 대책 효과에 집값 안정 기대감↑
[이지 돋보기] 문 정부 ‘부동산 전쟁’ 선포…12.16 부동산 대책 효과에 집값 안정 기대감↑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1.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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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12.16 부동산 대책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타나면서 집값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고 있다.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3주 연속 둔화됐다. 특히 15억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세보다 2억원 이상 하락한 급매물이 쏟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전세가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매매가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집값 안정화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다. 통상적으로 매매가가 급등하면 전세가와 격차가 벌어지고 이에 따라 전세가율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장기적인 집값 안정화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대세다. 일각에선 집값 안정화의 신호탄이라는 희망보다 단기적인 조정에 불과할 수 있다는 냉철한 분석도 나온다.

1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7% 상승에 그쳤다.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12월 4주(0.10%), 12월 5주(0.08%) 등 3주 연속 상승폭이 쪼그라든 것이다.

특히 15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 송파, 강동)의 상승폭은 전주 0.07%에서 0.04%로 하락했다. 강남구(0.09%→0.05%), 송파구(0.07%→0.04%), 서초구(0.04%→0.02%), 강동구(0.06%→0.05%) 순으로 뒷걸음쳤다.

실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등 재건축 단지에서 호가를 2억∼4억원 낮춘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주공1단지(전용면적 76.49㎡)는 지난 대책 전보다 2억∼3억원 떨어진 19억7000만∼19억8000만원 급매물이 등장했다.

재건축 아파트 가격도 떨어졌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0.03% 하락해 지난해 8월 이후 17주 만에 내림세로 전환했다. 2018년 발표된 9.13 대책은 서울 재건축이 하락하기까지 2개월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 그러나 이번 12.16대책은 1개월이 채 지나기 전에 재건축이 약세로 전환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집값 안정화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청와대 본관 중앙 로비에서 발표한 경자년(庚子年) 신년사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 실수요자 보호, 투기 억제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전쟁’이라는 단어를 꺼내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의 노력에도 부동산 상승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강력한 추가대책을 내놓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 7년간 꾸준히 상승했고 그에 따른 가격 피로감이 생겼다”면서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부의 의지가 워낙 확고하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라는 스탠스가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조정 국면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정재훈 기자
사진=정재훈 기자

전세가율

12.16 대책이 효과를 보는 가운데 전세가율이 낮아지며 집값 안정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전세가율이 낮으면 매매가가 고점을 형성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어서다.

서울의 전세가율은 지난해 11월 기준 57.2%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15년 77.6% 대비 20%포인트 이상 떨어진 수치다. 특히 대표적인 집값 상승 지역인 강남구의 전세가율은 같은 기간 48.3%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이다. 전세가율이 낮으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매매가의 급등으로 전세가와의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더 이상 매매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전세가율이 낮으면 갭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아 투기 수요가 차단된다. 예컨대 1억원인 두 아파트 중 전세가율이 80%와 50%가 있으면 전세가율이 80%인 아파트는 2000만원의 투자금으로 살 수 있지만 50%면 5000만원이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울 종로구 소재 A공인중개사는 “전세가율이 낮아진 것은 단순히 매매가격의 상승으로 보기 어렵다. 새 아파트 공급이 많아지면서 전세가율이 자연스럽게 내려간 영향 등의 이유도 있다”면서도 “하늘 높은 줄 몰랐던 매매가가 고점으로 판단되고 있으며 부동산 대책과 상호작용해 추가 상승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가율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전세가율이 낮으면 오히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건축이 기대되는 노후 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다. 이런 아파트는 투자 대비 실주거 환경이 좋지 않기 때문에 전세가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매매가는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세가는 그대로인데 매매가는 오를 수 있는 것.

더욱이 전세가율은 보통 후행성 지표로 통용된다. 전세가율이 낮다고 해서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오르지 않았을 경우의 결과론이라는 뜻이다. 또 전세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어 착시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때문에 전세가율은 매매시장을 예측하는 필요 수단이 될 수는 있지만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토대로 집값 안정화를 예상하기엔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의미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가율이 낮으면 매매가가 고점에 가깝다는 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맞다고 확신할 수도 없는 것”이라며 “전세가는 시세가 움직이는 매매와 달리 계약 기간이 있어 정확한 지표로 사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택 시장 안정의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에 따라 해석이 다르겠지만 집값이 더 이상 오르지 않는 것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주택 공급 부족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집값 안정화를 논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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