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부행장에 50대 ‘젊은 피’ 수혈…잦은 세대교체에 ‘물갈이’ 부작용도
[이지 돋보기] 은행권, 부행장에 50대 ‘젊은 피’ 수혈…잦은 세대교체에 ‘물갈이’ 부작용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1.13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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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부행장급 임원들을 50대 ‘젊은 피’로 대거 교체했다.

은행권이 앞 다퉈 1963년~1966년생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업황부진의 파고를 세대교체를 통한 분위기 쇄신으로 뛰어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아울러 AI로 대표되는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금융업 경쟁 격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50대 기수론에 대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부행장 임기는 1년~2년에 불과하다. 능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교체되기 일쑤다. ‘젊은 부행장’으로 불리던 인사가 한 해 만에 구세대가 되는 꼴이다.

더욱이 부행장 옷을 벗는 것과 동시에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영광된 자리지만 무덤으로 불리는 이유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4개(KB국민‧신한‧KEB하나‧NH농협은행) 주요 은행은 지난해 말 단행한 임원 인사를 통해 부행장을 대거 교체했다.

먼저 KB국민은행은 부행장직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기존 부행장 전원을 물갈이했다. 새로 구성된 부행장단은 이재근, 김영길, 성채현, 이우열, 이환주, 한동환 등이다.

이 중 이재근 이사부행장은 1966년생, 올해 만 53세로 가장 젊다. 성채현 개인고객그룹 부행장과 한동환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은 한 살 많은 1965년생(만 54세)이다.

이밖에 이우열 IT그룹 부행장과 이환주 경영기획 부행장은 1964년생(만 55세), 김영길 WM고객그룹 부행장은 1963년생(만 56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9명의 부행장급 임원 가운데 6명이 퇴임했다. 서춘석‧ 주철수 부행장 등 1960년생(만 59세)과 고윤주(1962년생‧만 58세) 부행장, 이내훈(1962년생)‧김성우(1963년생) 부행장보 등이 물러났다. 신한은행 부행장의 임기는 2년이다.

반면 이명구(1963년생) 부행장보는 승진 추천 받았다. 장동기‧정운진(1964년생) 부행장보는 연임됐다. 이밖에 신연식(1963년생) 신한금융지주 상무가 신임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전반적으로 1963년생을 기점으로 이전 출생자들은 떠나고 이후 인원들은 남은 모습이다.

KEB하나은행은 부행장 교체 대신 기존 8명 중 3명이 물러났다. 1960년생인 권길주 부행장과 1963년생인 정춘식, 김인석 부행장 등이 퇴임했다.

남은 부행장 5명 가운데 한준성(1966년생)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이 가장 젊다. 그는 지난 2017년에 만 50세라는 나이로 부행장직에 올라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부행장 10명 중 6명이 교체됐다. 새로 선임된 부행장단은 오경근, 장승현, 권준학, 신익식, 김남열, 박상국 등이다. 신임 부행장 모두 1963년생으로 나이가 같다.

농협은행 임원 임기는 2년이다. 2017년부터 동갑내기를 순차적으로 승진시키며 구성원들의 연령이 1년씩 낮아지고 있다. 일례로 2017년 말 선임된 허충회, 이창호, 유윤대 부행장은 1961년생이다. 이듬해 말 발탁된 김인태, 정용석, 송수일, 이원삼, 손병환, 박태선 부행장 등은 1962년생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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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갈이

이번 은행 임원 인사의 특징을 보면 50대 초중반인 1965~1966년생 젊은 부행장이 다수 발탁되고, 1960~1962년생은 물러나는 등 세대교체 양상이 뚜렷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은행 부행장급 임원의 연령대는 50대 중후반이었으나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보다 젊은 인재들을 등용하면서 역동적인 경영 조직을 만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세대교체가 너무 잦다는 게 문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2017년 8명이었던 부행장을 3명으로 축소했다가, 이듬해 4명으로 늘리고 지난해에는 다시 6명으로 확대하는 등 매년 인원수를 바꾸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17년 말 선임됐던 3명(오평섭‧박정림‧전귀상)의 부행장이 이듬해 김남일‧이계성‧오보열‧서남종 부행장으로 전원 교체됐다. 이들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전부 물갈이 됐다.

KEB하나은행 역시 2017년 4명이던 부행장을 이듬해 10명으로 6명이나 늘렸다가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다시 줄였다. 이번에 퇴임한 정춘식‧김인석‧권길주 부행장도 2018년 부행장직에 올랐다가 1년 만에 물러난 사례다.

이 중 이계성 KB국민은행 부행장과 정춘식‧김인석 KEB하나은행 부행장은 1963년생이다. 다른 은행의 신임 부행장 연령대와 비교하면 젊은 편이다. 젊은 부행장으로 거론됐던 이들이 한 해 만에 교체돼 물러나는 ‘구세대’가 된 꼴이다.

임기를 마친 부행장 앞에 놓인 길은 두 갈래다. 먼저 금융지주나 계열사의 임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부행장 역임 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하는 경우도 잦다. 실제로 박정림 현 KB증권 사장이나 장경훈 하나카드 대표, 서현주 제주은행장 등이 각각 계열 은행의 부행장을 지내고 계열사 CEO로 영전한 사례다.

반면 다른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점점 낮아지는 부행장의 연령대가 역설적으로 이들의 퇴임 시기를 앞당긴 셈이다.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3개(KB국민‧신한‧KEB하나은행) 시중은행의 2018~2019년 중 임기가 만료돼 교체된 부행장 20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2명(60%)이 부행장직에서 물러난 후 승진‧전보되지 못하고 은행을 떠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8년 부행장 퇴임자 10명 가운데 3명이 퇴사했다. 나머지 7명은 금융지주로 전보 및 계열사 CEO에 올랐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는 10명 중 9명이 퇴임 후 새 명패를 달지 못하고 짐을 싸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에 물러난 1961~1962년생들의 나이는 올해 만 57~58세로 정년퇴직(만 60세)하기에는 아직 이른 연령이다. 정년이 불확실한 은행원의 현 주소가 부행장에서까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에 잦은 세대교체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오인 경제정의시민실천연합 경제정책국장은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것에는 동감하지만 세대교체가 매년 반복된다면 단기주의 급급한 정책이라고 해석될 수 있다”면서 “잦은 세대교체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장기적인 전략적 접근이 이뤄지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은행권은 이같은 지적에 부행장 세대교체가 단기 성과에만 치중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익명을 원한 주요 은행 관계자는 “급변하는 금융업 환경에 대응해 매년 경영 전략을 수립하는데 부행장 인사 역시 이에 맞춰 이뤄진다”며 “부행장 자리를 조정하거나 인원을 교체하는 것은 기본적인 임기와 전략에 따르는 것으로 단기성과만 노린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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