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오프로드(험로)의 강자로 불리는 지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랑(SUV) 중 색깔이 가장 뚜렷하다.
더욱이 랭글러는 험로에 특화된 차량으로 꼽힌다. 도심에서 마주치면 어색할 정도다. SUV의 최근 방향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혹평과 진정한 상남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지프도 고민했다. 도심과 험로 모두에서 지프 DNA를 뽐내고 싶을 터. 그래서 탄생한 차량이 랭글러 오버랜드다.
주어진 시간은 2박3일이다. 결론부터 털어놓는다. 분명한 매력에 환호했다.
첫 만남부터 인상적이다. 100m 밖에서도 존재감 어필이다. 루비콘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더 세련됐다. 특히 근육질의 모습이 두드러졌다. 전면부 중앙의 7개의 세로 그릴은 지프의 정체성을 계승했다. 또 원형의 LED 헤드램프 등으로 포인트를 줬다. 이른바 심쿵 주의보다.
측면은 사이드스텝이 마련돼 높은 차체를 오르내리기 편하다. 투톤의 사이드미러도 돋보인다. 후면부의 사각으로 된 테일램프는 멋지게 자리 잡았다. 또 예비타이어를 감싼 하드커버 중앙에 후방카메라가 장착돼 있다.
실내 역시 루비콘과 크게 달라진 모습은 없다. 아날로그 감성을 이어가면서도 편의 및 안전사양을 잘 녹였다. 각종 버튼이 잘 정비 돼 있어 깔끔하다. 터치스크린에도 각종 시스템이 있어 사용이 편리할 것 같다.
시트의 편안함이 향상됐다. 기존 루비콘 등에 비해 도심 및 장거리 주행에 한층 더 적절한 시트를 가져다 놨다. 운전자는 물론이고 동승자 역시 좀 더 편안한 이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다만 경쟁 차종 대비 2열 좌석이 비좁다는 것은 감점 요인이다.
오버랜드는 도심을 지향하는 동시에 험로 주행의 특성도 반영했다. 차량 문 4개가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한 것.
멋들어지지만 불편함은 어쩔 수 없다. 창문 버튼이 터치스크린에 위치해 저도 모르게 문쪽으로 헛손질의 연속이다. 실제 운전자라면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이밖에 시트 조절이 수동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안락
시승 구간은 서울 동대문구에서 경기도 양평 중미산을 왕복하는 약 115㎞ 코스. 도심 및 경사로 구간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출발 전 성능 체크. 오버랜드는 2.0 가솔린 터보 엔진으로 최대 출력 272마력, 최대 토크 40.8㎏.m의 힘을 자랑한다. 압도적인 힘까지는 아니지만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덩치에 걸맞게 든든하다.
오버랜드는 부드러우면서도 치고 나가는 힘과 속도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가속페달은 적응이 필요하다. 정차 후 다시 출발할 때 부드럽게 밟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꿀렁거리는 느낌이 다. 이같은 증상은 2륜에서 4륜구동 하이로 변경하면 어느 정도 해소된다.
오버랜드는 몸무게가 2톤에 육박한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약간의 긴장감이 필요했다. 실제 주행 중 큰 위기는 없었지만 조금 더 여유롭게 거리를 두는 게 안정적이다. 브레이크 성능은 무게를 생각한다면 대체로 무난하다.
대형 SUV가 그렇듯 차체가 높다 보니 코너링은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흔들리고 불안한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수준은 아니다.
승차감은 도심에 최적화됐을 정도로 우수하다. 특히 바닥이 딱딱한 느낌이 들지 않았고, 노면 소음도 잘 차단했다. 2열 역시 불편함이 없었다. 도심 주행에 적합한 브릿지스톤 타이어가 장착된 영향이다.
총평이다. 오버랜드는 루비콘이 좋아도 불편해서 꺼려졌던 이들을 위해 탄생했다. 오프로드 전용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실생활에 한층 더 가까우면서 감성까지 살린 랭글러가 된 것이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