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미세먼지부터 암까지’ 커피 한잔 값이면 보험 가입 OK!…전문가 “약관‧보장 등 꼼꼼히 따져야”
[이지 돋보기] ‘미세먼지부터 암까지’ 커피 한잔 값이면 보험 가입 OK!…전문가 “약관‧보장 등 꼼꼼히 따져야”
  • 양지훈 기자
  • 승인 2020.01.21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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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토스, 미래에셋생명
사진=토스, 미래에셋생명

[이지경제] 양지훈 기자 = 보험업계가 ‘소액단기보험’ 이른바 미니보험을 속속 내놓고 있다.

미니보험은 보장 기간이 짧지만 직접 설계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더욱이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2030세대 입장에서 커피 한잔 값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 주목받는다는 분석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암 보장부터 미세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질환을 담보하는 관련 상품을 내놓으며 고객몰이에 한창이다.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약관과 보장 내용을 꼼꼼히 살펴봐야 제대로 된 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 또 고객정보 확보를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와 삼성, 교보라이프플래닛, 처브라이프,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 10여개 보험사가 미니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암보험 ▲미세먼지보험 ▲치아보험 ▲휴대폰파손보험 ▲보이스피싱보험 ▲반려동물보험 ▲1일 운전자보험 ▲1년 운전자보험 등이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미니보험의 최대 장점은 저렴한 보험료다. 월 보험료가 적게는 몇백원부터 많게는 5000원대에 불과하다. 커피 한 잔 값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 상품을 살펴보면 처브라이프생명 ‘Chubb 오직 유방암만 생각하는 보험 무배당’은 이름 그대로 유방암에 특화된 보험이다. 20세 기준 월 보험료 180원만 내면 가입할 수 있다. 5년 만기 상품으로, 유방암 진단급여금과 유방 절제 수술 급여금을 각각 500만원 보장한다.

삼성생명 ‘미니 암보험’도 낮은 보험료로 주목 받았다. 20세 남성, 1종 주보험 가입금액 500만원 기준 월 보험료는 235원이다. 3년 만기 후 재가입해야 하는 갱신형 상품으로, 55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무)m미세먼지질병보험’은 미세먼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호흡기관암 등 호흡기 관련 질병을 보장한다. 보험료는 20년 만기 5년납 월납 기준 25세 여성 2330원, 25세 남성 5130원이다.

삼성화재 ‘보이스피싱보험(금융사고보상보험Ⅲ)’은 연 5600원의 보험료로 보이스피싱이나 해킹 등 금융사기를 당하는 가입자에게 300만원 한도로 보장한다. 가입기간은 1년이다.

미니보험 출시가 잇따르는 것은 ▲저렴한 보험료 ▲맞춤형 설계 ▲간단한 구성 ▲가입 채널 확대 ▲경제사정 등의 장점 때문이다.

익명을 원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는 보험설계사를 통해 가입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소비자 성향뿐만 아니라 저렴한 보험료와 간단한 상품 구성도 미니보험이 젊은 세대에게 주목받는 이유”라고 전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미니보험은 맞춤형 상품을 설계하려는 소비자 성향에 맞는 보험”이라며 “핀테크 업체들의 진출 등 가입 채널 다양화와 얼어붙은 경제사정도 미니보험 확대에 한몫했다”고 분석했다.

온라인 핀테크 플랫폼 토스(toss)에서 판매하는 미니보험. 사진=토스
온라인 핀테크 플랫폼 토스(toss)에서 판매하는 미니보험. 사진=토스

미끼

다양한 미니보험이 출시됐지만 반응은 미지근하다. 일종의 미끼상품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미니보험 16종을 판매하고 있는 핀테크 플랫폼 ‘토스(toss)’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보험사들과 제휴해 미니보험 판매를 시작했다”면서 “현재 총 13만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다만 가입자수 증감 현황은 공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미니보험을 취급하는 또 다른 플랫폼 ‘뱅크샐러드’ 관계자 역시 “자사 플랫폼에서는 미니보험을 기간 한정‧이벤트성으로 파는 경우가 많아 판매량 공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보험사도 마찬가지다. 처브라이프생명 한 관계자는 “외부에 공개한 미니보험 상품 판매 통계는 없다”며 “다만 출시 당시 화제였던 유방암보험은 2018년 판매 초기 폭발적 관심에 비해 판매량이 줄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니보험이 신규 고객 유치와 고객 정보 확보를 위한 ‘미끼상품’이라는 지적이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보험국장은 “저렴한 보험료를 고려하면 미니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 남는 장사가 아니다”면서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젊은 고객을 모으기 위한 유인상품일 수 있고, 고객 정보 확보를 위한 미끼상품일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실제로 뱅크샐러드가 지난해 3월부터 4월까지 진행했던 미니 암보험 무료 가입 이벤트도 개인정보 수집이 목적아니냐는 의구심이 드는 사례다. 보험료는 뱅크샐러드에서 전액 부담하고, 3대 암(위암‧폐암‧간암) 진단 시 500만원을 3년간 무료로 보장한다는 이벤트였다.

물론 미니보험의 장점도 있다. 일반보험의 부족한 부분을 미니보험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성철(31세/남)씨는 “최근 미니 암보험을 추가 가입했다”며 “예전에 가입한 암보험의 보장 한도를 너무 작게 잡아 미니 암보험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고 밝혔다.

이어 “미니 암보험 보장 기간을 100세로 설정했지만 보험료는 1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삼성생명 미니 암보험 무료 가입 이벤트를 실시한 바 있다. 사진=뱅크샐러드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삼성생명 미니 암보험 무료 가입 이벤트를 실시한 바 있다. 사진=뱅크샐러드

전망

미니보험 가입을 염두에 둔 소비자들은 약관과 보장 내용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보험사들 역시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실용적인 상품 개발에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성희 실장은 “미니보험 보험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무작정 가입하면 곤란하다”며 “미니보험도 일반보험과 마찬가지로 약관과 보장 등을 면밀히 파악하고 가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세헌 국장은 “일본과 중국의 미니보험은 한국보다 더 활성화됐다”며 “국내 보험사들은 항공기 지연 보장 보험 등 외국의 소액 단기 보험상품을 벤치마킹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는 분석이다.

정성희 실장은 “미니보험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며 “소비자들이 포괄적 보장보다는 필요한 보장을 직접 고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미니보험 시장은 꾸준히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지훈 기자 humannature83@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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