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고용지표 공시 ‘넣었다 뺐다’ 제각각…통계 왜곡 우려 목소리 점증
[이지 돋보기] 은행권, 고용지표 공시 ‘넣었다 뺐다’ 제각각…통계 왜곡 우려 목소리 점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1.22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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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하는 정기보고서(사업보고서 및 분‧반기보고서)에 직원 근속연수 등 고용지표를 통일된 기준 없이 입맛대로 공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은행이 직원의 근속연수를 계산할 때 정규직만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평균 급여는 ‘기간제 근로자(비정규직)’까지 포함해 산출하고 있다. 또 은행별로 상무나 전무, 부행장 등 미등기임원을 직원과 급여 항목에 넣거나 빼는 등 엉망진창이다.

이같은 내 맘대로 공시는 통계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정확한 기준 마련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7개(KB국민·신한·우리·KEB하나·IBK기업·SC제일·씨티은행) 주요 은행과 전북·광주·대구·부산·경남 등 지방은행을 포함한 12개 은행의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신한‧우리‧IBK기업‧SC제일‧한국씨티은행 등 5개사가 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산정할 때 비정규직을 제외했다. 반면 KB국민과 KEB하나은행, 5개 지방은행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모두 포함했다.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조사 대상 은행 모두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한 총 직원 수로 계산했다. 문제는 수억원대의 연봉을 받는 상무와 전무, 부행장 등 미등기임원을 직원 수에 포함했는지 여부는 은행별로 갈렸다는 것이다.

KB국민과 KEB하나, IBK기업, 한국씨티은행 등은 총 직원 수에 미등기임원을 포함해 평균 급여를 계산했다. 반대로 우리은행은 이들을 제외했다.

은행별로 차이가 있지만 보통 한 은행당 미등기 임원은 12~24명 가량이다. 이들이 받는 평균 급여는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적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이 넘는다.

기업의 주요 고용지표인 평균 급여와 근속연수를 산정할 때, 같은 업종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면 통계가 부정확해질 우려가 있다. 보통 정규직은 비정규직보다 급여가 많고, 근속 연수가 길다. 때문에 평균 산정 시 비정규직을 제외하면 그만큼 더 상승된 값이 나올 수 있는 탓이다.

평균 급여 역시 수억원대 연봉의 미등기임원 포함 유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이는 일관적인 기준을 적용한 은행과의 형평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예컨데 기업은행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총 직원 수가 1만3253명이지만 직원 평균 근속연수를 계산할 때는 기간제 근로자 187명을 제외한 정규직 1만3066명만을 대상으로 했다. 반면 KEB하나은행은 정규직 수가 기업은행보다 적은 1만2517명이지만 비정규직 563명을 포함한 1만3080명으로 산정했다.

총 직원 수는 기업은행이 더 많지만 근속연수 계산 대상은 하나은행이 근소하게 앞선다. 두 은행 직원들의 근무기간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가정한다면, 산정방식으로 인해 하나은행에 더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직원 평균 근속연수와 급여 산정에 제각각의 기준을 두는 것은 은행권이 유달리 심하다.

조사 대상 은행이 포함된 4대 금융지주(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네 곳 모두 직원 평균 급여와 근속 연수를 계산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미등기임원을 모두 포함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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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

이렇듯 은행별로 산정 기준이 서로 다른 이유는 작성기준과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정기보고서는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토대로 작성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직원 사항 작성 시 근속연수 대상에 대한 기준이 없다.

실제로 지난해 12월2일 개정된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을 보면 직원의 현황을 작성할 때 직원 수, 평균 근속연수, 연간 급여총액, 1인 평균급여액 등을 성별과 합계로 나눠 기재하도록 했다. 추가적인 설명이나 그 밖의 정보는 별도로 기술하도록 돼 있다.

급여의 경우 관할 세무서에 제출하는 근로소득지급명세서를 기준으로 기재하라고 명확히 했다. 반면 평균 근속 연수와 관련된 지침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정한 기준을 잡고 고용지표를 산출해 오고 있는 것이다. 기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비정규직을 평균 근속연수 계산에 포함하지 않은 한 은행 공시 담당 관계자는 “은행 비정규직은 주로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이 많고, 1년~2년 단위로 계약한다”며 “이들을 포함해 산정할 경우, 오히려 실질적인 직원 근속연수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반대로 비정규직을 포함한 또 다른 은행 공시 담당 관계자는 “전문직 비정규직 근로자들은 용역이나 도급, 파견이 아니고 엄연히 회사에 소속돼 있는 은행 직원”이라며 “당연히 이들도 포함해 계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시 가이드라인을 담당하는 금감원은 명확한 기준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재완 금감원 기업공시제도팀 팀장은 “미등기임원의 직원목록 포함을 최근 공시 작성지침에 명시하는 등 공시서식 작성기준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고 있다”며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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