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 등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면서 경기 부진의 늪이 깊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경제 활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민간 부문이 저조했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투입에 나선 결과 경제성장률 2.0% 중 정부 기여도가 1.5%포인트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19년 4분기 및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로 2009년 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017년(3.2%) 이후 2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년(2.7%) 대비로는 0.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성장률을 소수 두 번째 자리까지 보면 2.01%로 2%대를 겨우 턱걸이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사실상 정부가 견인했다. 연간 성장률에 대한 정부의 기여도는 1.5%포인트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2.3%포인트) 이후 최대치다.
정부가 성장률 둔화를 방어하기 위해 재정집행 속도를 높인 결과다. 민간의 기여도는 0.5%포인트로 정부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정부소비의 성장률은 6.5%로 2009년(6.7%)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반면 민간소비는 1.9%로 1년 전(2.8%)보다 대폭 낮아졌다.
지난해 투자는 성장세가 뒷걸음친 요인으로 작용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성장기여도가 각각 -0.5%포인트, -0.7%포인트를 기록했다. 과거 성장을 견인했던 건설투자는 3.3% 감소했다. 2년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간 것.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있었던 2010~2012년 이후 처음이다.
특히 2018년(-4.3%)에 1998년(-13.2%)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투자의 성장세는 역대 최악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설비투자는 8.1% 줄어 2009년(-8.1%)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인한 수출 감소 여파가 컸다.
수출도 맥을 못췄다. 수출 성장률은 1.5%로 2015년(0.2%) 이후 최저를 나타냈다. 관세청이 발표한 통관기준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3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투자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성장세가 악화되면서 수입은 0.6% 감소해 2009년 (-6.9%)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성장세를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0.4%(전기대비)를 기록한 후 2분기 1.0%, 3분기 0.4%, 4분기 1.2%를 기록했다. 분기별 성장률 역시 정부가 이끄는 흐름을 보였다. 4분기 정부의 성장기여도는 1.0%포인트, 민간은 0.2%포인트였다.
지난해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보여주는 소득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0.4%였다. 반도체 가격 하락에 따라 교역조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1998년(-7.0%)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