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채용비리부터 DLF 중징계까지’…금융지주 수장들, 경자년 새해 출발 ‘삐걱삐걱’
[이지 돋보기] ‘채용비리부터 DLF 중징계까지’…금융지주 수장들, 경자년 새해 출발 ‘삐걱삐걱’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2.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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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손태승(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국내 금융지주 수장들이 각종 재판과 제재에 휘말리며 연초부터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신한은행장 재임 시기 불거진 채용비리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 중징계가 내려졌다.

문제는 각 수장의 거취는 물론이고, 회사의 지배구조마저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지주 수난시대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DLF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각각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의결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달 3일 제재심의 의결안을 원안대로 징계를 확정했다.

앞서 금감원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이를 원안대로 가결한 것은 DLF 불완전 판매가 은행뿐만 아니라 은행장에게도 내부통제 부실 등의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또 이번 사태와 관련 있는 임직원에게 ‘주의적 경고’를 내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는 업무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부과 등 기관 제재 처분이 결정됐다.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경고 ▲직무정지(정직) ▲해임권고 등 다섯 단계다.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된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남은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향후 3년간 금융회사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이번 징계가 확정됨에 따라 손 회장과 함 부행장은 각각 연임과 회장 도전에 발목을 잡히게 됐다.

손 회장은 지난해 12월 우리금융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직 단독 후보로 선정되며 사실상 연임이 확정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손 회장은 오는 3월 말 열리는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추가로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한다. 그러나 주총이 열리기 전에 문책경고의 효력이 발생하면 연임이 불가능해진다.

함 부회장은 올해 말까지 연장된 임기를 채우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향후 거취는 불투명해진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징계를 받으면 회장 도전길 자체가 막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제재 효력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로 심의결과 자체는 법적인 효력이 없다. 문책경고 이하의 제재는 금감원장 전결사항으로, 윤 원장이 제재안을 결재했지만 이 결과가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통보돼야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통상적으로 개인과 기관 제재는 한꺼번에 통보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내려진 기관 제재는 금융위원회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금융위의 기관 제재안 심의가 늦어질 경우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게 제재결과가 통보되는 시점도 미뤄질 수 있다.

손태승(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
손태승(왼쪽부터) 우리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사진=각사

험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지난달 22일 채용비리 관련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조 회장이 신한은행장 재임 시절 특정 지원자의 지원 사실과 인적 관계를 인사부에 알려 채용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일부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다만 조 회장은 손 회장‧함 부회장과는 다르게 향후 거취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집행유예로 법정구속이라는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하면서 회장직 연임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게 된 이유에서다.

조 회장은 지난해 12월13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위원 7명 전원의 만장일치로 연임이 결정됐다. 올 3월 주주총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면 다시 3년간 회사를 이끌게 된다.

연임 결정 과정에서 조 회장의 법률 리스크가 향후 그룹의 경영 안정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금감원은 조 회장의 법률 리스크에 대한 의견을 신한금융 사외이사진에 전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한금융 이사회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정구속 되지 않거나, 최종 확정 판결나기 전에는 조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나가는데 문제가 없다며 연임을 강행했다.

익명을 원한 신한금융 관계자는 “1년 반 동안 제기됐던 최고경영자 법률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지배구조 불안요소도 일단락 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채용비리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된 데다 2심 재판이 계속되는 점은 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신한금융 내규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임원이 될 수 없다. 추후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되면 회장직 유지가 불가능해진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들의 잇따른 논란과 관련, 내부통제가 소홀했던 게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익명을 원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최고경영자들이 이익만을 중시해 리스크 관리를 도외시하고 내부통제를 취약하게 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모든 행위를 총괄했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만큼 이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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