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KB‧NH‧IBK‧BNK' 은행권, 너도 나도 영문 간판 …글로벌 전략이라는데, 효과는 ‘글쎄요’
[이지 돋보기] 'KB‧NH‧IBK‧BNK' 은행권, 너도 나도 영문 간판 …글로벌 전략이라는데, 효과는 ‘글쎄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2.10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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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BNK부산은행…’

국내 주요 은행의 간판명이다. 상당수의 은행이 영문과 국문을 혼합한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은 물론이고 특수은행, 국책은행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영어 알파벳을 넣지 않은 은행들이 더 어색할 정도다.

은행권의 영문‧국문 혼합 브랜드를 뜯어보면 단순히 행명 앞에 영문 약자(이니셜)를 붙여 넣은 형태다. 마치 삼성이나 현대를 ‘SS삼성’, ‘HD현대’ 등으로 적은 셈이다. ‘역전앞’이나 ‘무궁화꽃’처럼 동어 반복적인 명칭이다.

영문 이니셜을 사용하는 은행들은 순수 국문 브랜드에서 오는 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영문 혼합 브랜드가 글로벌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미지수고, 오히려 소비자들이 은행을 인식하는데 혼동을 주는 등 불편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17개 은행(시중‧지방‧특수‧국책은행) 가운데 영문 혼합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은 10곳(58.8%)에 달한다. 절반을 넘는 수치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 특수은행은 NH농협은행과 sh수협은행, 지방은행 가운데에는 JB전북은행과, DGB대구은행, BNK부산은행, BNK경남은행이 영문 혼합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심지어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도 이같은 형태를 따르는 중이다.

반대로 순수 국문 브랜드를 사용하는 곳은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우리‧하나‧한국씨티은행 등이 있다. 지방은행에는 광주은행과 제주은행이, 국책은행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015년 외환은행(영문명칭 KEB)과 통합하면서 ‘KEB하나은행’이라는 브랜드로 4년 반을 지내오다가, 이달 3일 KEB를 떼고 국문 브랜드로 돌아왔다.

브랜드명에 영문을 추가한 최초의 은행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2002년 주택은행과 통합하면서 KB국민은행이라는 영문 혼합 브랜드를 내세웠다. KB의 뜻은 국민은행의 영문 이니셜(Kookmin Bank)이다.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은 2007년부터 브랜드에 영문을 병기했다. NH는 ‘농협(NongHyup)’, IBK는 ‘Industrial Bank of Korea’의 약자다. KDB산업은행은 이들보다 앞선 2005년에 KDB(Korea Development Bank)라는 브랜드를 처음 선뵀지만 은행명에 제대로 붙은 것은 2010년부터였다.

지방은행들은 금융지주 체계에 나서면서 영문을 혼합하기 시작했다. DGB대구은행은 2006년 종합금융지주로서 자회사들의 정체성을 통일하는 차원에서 DGB(Daegu Gyeongbuk Bank)를 내세웠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2015년 부산과 울산‧경남지역을 아우른다는 의미로 BNK(Busan & Kyeongnam)를 붙였다. 전북은행 역시 2013년 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 JB(JeonBuk)를 은행명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전략

은행권이 이처럼 브랜드에 영문 약자를 붙이는 까닭은 세계화 시대에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KB라는 주식코드를 뉴욕증시에 등록한 상태다.

또 금융소비자들이 은행에 갖고 있는 인식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는 이유도 있다. 실제로 브랜드명을 변경한 뒤 이미지 제고 효과를 본 은행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IBK기업은행의 경우, 법인명은 ‘중소기업은행’이다. 그래서 이전에는 중소기업만 상대하는 은행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중소’를 떼버리고 IBK를 붙인지 13년이 지난 현재에는 이같은 인식이 거의 희석된 상태다.

농협은행의 경우 영문 약자 ‘NH’가 농협은행과 협동조합 형태의 지역농협을 구분하는 가늠자 역할을 하고 있다. 노란색 농협 마크 뒤에 NH가 붙으면 농협은행이고, 영문이 없거나 지역명이 먼저 나오면 지역농협인 형태다.

다만 이같은 소수 사례를 제외하면 영문 혼합 브랜드가 과연 글로벌 진출과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지 미지수다.

현재 국내 은행 가운데 해외 진출이 가장 활발한 곳은 우리은행이다. 총 26개국 450개가 넘는 해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신한은행이 20개국 150개 이상 해외 네트워크로 뒤를 잇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은행 모두 영문 약자를 붙이지 않은 곳이다.

익명을 원한 은행 관계자는 “‘신한’이나 ‘우리’라는 단어 자체가 은행과 금융그룹의 브랜드이기 때문에 딱히 영문을 붙일 필요가 없다”며 “해외에서도 WOORI(우리)나 SHINHAN(신한)으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단어 조합도 우스꽝스럽다. 은행의 영문 약자를 앞에 붙인 형태라 결국 동어 반복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KB국민은행의 경우 뜻을 풀이해보면 ‘국민은행 국민은행’이 된다. JB전북은행도 ‘전북 전북은행’이다.

은행들도 이 점을 의식해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은 KB에 'Korea Best'라는 뜻을 내포했다는 설명이다. 또 BNK부산‧경남은행의 경우 ‘Beyond No.1 in Korea’를 의미를 집어넣었다.

영문 혼합 브랜드가 소비자 인식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7월 한국디자인포럼에 등재된 ‘기업의 영문 이니셜에 대한 소비자 인식 연구 - 국내 은행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들은 영문과 국문의 혼합 브랜드보다는 오히려 순수 국문 혹은 영문으로만 이뤄진 브랜드를 더 쉽게 인식했다.

김성계 부산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는 "국·영문 이니셜에 대한 효율성은 기업의 기대치와는 달리 일반 소비자에게는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며 "영문 약칭 도입은 국제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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