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군대 문화 깬다고 호칭 바꿨는데…“신선한 변화” 평가 속, “시기상조” 목소리도
[이지 돋보기] 건설업계, 군대 문화 깬다고 호칭 바꿨는데…“신선한 변화” 평가 속, “시기상조” 목소리도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2.12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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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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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이른바 군대 계급으로 불리는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직급 간소화와 호칭 파괴를 시도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보수적 조직 문화로 유명하다. 또 현장의 경우, 각종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차원에서 일종의 군기 잡기가 횡행해 대·내외적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업종으로 꼽힌다.

이에 입사 시기가 3년~5년 미만인 저연차 직원과 현장 근무 등 잔뼈가 굵은 고연차 직원 간 갈등이 표면화 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건설업계가 추진중인 직급 간소화 등의 조치에 늦었지만 신선하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룬다.

딱딱한 기존 호칭에서 탈피함으로써 의사소통이 보다 수월해졌다는 것. 또 연말이면 매번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던 승진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업계 특성상 상하관계가 명확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 특히 현장의 경우, 안전을 위해서 수직적인 조직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일부 건설사가 쉽게 나서지 못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지난 1월부터 직급 체계를 ▲책임 ▲전임으로 간소화했다. 기존 부장, 차장, 과장, 대리, 사원으로 나뉘던 구조를 2단계로 줄인 것. 부장과 차장은 책임으로, 과장·대리·사원은 전임이다.

앞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9월부터 기존 5개 직급을 3단계로 축소하고 명칭을 매니저로 통일했다.

이밖에 SK건설은 모든 직위를 프로, 삼성물산은 수석, 선임 등으로 구분했다. 롯데건설도 일찌감치 책임, 수석으로 호칭한다.

대우와 현대건설 등은 내부적으로 직급 간소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위계질서가 뚜렷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라는 인식이 강했다. 더욱이 변화에 소극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따가운 시선도 받아왔다. 그러나 각종 부동산 정책에 따른 국내 주택 사업 침체와 해외 수주 부진 등 건설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직급 간소화 등을 통해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해지고 있다. 또 개인 간 경쟁보다는 부서 내 협력이 중시되는 분위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은 변화지만 직급이 간소화되고 호칭이 통일되면서 수평적인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부서와 소통할 때는 직급이 간편해 더 자연스러워졌다”며 “또 연말이면 긴장감을 돌게 했던 승진 등의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경쟁보다는 협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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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

직급 간소화를 통해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구축하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어디까지나 이상적으로 봤을 때일 뿐 건설업계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의 경우, 현장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해 직관적이고 명확한 지시 전달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수평적인 문화가 강조되면 이런 부분에 제약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회사 내부에서는 프로, 매니저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협력사 등과 교류할 때는 여전히 차장, 과장 등의 기존 직급이 더 익숙해 의사소통에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평적인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게 된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회사는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곳인데 회사의 특성이나 시스템에 가장 맞는 체제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표출했다.

인사와 연봉 체계 등의 문제도 아직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개선돼야 할 요소다. 직급의 간소화로 인해 승진 기회는 줄어들게 되고 이에 따라 동기부여 측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관계자는 ”직급 간소화 전에 승진이 기대됐던 사람들의 경우, 임금 측면에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며 ”보통 직급이 바뀔 때 급여가 큰 폭으로 오르는데 직급을 간소화하는 것이 회사의 연봉 절감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건설업계가 기대하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단순히 호칭 파괴에 그치지 않고 단계적인 발전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국내 기업 문화는 오랫동안 뿌리를 내리고 있어 체계적인 방안이 뒤따르지 않으면 이런 변화가 단순히 시도하는 것에만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화와 포스코건설의 경우 과거 직급 체계를 간소화했다가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하고 다시 본래 직급 체계로 회귀하기도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참신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싶지만 한국 사회에서 상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의사소통을 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다른 업계에서 시도하고 있으니 우리도 트렌드를 따라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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