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가, 해외 수주 바닥 찍고 반등…중동서 재도약, ‘맏형’ 현대건설 군계일학
[이지 돋보기] 건설가, 해외 수주 바닥 찍고 반등…중동서 재도약, ‘맏형’ 현대건설 군계일학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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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가 바닥을 기었던 해외 시장에서 힘을 내고 있다.

올해 2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82억 달러의 해외 수주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223억 달러)의 3분의 1을 넘기는 호실적이다.

특히 중동에서의 약진이 돋보인다. 현재까지 중동에서 벌어들인 금액만 57억 달러. 이미 지난해 중동 수주액을 웃돌았다.

‘맏형’ 현대건설이 군계일학이다. 현대건설은 싱가포르와 카타르 등에서 선전하며 곳간을 채웠다. 최근에는 중남미 파나마에 진출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도 성공한 모습이다.

19일 해외건설종합서비스에 따르면 2월18일 기준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85억3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33억1400만 달러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수주 건수는 87건으로 전년 동기(77건) 대비 10건 늘었다. 진출 국가 역시 59개국으로 전년 50개국에서 9개국이 확대됐다.

아직 2월 중순에 불과해 장밋빛 전망은 이르지만 최근 몇 년간 침체에 빠졌던 해외에서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리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지난 2007년 398억 달러를 달성한 뒤 2010년 715억 달러를 기록며 정점을 찍었다. 이후 국제 유가 하락,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인해 2015년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특히 지난해는 미·중 무역 분쟁 등 국제사회의 불안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 지속됐고 국내 건설사들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 등에 나서며 실적 감소폭이 컸다. 이에 지난해 해외수주액은 2006년(165억 달러) 이후 최저치인 223억 달러에 그쳤다.

올해는 다르다. 지금까지의 추세만 보면 가장 좋았을 때와 비슷하다. 사상 최고 수주액(715억 달러)을 기록했던 2011년 248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주액이다.

더욱이 652억 달러(같은 기간 71억 달러)를 달성했던 2013년과 660억 달러(43억 달러)를 수주한 2014년을 넘어섰다. 올해 해외 건설의 부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익명을 원한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13년 만에 최저점을 찍고 난 후 완만하지만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는 300억 달러 수준을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불안한 국제 정세를 감안했는데도 300억 달러를 예상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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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해외 수주 반등은 한동안 부진했던 중동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뒀기에 가능했다. 우리 건설사들은 약 85억 달러 중 57억 달러를 오일머니로 채웠다. 전체 해외 수주액의 70%에 준하는 점유율이다.

특히 전년 같은 기간 3억5000만 달러 대비 10배 이상 늘어나며 지난 한 해 동안 거둬들인 47억 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주요 무대는 알제리와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다. 알제리에서 24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에서 각각 18억 달러, 14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에서의 반등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중동 건설시장 규모는 5709억 달러로 4.5% 증가가 예상된다. 이란, 이라크 등 소요사태 및 호르무즈 해협 위협 등의 지정학적인 위험이 우려되지만 다수의 인프라 개발 계획과 에너지 부문에 대한 수입 확대 등에 힘입어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탈(脫)석유화 시대를 대비한 ‘비전 2030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프라 분야에서 수주가 기대된다. 사우디가 우리 건설사 해외 누적 수주액 1위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호재다.

해외 건설 사업은 최근 몇 년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의존도가 높았다. 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었고 중동 시장에서도 후퇴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존 텃밭이던 오일머니가 증가하는 것은 반색할 만한 일이다.

익명을 원한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3~4년간 아시아 시장이 중동 시장을 넘어서는 등 중동 시장이 ‘수주 텃밭’이라는 표현이 무색했는데 올해부터는 대형 프로젝트 위주로 수주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강조했다.

사진=현대건설, 정재훈 기자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현대건설

맏형

건설사 중에선 현대건설이 군계일학이다. 해외 수주액 반등은 업계 맏형 현대건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건설은 이달 5일 파나마 메트로청이 발주한 28억1100만 달러(약 3조3000억원) 규모의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를 수주했다. 포스코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현대건설의 지분은 51%(약 1조7000억원)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카타르에서 루사일 플라자타워 3·4구획(PLOT), 싱가포르 풍골 스포츠센터, 알제리 복합화력 발전소를 수주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올해 벌어들인 돈은 3조8000억원(약 32억 달러) 수준이다.

특히 현대건설은 향후 추가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 이상의 실적을 거둘 것이 유력하다.

익명을 원한 현대건설 관계자는 “본원적 경쟁력이라고 표현하고 싶은데 사업 수주, 사업 수행, 관리 및 유지 보수를 잘해야 한다. 또 공기 단축, 리스크 관리 등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타 건설사들은 사업 다각화를 많이 하고 있지만 현대건설은 이를 지양하고 파나마처럼 신시장 개척 등을 위해 본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피력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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