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제약업계 여성들, ‘유리천장’ 서러운데 임금도 ‘홀대’…남성 대비 최대 2천7백만원 격차
[이지 돋보기] 제약업계 여성들, ‘유리천장’ 서러운데 임금도 ‘홀대’…남성 대비 최대 2천7백만원 격차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0.02.24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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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제약업계의 ‘유리천장(여성이 능력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조직 내 일정 서열 이상 오르지 못하게 하는 보이지 않는 벽 의미)’은 여전히 견고했다.

남녀 임금은 최대 2700만원 차이가 났다. 또 10대 제약사 중 여성 임원은 단 2명(오너 일가 포함)에 불과했다.

남녀 직원 재직 기간도 여성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최소 3개월에서 최대 3년11개월 차이다. 결혼과 육아에 따른 문제일 수 있지만 구조적 한계라는 얘기도 나온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연구·개발(R&D)을 통한 신약개발 등 지속가능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병원과 약국 등을 대상으로 한 영업 중심의 활동을 펼쳐왔다. 이 같은 구조가 유리천장을 견고하게 했다는 것이다.

다만 신제품 개발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 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연구직을 중심으로 여성의 진출이 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24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국내 10대(유한양행, 녹십자, 광동제약, 대웅제약, 한미약품, 종근당, 제일약품, 동아에스티, JW중외제약, 보령제약) 제약사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직원은 총 1만5999명으로 평균 연봉은 4108만원으로 집계됐다(2017년 6월1일 ‘제일파마홀딩스’에서 인적 분할돼 설립한 제일약품 2017년 이전 데이터는 제일파마홀딩스 자료로 함).

성별로 구분하면 남성(1만1821)은 평균 4710만원, 여성(4178명)은 평균 3430만원으로 남성 대비 72.82% 수준에 그쳤다.

조사 대상 중 유한양행은 남녀 모두에게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했다. 유한양행을 포함해 여성 직원에게 평균 4000만원 이상의 연봉을 지급한 제약사는 4개사에 불과했다.

아울러 녹십자와 한미약품이 남녀 직원 간 임금 격차가 가장 적었다. 반면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 광동제약의 임금 격차가 두드러졌다.

표=김보람 기자
표=김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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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유한양행의 전체 직원(1830명) 평균 급여는 6050만원. 이중 남성은 7400만원, 여성은 4700만원으로, 비중은 63.51%다.

▲동아에스티(1542명)의 평균 급여는 4600만원이다. 남성은 5600만원, 여성은 3600만원. 이에 비중은 64.28%다.

이어 ▲광동제약은 직원 1009명의 평균 급여는 3950만원. 남성은 4700만원, 여성은 3200만원 수준이다. 남성 대비 임금 비중은 68.08%다.

반면 ▲녹십자는 평균 4100만원(1992명)의 급여를 수령했다. 남성 평균 4400만원, 여성 3800만원이다. 이에 비중은 86.36%이다.

이어 ▲대웅제약 전체 직원(1479명)의 평균 급여는 4650만원. 남성 5200만원, 여성 4100만원(78.84%)이다. ▲한미약품(2436명) 남성 5100만원, 여성 4000만원(78.43%)으로 평균 4550만원의 급여를 수령했다. ▲종근당(2236명)은 평균 4750만원. 남성 5500만원, 여성 4000만원(72.72%)이다.

이밖에 ▲제일약품(964명) 평균 급여 3658만원(남성 4260만원, 여성 3055만원). ▲JW중외제약(1179명) 평균 급여 4250만원(남성 4900만원, 여성 3600만원). ▲보령제약(1322명) 평균 급여 4187만원(남성 4852만원, 여성 3522만원). 이에 남성 대비 비중은 제일약품 71.71%, JW중외제약 73.46%, 보령제약 72.58%이다.

표=김보람 기자
표=김보람 기자

경력 단절

10대 제약사 중 직원들의 재직 기간이 가장 긴 곳은 유한양행이다. 남성 12년7개월, 여성 8년8개월 등 평균 11년8개월이다.

이어 ▲동아에스티 11년4개월(남성 12년3개월, 여성 8년9개월) ▲광동제약 8년5개월(남성 8년6개월, 여성 8년) ▲JW중외제약 8년4개월(남성 9년11개월, 여성 6년5개월) ▲녹십자 8년3개월(남성 8년8개월, 여성 6년5개월) ▲종근당 7년1개월(남성 7년8개월, 여성 5년8개월) ▲대웅제약 6년8개월(남성 7년1개월, 여성 6년) ▲보령제약 6년6개월(남성 7년3개월, 여성 5년7개월) ▲제일약품 6년3개월(남성 6년5개월, 여성 6년2개월) ▲한미약품 6년2개월(남성 6년2개월, 여성 6년2개월) 등의 순이다.

남녀 직원 간 재직 기간이 최소 3개월에서 최대 3년11개월까지 차이가 나는 것은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경력이 단절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력 단절은 승진 등에도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10대 제약사 여성 임원 현황을 살펴보면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과 양윤선 대웅제약 사외이사 등 단 2명뿐이다. 더욱이 김 회장은 오너 일가이고, 양 이사는 비상근이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임원이라는 별을 딴 여성 직원은 사실상 단 한 명도 없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남성 중심의 영업조직 문화, 뒷전으로 밀렸던 연구개발 노력 등이 일종의 여성 홀대를 고착시켰다는 지적이다. 또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평등한 인재 등용이 중요하다는 주문이다.

익명을 원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 글로벌 진출 등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보다는 영업 중심의 기업 활동의 잔재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며 “병원, 의원, 약국 등을 중심으로 거래하는 제약업계의 독특한 영업방식으로 인한 현상이다. 대다수 제약사의 직원 50%는 영업사원”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근 들어 차별 없는 다양한 인력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연구직의 경우, 여성 고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면서도 “아직 영업부문에서는 여성들의 선호도가 매우 낮다”고 덧붙였다.

정찬웅 한국제약바이오산업협회 홍보팀 차장은 “제약 산업은 국가 핵심 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고용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면서 “최근 10년간 품질관리, 연구개발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및 생산 직종의 고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선정한 차세대 핵심 산업, 제약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연구개발, 품질관리도 중요하지만 인력 충원은 물론 인재에 대한 평등한 기업 시스템도 매우 중요한 핵심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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