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입지 혜택 누려볼까? 옆동네 이름 슬쩍한 아파트 천태만상…건설家, “장점 극대화 하려다 보니…”
[이지 돋보기] 입지 혜택 누려볼까? 옆동네 이름 슬쩍한 아파트 천태만상…건설家, “장점 극대화 하려다 보니…”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2.2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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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이지경제DB
사진=뉴시스, 이지경제DB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우수학군과 신도시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옆 동네 이름을 가져다 쓴 아파트가 늘고 있다.

서울 목동과 상암DMC, 경기 판교 등 해당 지역에 있는 아파트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파트 이름에 목동, 신촌 등의 지역명을 붙이는 식이다.

아파트 이름에 신도시나 부촌을 상징하는 단어가 들어가야 이미지가 격상되고, 향후 가격 상승 등에 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기 때문이다.

반대 경우도 있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등의 특징을 잘 녹여낸 곳도 상당수다. 경희궁 자이, 가야 롯데캐슬 골드아너 등이다. 반응도 상당히 좋다.

24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명에 표기된 지역명이 다른 곳이 상당수다. 목동과 상암DMC, 경기 동탄, 판교 등의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단지는 소위 말하는 ‘노른자 땅’의 프리미엄을 누리기 위해 해당 지역명을 단지에 포함하고 있다. 일종의 허위 마케팅이다.

GS건설이 공급한 ‘신촌그랑자이’는 서울 강북의 대표적인 상권인 신촌을 나타내고 있지만 행정구역상 마포구 대흥동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목동아델리체’는 목동이 아닌 인근 신정동에 위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신정뉴타운 롯데캐슬’이 단지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우수 학군으로 아파트값 상승이 기대되는 ‘목동’을 단지명에 넣기 위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도 SK건설의 ‘신동탄 SK뷰파크 1차’, 롯데건설의 ‘신동탄 롯데캐슬’ 등은 신동탄이라는 지명이 붙었지만 동탄이 아닌 경기도 화성에 있는 아파트들이다. 또한 성남 대장지구는 판교로, 경기 오산은 동탄으로, 경기 고양시는 상암 DMC 등으로 둔갑하고 있다.

아파트가 부(富)를 축적하는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이같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단지명에 유명 지역이 포함되는 것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을 법적 수단도 딱히 없다.

실제 가격 차이가 반영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정동 대림 e편한세상 84㎥ 아파트가 지난달 6억6200만원에 거래됐다. 같은 동에 있는 ‘목동’삼성의 경우 지난해 11월 동일 면적이 8억9000만~9억9000만원에, ‘목동’현대3차는 지난해 12월 8억9500만원에 팔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신도시나 부촌과 같은 생활권으로 묶여 같은 인프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 동네 혹은 아파트의 등급이 올라가면 향후 가격 상승 등 재테크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 주체인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를 어떻게 보느냐의 시각차인데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느냐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면서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입지의 장점을 최대한 설명하기 위한 사업의 마케팅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고 피력했다.

사진=GS건설
사진=GS건설

개성

지역 정체성이 사라진 아파트도 많지만, 지역 고유의 특징을 살려서 가치를 극대화한 곳도 많다.

곶자왈 아이파크, 경희궁 자이, 포레나 인천 미추홀 등이 대표적이다. 무등산 자이&어울림, 탑석센트럴자이, 가야 롯데캐슬 골드아너, 힐스테이트 창경궁 등도 강한 개성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펫네임만 봐도 지역의 위치 및 특징을 알 수 있고 독특한 개성까지 나타난다.

더욱이 입주민들의 지역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또 OO동이 아니기 때문에 지역명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도 있다.

곶자왈 아이파크의 곶자왈은 ‘곶’과 ‘자왈’의 합성어다. 곶은 숲을 뜻하며 자왈은 나무와 덩굴 따위가 마구 엉클어져 수풀같이 어수선하게 된 곳으로 표준어의 ’덤불‘에 해당하는 제주도 방언이어서 지역 특징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단지 바로 앞에 ‘환상숲 곶자왈 공원’이 있어 지리적 상징성이 뚜렷하다.

경기 의정부에 위치한 탑석센트럴자이의 탑석(塔石)은 아파트가 들어서는 지역의 별칭이다. 탑석이 공식적인 행정명으로 쓰이진 않지만 용현동 주변에 예전 돌로 만든 탑이 있었다고 해서 붙여졌다.

해당 아파트들은 청약 성적도 훌륭했다. 2018년 11월 분양한 곶자왈 아이파크는 평균 2.46대 1, 최고 3.83대 1의 우수한 청약 성적을 거뒀다. 탑석센트럴자이의 경우, 평균 47.1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의정부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부산 진구에 있는 가야 롯데캐슬 골드아너는 가야3구역에 속한 가야동이 고대 금관가야에서 지명이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금관가야의 금빛 자부심을 나타내기 위해 단지명에 ‘골드아너’를 넣었다는 설명이다. 이 아파트는 평균 청약 경쟁률 60.8대 1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가장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조선시대 ‘궁’을 활용한 네이밍도 주목된다. 경희궁 자이, 힐스테이트 창경궁, 덕수궁 롯데캐슬 등이다. 해당 아파트들은 일명 ‘궁세권’으로 불리며 서울 중심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기도 한다.

궁을 활용한 네이밍 효과는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1월 분양한 힐스테이트 창경궁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60대 1, 최고 96대 1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앞서 2014년 분양된 경희궁 자이의 경우 당시 3.3㎥당 2300만원대의 높은 분양가였음에도 완판됐다. 현재는 분양가의 2배를 훌쩍 넘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고급 주거단지에도 적용된다. 주상복합 아파트 덕수궁 디팰리스가 대표적이다. 아파트와 오피스텔로 구성된 덕수궁 디팰리스는 이름처럼 한국 전통적 아름다움을 담아 디자인됐고 대림산업의 아크로 브랜드 마감재가 적용됐다. 흥행도 성공했다. 최고 23.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높은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는 단지의 특성이나 개성을 나타내는 펫네임도 OO역, OO센트럴, OO에듀, OO파크, OO레이크 등으로 획일화되고 있어 점차 식상해지고 있다. 때문에 이처럼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아파트 이름이 더 돋보인다는 것. 이를 통해 아파트 가치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다른 아파트들과 차별화시키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의 특징을 펫네임에 녹여낸 아파트는 입주민들의 만족도와 자부심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처럼 특징이 명확한 몇몇 아파트의 경우 그에 맞는 설계나 디자인이 반영되는 일도 있어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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