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건설家, 업황 부진 속 공모채 흥행 행진 왜?…갈 곳 잃은 뭉칫돈, 안전자산 기대심리 작용
[이지 돋보기] 건설家, 업황 부진 속 공모채 흥행 행진 왜?…갈 곳 잃은 뭉칫돈, 안전자산 기대심리 작용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2.26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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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기자, 픽사베이, 한화건설
사진=정재훈 기자, 픽사베이, 한화건설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건설업계의 공모채권(일반에게 널리 모집해 발행하는 국채, 지방채, 사채 따위의 채권)이 흥행 행진 중이다.

업황 부진으로 신음을 앓고 있는 시장 상황과는 정반대 행보다.

건설업계는 현재 문재인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 직격탄을 맞고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또 주가 역시 남북경협 기대감이 꺾이면서 하향세를 타고 있다.

흥행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뭉칫돈이 몰린 것은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먼저 건설 경기가 위축됐어도 최근 흐름(분양 및 해외 수주 실적 등)을 볼 때 관련 산업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곳이 많지 않다. 또 은행권의 저금리 기조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는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채권은 주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더욱이 주요 건설사는 삼성과, 현대차, 롯데, 한화, SK, GS 등 굴지의 그룹 소속이라는 점도 투자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26일 건설‧IB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지난 5일 신용등급 상향 후, 800억원 규모로 모집에 나선 공모사채에 1900억원이 몰리며 완판에 성공했다. 이에 한화건설은 930억원 규모로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건설업계 ‘맏형’ 현대건설도 이달 10일 총 1500억원 모집에 6500억원의 투심을 이끌어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5년물 만기의 회사채 1200억원, 장기물인 7년물 3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각각 5100억원, 1400억원이 몰렸다.

현대건설은 수요예측에 성공함에 따라 5년물과 7년물의 회사채를 최대 상한인 30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와 현대 등 대형 건설사들이 공모채 발행에 나선 것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기 위한 것이다.

예컨대 현대건설은 당장 이달 1500억원, 오는 4월 1000억원 등 총 25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회사채 만기뿐만 아니라 향후 경기 불확실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목적도 있다. 높은 신용등급과 함께 낮은 금리로 이자 부담이 완화됐다.

한편 건설사 공모채는 흥행 여부가 불투명한 종목이었다. 경기에 민감하고 변동성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해외 사업장의 잠재적인 위험 요소가 내포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지적돼 왔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주택 사업 호황 등에 힘입어 매출 및 영업이익을 늘렸고, 이를 통해 신용등급이 상승했다. 이에 건설사의 회사채가 안전자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 흥행의 이유로 분석된다.

익명을 원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춘 대형 건설사들의 회사채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시중금리가 워낙 낮아 0.1%라도 높은 수익성이 보장된다면 우호적으로 보는 것 같다. 특히 큰돈의 자산라면 약간의 금리라도 군침이 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믿음

건설업계는 최근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으로 주택 시장이 위축됐고 해외 건설 수주도 예전만큼 쏟아지지 않고 있다. 이에 GS와 대우건설 등을 비롯한 상당수의 건설사가 생존을 위해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을 정도다.

대형 건설사들의 주가를 살펴보면 최근 1년 새 크게 위축됐다. 대표적으로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1년 전 대비 절반이 넘는 60% 이상 주저앉았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월 6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3만6000원대(25일 종가 기준)로 내려왔다. GS건설은 같은 기간 5만원을 육박했으나 현재 3만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등도 하락세를 보였다.

주식의 경우, 기간이 정해져 있는 회사채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건설업계 공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의 경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실제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 등은 35년 연속 국내 매출 TOP 50에 올랐을 정도로 견고한 체력을 증명하고 있다.

금리 영향도 크다. 시중 금리가 1% 초반대의 초저금리에 진입한 뒤 유동자금이 갈 곳을 잃었다.

한화와 현대건설의 금리는 각각 3%대, 1.9~2% 수준으로 책정될 것이 유력해 기관 등 투자자들은 안정적이면서도 비교적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일부 사모펀드의 운용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회사공모채가 반사이익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가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지만 채권의 경우, 완전히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며 ”채권은 3년물, 5년물 등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 기간에 회사가 망하지 않으면 된다. 시중 은행보다 고금리의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면 된다”고 강조했다.

회사채의 안정성은 국내 굴지의 그룹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 견고해진다. 즉, 현대‘건설’, GS‘건설’, SK‘건설’ 등이 아니라 ‘현대차’건설, ‘GS’건설, ‘SK’건설 등 대기업 이미지가 더해져 투자자들에게 믿음이 커진다는 의미다.

익명을 원한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사소한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이 있다”면서 “같은 대형 건설사라고 하더라도 조금 더 안정된 곳에 투자하길 원하고 그룹사라면 같은 신용등급이어도 한층 더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배경이 된다”고 피력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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