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최초 ‘노조추천이사’, 내년 3월 탄생?…IBK기업은행 적극 추진 ‘시선집중’
[이지 돋보기] 은행권 최초 ‘노조추천이사’, 내년 3월 탄생?…IBK기업은행 적극 추진 ‘시선집중’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3.02 08: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에서 한동안 잠잠했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올 초 취임과 함께 노조와 관련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다.

윤 행장은 노조와 합의 후 제도 도입을 위한 대안 마련을 위해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노조추천이사제가 좌초 위기를 딛고, 실현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은행권 역시 시선이 집중됐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성공적으로 안착시킨다면 노조의 경영참여가 확대될 수 있어서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는 올 하반기 노사협의회에서 노조가 사외이사 1인을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계획 중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1년 3월 예정된 신임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 대표를 후보로 내세우는 등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나설 방침이다.

현재 기업은행 사외이사 4명(김정훈·이승재·신충식·김세직) 중 김정훈‧이승재 이사의 임기가 각각 내년 2월과 3월에 만료된다. 나머지 2명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행보

앞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1월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출근 저지 투쟁을 끝내며 합의한 노사 공동선언문에서 ‘은행은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해 노조추천이사제를 추진한다’는 내용을 이끌어냈다.

노조추천이사제란 노조에서 추천한 전문가가 이사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노동자 대표들이 참여해 기업의 중요한 의사결정을 경영진과 함께 하도록 하는 ‘노동이사제의’의 전단계로 평가된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동자가 경영진의 독단을 견제‧감시하고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노조의 지나친 경영 참여로 인한 기업 운영 차질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 등 일장일단이 있다.

이같은 특성 탓에 그동안 은행권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여러 차례 고배를 마셨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해 3월 박창완 금융위원회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후보로 내세웠지만 임명권을 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 노조도 지난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두 자리 중 한 자리에 후보를 추천하려 했지만 끝내 선임이 무산됐다.

시중은행 가운데에서는 KB국민은행 노조가 지난 2017년 이후 3차례에 걸쳐 시도했다. 하지만 주주총회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후보의 결격 사유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인영(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김형섭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
이인영(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종원 IBK기업은행장, 김형섭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지난 1월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한 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

흐름

이번 기업은행의 노사 공동선언문은 이전과는 달리 꽤나 진전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은행 정관에 따르면 사외이사는 이사회 내 운영위원회에서 후보를 추천해 은행장이 제청하면 금융위원장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노조가 후보를 내세워도 이를 이사회‧은행장이 받아들이지 않거나, 금융위원장이 거부하면 끝이다.

그러나 올해는 윤 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윤 행장은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노조추천이사제 추진이 개혁에 어긋난다는 의원 지적에 대해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장점이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어 “과도하면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 어떻게 운영하는지가 중요하다”며 “노조가 추천한 후보자가 명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사외이사 임명권을 쥐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행보도 노조추천이사제 성사 가능성을 높인다. 은 위원장은 지난 1월 기업은행 노사 합의 당시 현장에 있었다. 그가 동석했던 자리에서 노조추천이사제 내용이 포함된 노사 공동선언문이 나온 것임을 감안하면, 은 위원장 역시 제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가능성이 높다.

금융노조 역시 기업은행 노조를 지원할 전망이다. 올해 새 금융노조 위원장으로 취임한 박홍배 위원장은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KB금융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추진했다. 그런 만큼 제도 도입 가능성이 높은 기업은행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노조는 지난달 20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정책제안서를 전달한 바 있다.

익명을 원한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올 하반기 노사협의회에서 노조가 사외이사 1인을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계획 중”이라며 “내년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 자리에 노조추천이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부작용 우려가 높다. 노조의 지나친 경영 참여가 신속한 의사 결정을 방해하고 기업 운영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은행이 다른 산업보다 먼저 노조추천이사제를 도입해야 할 유인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원들의 급여와 복지, 처우 등이 열악하지 않고 은행법과 지배구조법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 장치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은행권이 다른 산업보다 먼저 노조추천이사제를 시행해야 할 만큼 급하지는 않다.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해 판단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