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워킹맘 일상…“회사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출근해요!”
[이지 돋보기] 코로나19가 바꿔 놓은 워킹맘 일상…“회사 퇴근하면, 다시 집으로 출근해요!”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0.03.16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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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김보람 기자 =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한창이다. 이에 외출을 자제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 한다는 가정이 급증하고 있다.

거리가 한산해지면 반대로 가정은 북적인다. 워킹맘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퇴근해 다시 집으로 출근하는 상황이다.

메르스 당시(2015년 5월)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 최고의 가사 노동이다. 워킹맘 9년차인 기자의 일상(13~15일) 민낯을 공개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퇴근길

금요일 퇴근길이 즐거웠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주말 재충전이 기대됐지만 이제는 괴롭다 못해 침울하다.

어둠이 내려앉은 아파트 입구.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손 세정제로 손을 소독한 후 다시 집으로 출근이다.

현관에 들어서면 지겨운 마스크부터 벗는다. 엄마를 기다렸을 아이와의 포옹은 잊혀졌다. 먼저 손부터 씻는다. 아이도 이제는 적응이 됐는지 옷을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려 준다.

저녁 상차림과 식사, 설거지를 끝내자 어느덧 시간은 저녁 10시다. 아이를 씻기고 재운다. 예전 같으면 시원한 맥주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겼겠지만 여유는 사치다.

텅 빈 냉장고를 뒤지며 주말 내 먹을 식재료를 체크한다.

새벽 배송이 가능한 쇼핑 앱에 접속해 가정간편식을 찾지만 품절 제품이 상당하다. 겨우겨우 밑반찬 재료 구입에 성공.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향해 간다.

주말이면 유독 일찍 일어나는 아이 생각에 서둘러 잠을 청한다. “내일부터 다시 시작이구나.”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밥밥밥

토요일 아침 8시. 딸아이가 귓가에 대고 속삭인다. “엄마 배고파”. 속삭임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 괴로움의 이유는 뭘까 싶다.

서둘러 아침상을 차린다. 아이가 식사하는 동안 어제 온 식재료를 냉장고에 옮겨 놓는다.

설거지 중 아이의 브리핑이 이어진다. 오늘 보드게임과 그림 그리기, 목욕 놀이를 해야 한다고.

쉬고 싶다. 그래도 방법이 없다. 아이 역시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탓이다. 보드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배달 음식에 대한 강한 욕구가 치밀어 오르지만 참는다. 요즘은 다 조심해야 한다.

방전된 체력을 끌어올려 주방으로 향한다. 점심 메뉴는 김치볶음밥이다. 요즘 아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엄마 힘들어?”. 고마움에 말 대신 따스한 미소를 건넸다. 그러자 아이가 그림 그리기 도구를 내놓았다. 눈치가 빠르다는 말은 취소다. 아이는 아이일 뿐. 자비란 없다. 참고로 기자의 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딸이다.

그림 그리기에 이어 목욕놀이 시간이 돌아왔다. 약 두 시간의 여유가 있다. 쉴수가 없다. 바로 저녁 준비 돌입이다.

수육을 삶고 주중에 먹을 반찬을 만든다. 수육은 최애 메뉴다. 재료를 다 쏟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니 불 앞에 서서 계속 확인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그사이 다른 반찬 만들기도 수월하다.

주중에 먹을 반찬 3개와 국을 끓여놓고, 식탁 의자에 잠시 앉으려는 찰나 아이가 부른다. 목욕놀이 끝이란다.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의 초중고생 개학이 연기되자 학원들도 잇달아 개원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김보람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국의 초중고생 개학이 연기되자 학원들도 잇달아 개원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김보람 기자

부재중

남편은 도대체 뭐하냐고? 그는 없다. 출장이 잦다. 남편의 현재 위치는 부산광역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출장지에서 스스로 자가 격리를 자처했다. 아마 집으로 돌아온다고 했어도 반대했을 터.

코로나19는 부모뿐만 아니라 아이의 일상도 바꿨다. 저학년인 아이는 평소 학교 수업 후 방과 후 돌봄 교실에서 2시간, 학원 공부를 마치면 5시쯤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정부 지원 돌봄 선생님이 아이를 돌봐줬다.

하지만 코로나19에 아이가 다니는 수영, 피아노 등 모든 학원이 휴원했다. 일주일 단위로 미뤄지다 이제는 학교가 개학하는 23일까지 쉰다고 한다.

매일 일정량의 숙제가 있던 학습지 수업은 태블릿PC와 연동해 화상 수업으로 대체됐다. 집으로 주 2회 찾아오던 영어 과외는 아예 4월로 미뤘다.

물론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일하는 엄마를 둔 죄로 방학 때에도 매일 학교에 나간 아이였는데 이런 시국까지 보내기 싫었다. 솔직히 찜찜했다.

덕분에 돌봄 선생님께서 고생이시다. 출근이 이른 엄마를 대신해 아침 7시부터 퇴근 전까지 아이를 봐주시니 말이다.

아이도 한계점에 도달 한 것 같다. 처음에는 코로나19 덕분에 학교와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된다며 좋아했다.

이제는 학교에 가고 싶다고 한다. “심심해, 이제 뭐 할까?”라는 말이 버릇처럼 튀어나온다. 창문 밖 놀이터를 보고 있는 일도 잦아졌다.

코로나19. 개인위생만 철저히 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스와 메르스도 그러했기에. 그러나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과 정부의 다양한 노력이 맞물려 코로나19 종식을 하루빨리 선언하기를 희망한다. 마스크도 답답하고, 무엇보다 주말에 밥하기가 너무 싫다.


김보람 기자 qhfka718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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