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농협금융 독립성 훼손 우려↑…신임 중앙회장 취임 후 이대훈 은행장 등 줄사임
[이지 돋보기] 농협금융 독립성 훼손 우려↑…신임 중앙회장 취임 후 이대훈 은행장 등 줄사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3.19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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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과 김광수(오른쪽)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농협금융지주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권 안팎에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이 흔들린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대훈 NH농협은행장과 허식 농협중앙회 부회장, 소성모 농협상호금융 대표, 김원석 농헙경제 대표, 박규희 조합감사위원장, 이상욱 농민신문사 사장, 김위상 농협대 총장 등이 지난 2일 전격 사임했다.

이들의 동반 사퇴는 이성희 신임 농협중앙회장 취임과 맞닿아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농협은 중앙회장이 바뀔 때 마다 경영진이 대폭 물갈이된 탓이다.

이에 임기 만료를 앞둔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연임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농협금융 회장은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한다. 농협금융의 최대주주는 농협중앙회다. 이성희 신임 중앙회장의 입김이 강하게 미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 등은 농협금융의 독립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이같은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광수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다음달 28일까지다. 이에 농협금융 이사회는 지난 4일부터 임원추천위원회를 가동해 차기 회장과 행장 인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협금융 회장 임기는 통상 ‘2+1’년이다. 김 회장이 재임한 지난 2년 간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등 경영성적도 좋았다. 이에 연임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변수가 발생했다. 이달 들어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 경영진 다수가 전격 사의를 표하면서 김 회장의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이 행장의 경우 자진사퇴로 물러난 모양새지만, 사실상 이성희 중앙회장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 중앙회장이 다른 주요 계열사 대표에게 일괄 사표 제출을 요구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사진=뉴시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1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중앙본부에서 당선증을 전달받은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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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장의 입김에 금융지주 회장 자리마저 흔들리는 것은 농협금융의 특이한 지배구조에 기인한다.

농협금융은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에서 ‘신경분리(금융부문인 신용 사업과 유통 등 경제 사업의 분리)’로 떨어져 나왔다. 금융기관으로서의 경쟁력과 독립성을 확보하자는 목적이었다.

농협금융은 신경분리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독립적인 금융지주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때문에 중앙회가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는 비금융주력자의 금융회사의 주식 보유를 제한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위배된다. 그러나 정부가 농협법을 통해 이를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자회사인 지주사를 감독할 권리가 있으며 경영에도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즉, 선출직인 중앙회장은 계열사의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 등의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때문에 농협금융 인사권 간섭 등 각종 구설로 이어져 왔다.

실제로 공석이 된 농협은행장 자리는 원칙적으로 중앙회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의 자회사기 때문에 은행장 후보 추천 및 최종 확정 등 모든 절차가 중앙회까지 가지 않고 농협금융 내에서 이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임 중앙회장 취임 후 3연임에 성공한 은행장은 물론이고 계열사 대표들이 물러난 것을 보면, 여전히 개입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라는 지적이다.

허울뿐인 신경분리에 대한 작심 발언도 있었다.

신동규 전 농협금융 회장은 2013년 사퇴하면서 “경영전략과 인사, 예산권 등 모든 면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지나친 경영간섭에 사의를 굳혔다”며 중앙회장에 과도한 권한이 집중되는 지배구조를 문제 삼기도 했다.

농협금융측은 김광수 회장의 연임 등과 관련, 말을 아끼고 있다.

익명을 원한 농협금융 관계자는 “중앙회가 지주사의 단일 최대주주다보니 영향이 없을 수 없다”며 “김 회장의 연임 여부는 아직 속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 등은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그동안 이뤄져왔던 불합리한 인사 관행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농협법에 의해 탄생된 비상장 특수법인이기는 하지만 그와 동시에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을 받은 금융회사”라며 “금융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이전 관행을 멈추고 제대로 된 금융지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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