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한국쓰리엠, 20년간 미국에 ‘2.6조’ 퍼줬다…학계·시민사회 “국내 경제 악영향”
[이지 돋보기] 한국쓰리엠, 20년간 미국에 ‘2.6조’ 퍼줬다…학계·시민사회 “국내 경제 악영향”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0.03.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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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이지경제] 이민섭 기자 = 한국쓰리엠이 20년간 미국 본사에 배당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돈이 무려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천문학적인 액수다. 한국쓰리엠은 국부유출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지만 체력은 급격히 악화됐다. 재무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졌고, 수익성‧생산성 지표도 악화됐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이같은 고배당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래픽=이민섭 기자
그래픽=이민섭 기자

23일 이지경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한국쓰리엠의 최근 20년간(1999년~2018년)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총 1조9813억원의 배당금을 미국 쓰리엠 컴퍼니(3M Company/ 미국 미네소타 소재)에 지급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조3141억원. 3328억원을 제외하곤 모두 미국 본사에 보냈다. 해당 기간 배당성향은 무려 106.3%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8년까지 가장 많은 배당금을 지급했던 시기는 2015년으로 5765억원이다. 배당성향은 335.9%에 달했다.

로열티와 업무지원, 내부감사, 전사적자원관리 프로그램 개발 및 구축, 실행 등으로 발생한 지급수수료 역시 같은 기간 총 6787억원이 지급됐다. 배당금과 지급수수료를 합산하면 모두 2조6600억원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등은 외국계 기업의 이같은 행동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재정책국장은 “한국쓰리엠뿐만 아니라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것은 국내 경제에 마이너스 영향을 끼친다”며 “특히 주주도 해외 본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면 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동호 우석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에서 수익을 창출했다면 재투자를 하거나 환원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비상등

사진=언스플래쉬
사진=언스플래쉬

한국쓰리엠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동안 재무건전성은 비상등이 켜졌다. 수익성과 생산성 지표들은 롤러코스터 행보다.

유동비율은 기업이 보유하는 지급능력, 또는 신용능력을 판단하기 위해 쓰인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유동성이 크며, 통상적으로 200% 이상 유지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한국쓰리엠의 최근 5년간 평균 유동비율은 46.14%. 기준치(200% 이상)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연도별로는 ▲2014년 25.5%(전년比 1.0%P↓) ▲2015년 75%(49.5%P↑) ▲2016년 47%(28.0%P↓) ▲2017년 42.3%(4.7%P↓) ▲2018년 40.9%(1.4%P↓) 등이다.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평균 69.8%로 기준치(100% 이하)를 웃돌았다.

실적은 널뛰기다.

한국쓰리엠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2014년 각각 1조4907억원, 1423억원에서 ▲2015년 1조5731억원, 1752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5%, 23.1% 증가했다. 이후 ▲2016년 1조4502억원, 130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7.8%, 25.2% 감소했다.

다시 ▲2017년 1조5128억원(4.3%↑), 1852억원(41.4%↑)으로 반등했지만 ▲2018년 1조5745억원(4.0%↑), 1484억원(13.2%↓)으로 뒤뚱거렸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2014년 9.54%(전년比 1.18%P↑) ▲2015년 11.13%(1.59%P↑) ▲2016년 9.02%(2.11%P↓) ▲2017년 12.24%(3.18%P↑) ▲2018년 10.39%(1.85%P↓)로 집계됐다.

이밖에 직원 1인당 생산성은 2018년 1억1694만원으로 전년(1억3401만원) 대비 1707만원 줄었다.

기업의 곳간을 의미하는 현금성 자산은 2018년 1033억원으로 2017년(1153억원) 대비 10.4%(120억원) 감소했다.

권오인 국장은 이와 관련,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은 악화됐다. 이는 방만 경영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재무건전성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초점을 두는 등 경영진의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한국쓰리엠은 배당금 문제 등과 관련,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혜정 한국쓰리엠 홍보팀 부장은 “한국쓰리엠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및 모든 배당금에 대한 원천징수세를 한국 세무당국에 성실히 납부하는 등 투명한 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배당과 관련된 한국 법규를 준수하고 있으며, 배당금은 법이 정한 한도 내에서 지급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사로부터 제조에 대한 노하우, 기술적 조언 등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대가로 지급하는 기술도입료는 객관적 요율(유사한 비즈니스의 기업군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행되는 Economy Valuation Report 상의 기술 지급액 산정 요율 구간 자료)로 지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민섭 기자 minseob0402@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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