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집주인 깜놀 시킨 고가주택 기준 ‘설왕설래’…“상승분 반영” vs “기준 유지” 팽팽
[이지 돋보기] 집주인 깜놀 시킨 고가주택 기준 ‘설왕설래’…“상승분 반영” vs “기준 유지” 팽팽
  • 정재훈 기자
  • 승인 2020.04.1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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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재훈 기자, 픽사베이
사진=정재훈 기자, 픽사베이

[이지경제] 정재훈 기자 = 집주인들을 깜짝 놀라게 한 고가주택 기준과 관련,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수직상승하면서 중위가격이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을 웃돈 탓이다. 중위가격은 주택 매매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하는 가격을 말한다.

중위가격 상승에 따라 고가주택 기준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가주택 기준인 실거래가 9억원은 세금이나 대출 등 정부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쓰여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면 고가주택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고공행진 중인 서울 아파트값에 따른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집값 상승분을 반영하면 향후 집값 하락 등이 발생했을 때 다시 낮춰야 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0일 KB국민은행 리브온이 지난달 발표한 월간주택동향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812만원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1월 정부의 고가주택 기준인 실거래가 9억원을 넘긴 이후 3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

중위가격은 모든 주택을 줄 세운 뒤 중앙에 위치한 가격만 따지는 만큼 시세 흐름을 판단하는 데 적합하다는 평가가 많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최근 3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2017년 5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이었다. 이후 가격이 폭등하면서 7억500만원(2018년 1월), 8억2975만원(2018년 9월)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에는 8억9751만원까지 상승했고 올해 9억원을 넘어섰다.

시가 9억원은 고가주택과 일반주택을 구분하는 기준이다. 때문에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서울 전체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인 고가주택이라는 의미가 된다. 다만 국민은행 시세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 방식이라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절반이 고가주택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은 조세나 대출 등 정부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일종의 데드라인이다.

고가주택 소유자라면 1주택자라도 실거래가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 양도소득세가 부과되며 취득세율도 3.3%를 적용받는다. 6억~9억원 사이 집(2.2%)보다 1.1%포인트가 높다.

이밖에 서울 등 규제지역의 9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축소된다. 또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하거나 매입하는 전세 세입자의 경우, 전세대출이 금지 및 회수되고 분양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중도금 대출이 막힌다.

사진=정재훈 기자,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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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문제는 중위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는 동안 고가주택 기준은 그대로라는 것이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2008년 12월 4억8084만원에서 9억원 이상으로 2배 가까이 오르는 동안 고가주택 기준은 10년 넘도록 9억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실에 맞게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올랐으니 고가주택 기준도 12억~13억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현행 9억원의 2배인 18억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의 고가주택 기준은 2008년 10월 정해졌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자 양도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6억원 초과였던 고가주택 기준을 9억원 초과로 상향 조정했다. 이때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4억8084만원이었고 고가주택 비율도 10%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고가주택을 넘어서면서 이론상 절반에 가까운 집 주인이 고가주택 보유자가 된 형국이다. 과도하게 세금·대출 등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서울 아파트 소유자의 경우, 세금 기준이 걸려 있어 불만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인구의 5분의 1이 밀집된 서울의 특징을 감안했을 때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구체적인 가격을 떠나 기준 상향에 대한 논의를 해볼 때는 됐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고가주택 기준 상향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고가주택 기준을 서울 아파트로 삼으면 착시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 아파트 기준으로는 중위가격이 고가주택을 넘어섰지만 단독과 연립을 포함한 종합 중위가격은 지난달 7억212만원이다. 또 전국적으로 주택 중위가격은 3억4016만원(전국 아파트 중위가격 3억6647만원)에 불과하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전국적으로 본다면 고가주택 기준인 9억원은 절대 낮은 수준이 아니다. 한 달에 100만원씩 모아도 100년 가까이 걸린다”라며 “고가주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징벌적 성격보다 자산을 소유한 것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서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의 아파트값이 크게 뛰어서 고가주택 대상자가 아니었다가 세금 등의 규제 대상이 된 것에 따른 문제”라면서 “전체적인 부동산 가격이 내리는 방향으로 가야지 고가주택 기준을 올리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고가주택 기준을 집값 상승에 따라 손댈 경우, 향후 이에 따른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도 신중론에 무게를 더한다.

장희순 강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주택 기준을 함부로 올렸다가 나중에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 그때는 다시 기준을 낮춰야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고가주택 기준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어떤 기준에 어떤 목적으로 올리는 것인지 명확하게 정의하고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정재훈 기자 kkaedol07@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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