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피아(금감원+마피아)’, 은행권 상임감사 독차지…시민사회 “공직자윤리법 보완 절실”
[이지 돋보기] ‘금피아(금감원+마피아)’, 은행권 상임감사 독차지…시민사회 “공직자윤리법 보완 절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4.1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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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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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주요 은행의 상임감사 자리를 독차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퇴직자가 금융사에 재취업하는 일명 ‘금피아(금감원+마피아)’ 관행이 근절되지 않은 탓이다.

일각에서는 억대 연봉을 손에 쥐어주기 위해 없는 자리를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의거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 상임감사직을 의무적으로 두지 않아도 되지만 자리를 만들어 돈 낭비를 하고 있다.

이에 금융노조와 시민사회단체 등은 공개 모집과 공시 의무화 등을 통해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공직자윤리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4일 이지경제가 7개(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SC제일‧한국씨티은행) 주요 은행과 6개(대구‧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지방은행 등 총 13개 은행의 사업보고서를 조사한 결과, SC제일과 경남은행을 제외한 11개 은행이 금감원 출신을 상임감사(11명)로 모셨다.

또 전북은행에는 금감원 출신(1명)이 감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13개 은행 중 11개 은행이 금감원 출신을 영입했다. 사실상 독식인 셈이다.

이에 금피아 모시기 관행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를 설치한 경우, 상임감사를 의무적으로 두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조사대상 중 11개 은행이 상임감사 자리를 만들어, 이들을 모시기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다.

금융회사에서 상임감사는 회계와 업무 전반에 대한 감사의 총책임자다. 뿐만 아니라 내부통제 에도 깊게 관여하고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도 맡는다. 급여 역시 억대 연봉을 받는 등 ‘알짜 중의 알짜’ 요직이다.

현재 금감원 출신 은행 상임감사(감사위원 포함) 모두 국장급 이상을 지낸 고위 공직자다.

은행별로 보면 주재성 KB국민은행 상임감사는 금감원 은행부문 총괄 부원장 출신이다. 허창언 신한은행 상임감사는 부원장보를 지냈다. 조성열 하나은행 상임감사는 금감원 제주지원장과 일반은행 검사국 국장을 역임했다.

금감원 출신 감사가 없었던 우리은행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장병용 전 금감원 국장을 상임감사로 선임했다. 장 상임감사는 금감원 지주서비스 팀장과 일반은행 검사국 팀장, 저축은행 감독국 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밖에 ▲농협은행 이익중 ▲씨티은행 정민주 ▲부산은행 장현기 ▲전북은행 서문용채, 신상균 ▲광주은행 송현 ▲대구은행 변대석 ▲제주은행 박용욱 등이 금감원 국장급까지 오른 뒤 퇴직한 인사들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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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

공직자윤리법을 교묘히 피해가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 자리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온다.

퇴직 고위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퇴직일부터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됐던 부서 또는 기관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기업에 취직할 수 없다.

조사 대상 은행들의 상임감사 등 감사위원들 역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퇴직 후 3년~5년차가 집중적으로 영입돼 전관예우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관련법 기한을 갓 넘긴 3년차에 재취업에 성공한 인사들은 ▲신한은행 허창언(금감원 부원장보)→2015년 퇴임, 2018년 상임감사 선임 ▲광주은행 송현(금감원 저축은행검사국장)→2014년 퇴임, 2017년 상임감사 선임 ▲대구은행 변대석(금감원 특수은행서비스국장)→2015년 퇴임, 2018년 상임감사 선임 등이다.

4년차는 ▲하나은행 조성열(금감원 일반은행검사국장)→2016년 퇴임, 2020년 상임감사 선임 ▲우리은행 장병용(금감원 저축은행감독국장)→2016년 퇴임, 2020년 상임감사 선임 등이다.

이어 5년차는 ▲제주은행 박용욱(금감원 소비자보호총괄국장)→2014년 퇴임, 2019년 상임감사 선임 ▲부산은행 장현기(금감원 국장, 신용회복위 사무국장 파견)→2012년 퇴임, 2017년 상임감사 선임 등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6년차 이상은 ▲국민은행 주재성(금감원 부원장)→2013년 퇴임, 2019년 상임감사 선임(6년) ▲전북은행 서문용채(금감원 기획조정국장)→2009년 퇴임, 2018년 감사위원 선임(9년) ▲씨티은행 정민주(금감원 기획조정국장)→2010년 퇴임, 2019년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9년) 등이다.

부작용

은행권이 금감원 출신 감사위원을 선호하는 까닭은 감독과 검사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감독당국 출신들은 재직 당시 감독국과 감사실 등을 거쳐 감독‧검사 분야에 전문성이 확실하다”며 “이들이 감사위원 업무를 수행하는데 검증된 인사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업무 적합성 외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 고위 공직자 출신인 감사위원의 인맥과 영향력을 활용해 금융당국과의 관계에서 ‘전관예우’ 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월 발표한 '금융당국 출신 인사와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 전체 금융회사 재직 임원 가운데 16.3%가 공직 경력을 가졌다. 공직 경력자 임원 중 66.2%는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 당국 출신 인사였다.

특히 금감원 출신 인사를 민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들일 경우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 감독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이 16.4%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대로 기재부나 한은, 금융위 출신 인사 영입 시에는 제재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전관예우 효과가 심화될 경우 금융당국의 감독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은행 재취업자들이 인맥을 활용해 영향력을 과도하게 행사할 경우, 감독‧검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권에서 이같은 부작용이 제대로 터져 나온 것이 2011년 저축은행 사태다. 당시 저축은행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들이 금감원을 상대로 로비를 하는 등 각종 비리가 드러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인해 당초 2급 이상에만 적용됐던 퇴직 후 취업 제한 대상이 4급 이상으로 대폭 확대됐다.

이에 피아로 인한 전관예우 관행을 깨고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감사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감사를 선임할 때 공개 모집을 통해 지원자를 받고 일반 시장에서도 선임과정을 알 수 있도록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며 “고위 공직자의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역시 부족하거나 허점이 있는 부분은 보완하는 등의 작업도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익명을 원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금융당국 퇴직자가 별다른 노력 없이 피감기관이었던 금융사의 고위 인사로 재취업하는 것은 사회 정의 측면에서 올바른 일이라 볼 수 없다“며 “금피아에 의한 전관예우 관행이 지속될 경우, 금융사는 더 영향력 있는 인사를 모셔오기 위해 혈안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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