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정년‧임피제 조정 ‘뜨거운 감자’…‘연장’ vs ‘청년 채용 악화’ 등 갑론을박
[이지 돋보기] 은행권, 정년‧임피제 조정 ‘뜨거운 감자’…‘연장’ vs ‘청년 채용 악화’ 등 갑론을박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5.26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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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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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에서 근로자의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임피제) 적용 연령 조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은 물론 국책‧특수은행이 임피제를 시행 중이다. 은행원들은 만 55~57세부터 임피제를 적용받아 매년 보수가 삭감된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이같은 임피제 적용 연령을 만 60세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노동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한 만큼, 은행원의 정년 역시 65세까지 연장하고 이에 맞춰 임피제 적용 시기도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권은 이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 그만큼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 또 가뜩이나 기형적인 인력구조가 더욱 악화될 수 있는 탓이다. 더욱이 고용 여건도 줄어 청년 채용의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9일 올해 임단협 교섭을 위한 산별중앙교섭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금융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20여 가지 항목을 제시했는데, 이 중 화두는 정년 및 임금피크제 적용 연령 연장이다.

금융노조는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노조가 지난 2012년부터 8년 째 요구해온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임피제 적용 나이도 현 55~57세에서 60세 이후로 늦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융노조는 그동안 임피제 적용 나이를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단 이번처럼 ‘60세 이후’라고, 명확하게 요구한 것은 처음이다.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60세에서 65세로 늦춰진 만큼 은퇴시기도 재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피제는 임금을 깎아서라도 고용 연장을 해주겠다는 취지인 만큼, 정년이 끝난 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금융노조의 정년연장 요구는 고령화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풀이된다. 현재 은행원 정년이 60세인데 국민연금 수령시기가 65세인 점을 고려하면, 은퇴 후 5년가량 소득이 없는 공백기를 맞이해야 하는 탓이다.

실제로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가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전인 50∼64세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애금융보고서에 따르면 퇴직자 중 36.4%는 일을 그만두면 당장 1년 이내에 형편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는 은행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 될수록 금융노조의 정년 연장의 목소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대다수 금융회사의 임피제 적용 시기는 50대 중후반이다.

더욱이 임피제를 적용받아 정년을 채운다 하더라도 막상 퇴직하게 되면 삭감된 임금 때문에 퇴직금도 만족스럽게 챙길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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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금융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년과 임피제 적용 연령이 연장되면 그만큼 은행의 인건비 부담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몸집 줄이기가 한창인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이다.

더욱이 은행권은 절반에 가까운 직원이 ‘책임자’ 이상의 직급인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보이고 있다. 정년이 늘어 상위 인원들이 빠져나가지 않는다면 이같은 구조는 점점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정부가 주문하고 있는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높은 직급과 연차에 걸 맞는 급여와 복리후생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되는 만큼 고용 여력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4일 발표한 ‘정년 연장이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에 미치는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10인 이상의 민간 사업체에서 정년연장으로 인한 수혜자가 1명 늘어날 때 15~29세 청년층 고용은 약 0.2명 감소했다.

특히 사업체의 규모가 클수록 정년 연장으로 인해 고령이 청년 고용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과 같은 1000인 이상 대기업에선 정년 연장으로 고령 고용이 1명 늘 때 청년 고용도 1명 감소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년연장은 일부 업종이나 한 기업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사회적인 합의와 공감대 형성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당장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임피제 적용 연령을 현재의 정년 이후로 늦추자는 것은 사실상 폐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년과 임피제 조정 문제가 노사 갈등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노조 지도부가 강성 기조를 보이고 있는 이유에서다.

금융노조 현 지도부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로 채워졌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 출신으로 지난해 국민은행 총파업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위원장의 바톤을 이어 받아 올해 국민은행지부 위원장으로 당선된 류제강 위원장은 후보자 시절 정년연장 및 임피제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런 만큼 올해 임단협은 적잖은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금융노조 측은 정년과 임피제 연장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익명을 원한 금융노조 관계자는 “일을 더 할 수 있는 나이의 근로자들이 너무 빠른 시기에 은퇴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과 문제점이 크다”며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현 상황을 고려해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이제 단순 논의만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이뤄져야 할 중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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