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은행권, 혁신 내세운 서비스 줄줄이 고배…‘무늬만’ 오명 벗으려면, 비용↓‧편의성↑
[이지 돋보기] 은행권, 혁신 내세운 서비스 줄줄이 고배…‘무늬만’ 오명 벗으려면, 비용↓‧편의성↑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6.0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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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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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은행권에서 ‘혁신’을 내세우며 추진한 서비스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각종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놨지만, 제대로 된 분석이나 짜임새 없는 추진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 2010년대부터 각종 아이디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금융 생태계 변화와 정부의 혁신금융 활성화 기조 정책에 발맞춰 시장 선도를 위해 경쟁적으로 나선 것.

그러나 서비스 중 일부는 제대로 된 활약도 펼치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시장분석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혁신이라며 경쟁적으로 내놨다가 문제가 발생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우리은행이 추진한 ‘드라이빙 스루 (Drive Thru) 환전’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패스트푸드 매장처럼 차에서 내리지 않고, 음식을 주문하듯 환전을 해결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깜깜무소식이다. 이 서비스는 금융위원회로부터 지난해 5월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돼 우리은행에서 향후 2년 동안 운영키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시작도 못해보고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환전소를 운영할 여건이 부족했던 탓이다.

당초 우리은행은 이 서비스를 공항 인근 등 환전 수요가 많은 곳에서 시행하려고 했으나 장소 확보에 실패했다. 궁여지책으로 본사 건물 지하주차장에 환전소를 마련하려 했으나, 보안과 인프라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했다.

실제로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해도 과연 소비자들이 은행 지하주차장까지 찾아가서 이용을 할지 미지수다.

IBK기업은행이 2011년부터 서비스 중인 ‘길거리 점포’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이 사업은 길거리 공중전화 부스를 리모델링해 ATM(현금자동입출금기)을 설치한 간이 점포로 만든 서비스다.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점포수가 많지 않은 기업은행이 노후 공중전화 부스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KT링커스와 손잡고 추진한 것이다. 전국에 2000대가 설치되는 등 의욕적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저조한 이용률과 수익성으로 현재는 거의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금융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은행 점포를 직접 갈 일이 줄어든 환경이 조성되자, 길거리점포 역시 역할을 잃은 것이다.

때문에 2000대에 달했던 길거리점포는 이후 지속적으로 줄다가 2017~2018년 대거 정리되면서 현재는 800대 가량 남아있다. 그동안 기업은행은 16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떠 앉았다. 시장 흐름과 미래 변화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한 결과물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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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

이같은 실패 사례가 앞으로도 계속 나올 가능성도 높다. 정부가 혁신금융을 정책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은행권 역시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출시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사회에 언택트(비대면) 열풍이 불면서, 이와 관련된 상품‧서비스가 최근 몇 달간 말 그대로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제대로 된 조사와 준비가 없다면 실패를 되풀이할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추진되는 언택드 관련 상품과 서비스들은 기존의 비대면 추세에 맞게 준비돼 왔던 것들”이라면서도 “코로나19로 단기간 많은 서비스가 출시된 만큼 관리 및 유지가 복잡할 수 있어 이에 유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금융 상품‧서비스의 혁신은 가격 경쟁력 강화와 편의성 증대가 관건이다.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줄이고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성공을 판가름할 수 있는 열쇠인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은 물론이고 다른 업종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한 혁신 서비스를 보면 대부분 이를 따르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톡은 과거 이동통신 3사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 요금을 받을 때, 무료 메신저 서비스를 들고 나와 빠르게 성장해 현재는 국민 플랫폼의 위치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문자메시지 요금을 없앤 것도 톡톡한 성과다.

은행권의 모바일뱅킹이 빠르게 대세가 될 수 있었던 까닭도 접근성과 편의성, 그리고 비용 절감에 있다. 현재 대다수 은행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출금과 이체 등은 수수료를 면제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송금의 수수료가 저렴해진 것 역시 디지털 혁신이 낳은 성과다. 기존 은행의 해외송금 수수료는 1만원대에 달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서 이를 5000원으로 낮췄고, 송금 시간도 단축했다. 그 결과 현재는 대부분의 은행에서도 2년~3년 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해외송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모두 편의성을 개선하고 수수료를 깎은 결과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혁신이란 더 싸고 빠르고 편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디지털 혁신을 통해 수수료를 낮추는 경쟁은 전체 금융산업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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