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영희 어머니도 은행 VIP 대접 받을 수 있을까?…1억이면 우대금리 등 혜택 즐비
[이지 돋보기] 영희 어머니도 은행 VIP 대접 받을 수 있을까?…1억이면 우대금리 등 혜택 즐비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6.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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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영희네 어머니가 은행에서 1만원권 지폐를 100장씩 총 625묶음 찾아오셨다. 이때 영희 어머니께서 가져온 돈은 모두 얼마인가?”

위 문제는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수학 문제집에 나온 것이라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단순 계산하면 정답은 6억2500만원.

다른 해석도 나온다. 네티즌들이 “지점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쫓아 나온다”고 풀이한 것.

어른의 자본주의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재미있는 해석이다.

반론도 있다. 자산이 수조원에 달하는 은행의 잘 나가는 지점장이 고작 6억원을 인출한 개인고객 때문에 그렇게 비굴해지겠냐는 의견이다. 적어도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는 돼야 저 정도 대접(?)을 받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과연 실제 상황이라면 어떨까? 6억원이 아니라 1억원만 현금으로 인출해도 영업점 분위기가 뒤숭숭해진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 영업점에서 실제로 현금 6억원을 한꺼번에 인출할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이 정도 금액을 인출한다고 찾아온다면 지점장이 꽤 당황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어 “6억원까지 필요도 없이 1억원만 인출한다고 해도 직원이 인출 사유를 되묻고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유하는 등 영업점 분위기가 뒤숭숭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등급

실제로 은행권은 개인 VIP고객의 기준을 현금 자산 1억원 안팎으로 세워두고 있다. 다른 조건들을 만족한다면 이보다 더 낮아도 가능하다. 수십억원대의 자산가만 VIP가 될 수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게 의외로 만만(?)한 것.

24일 이지경제가 4대(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시중은행의 고객 등급 제도를 조사한 결과, ▲KB국민은행 ‘KB스타클럽’ ▲신한은행 ‘Tops Club’ ▲하나은행 ‘손님우대서비스’ ▲우리은행 ‘우리가족 우대서비스’ 등의 이름으로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공통점은 고객의 거래실적을 종합, 점수화 해 점수별 등급을 부여하고 이에 따라 우대서비스를 차등화 해 제공한다는 점이다.

은행별 가장 높은 고객 등급의 명칭은 ▲KB국민은행 ‘MVP스타’ ▲신한은행 ‘프리미어’ ▲하나은행 ‘Hana VIP’ ▲우리은행 ‘프레스티지’ 등이다.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해당 등급을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현금 1억원 이상을 은행 입출금 통장에 넣어놓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의 ‘MVP스타’ 등급이 되기 위해서는 은행 내부 점수인 KB평점이 1만점 이상이고 총 자산이 3000만원 이상 이어야 한다. 점수는 거래실적마다 다르게 부여되는데, 가장 높은 가점을 받는 항목이 입출금예금 잔액 10만원당 10점이다.

즉, 잔액이 1억원 이상이면 최고 등급 조건을 바로 만족하는 것이다. 6억원을 넘게 인출한 영희네 어머니는 확실히 VIP고객이 맞다.

정기예금이나 적금은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이 필요하다. 일례로 하나은행의 경우 보통예금의 점수는 10만원당 10점이지만, 예‧적금 잔액으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100만원당 20점으로 훨씬 낮다. 국민은행도 10만원당 4점을 부여한다.

이밖에 모든 은행이 대출과 외환거래, 주거래이체건수, 거래기간, 보유 상품 등에서 대동소이한 비중의 점수를 부여하고 있었다.

혜택

은행 VIP고객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다양하다. 각종 수수료 면제는 물론이고 우대금리를 제공하거나 무보증, 비대면 무서류로 신용대출을 해주는 경우도 있다.

또 영업점에 비치된 대여금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 등의 행사에 초청되기도 한다. 이밖에 경조사 지원과 면세점, 문화‧여가 분야에서의 할인‧우대, 전용 포인트 쇼핑몰 이용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무엇보다도 은행 방문 시 VIP룸에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VIP룸이 설치된 영업점이라면 대기 시간 없이 빠르고 쾌적하게 업무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고객에게 가장 체감되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VIP고객이 단순히 자산가들만을 위한 등급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수한 거래 실적을 보유한 고객들을 우대하기 위한 것으로, 꾸준히 오랜 기간 주거래은행을 사용하고 가족결합 등의 혜택을 활용하면 조건을 달성하기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여와 카드결제액, 공과금 등의 이체실적이나 은행과 거래한 기간, 거래한 상품 수 등 자산과 관계없는 부분에서도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가족의 거래 실적을 합산해 등급을 부여하는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VIP 혹은 한 단계 아래 등급의 조건을 달성하는 것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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