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금융권, ‘포용’에서 ‘뉴딜’까지 각종 정책금융 동참 선언…지속 가능성은 “글쎄요”
[이지 돋보기] 금융권, ‘포용’에서 ‘뉴딜’까지 각종 정책금융 동참 선언…지속 가능성은 “글쎄요”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09.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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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사진=뉴시스, 픽사베이

[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금융권이 문재인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발맞춰 각종 금융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이 적극적인 자세지만 이같은 기조를 계속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팽배하다. 그동안 정부의 금융 정책 방향에 맞춘 사업을 추진하거나 관련 상품을 내놨지만 열기가 금세 식어버리는 모습을 보여 왔던 탓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KB, 신한, 우리, 하나, 농협금융) 금융그룹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뉴딜금융’ 활성화에 동참을 선언했다.

뉴딜금융은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향후 5년간 뉴딜 프로젝트나 관련 기업들에게 대출·특별보증 등을 통해 100조원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책금융기관의 연간 자금공급액 중 뉴딜분야 공급 비중을 지난해 8.4%에서 오는 20205년 12%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혁신기업 1000’ 선정 시 ‘뉴딜 테마’를 신설해 뉴딜분야 기업에 중점 지원한다. 올해 4분기 중 선정 예정인 168개+α(알파) 혁신기업 중 일정 수준(예: 60% 이상)을 뉴딜 관련 기업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여기에 5대 금융을 중심으로 한 민간 금융회사들도 뉴딜 프로젝트나 기업들에 약 70조원의 자금을 공급할 계획이다. 신한금융이 26조원의 지원 방안을 내놨고, 국민‧우리‧하나‧농협금융 등도 각각 10조원을 공급키로 했다.

이 자금으로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등 분야에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대출과 금융투자 등 뉴딜 관련 특화상품을 만들어 내놓겠다는 계획도 나온다.

흐지부지

금융권이 정부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부정적인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금융권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출범 당시 표방한 ‘녹색금융’, ‘창조금융’에 발맞추며 관련 상품을 대거 출시한 바 있다.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전국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여신금융협회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녹색성장위원회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함께 '녹색금융협의회'를 창립했다.

이후 금융권은 환경과 연계된 다양한 녹색 관련 예·적금, 대출, 펀드 상품을 앞 다퉈 내놨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도 청년창업 지원 및 창의인재 육성 등에 초점을 맞춘 창조금융예금과 '통일 대박' 정책에 발맞춘 각종 금융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상품들은 해당 정권이 교체되면서 곧 판매가 종료돼 현재는 흔적만 남은 상태다.

이밖에도 정권이 교체되면서 추진 동력을 잃은 사례는 많다. 2016년 금융위의 주도 하에 시중은행에 도입했던 성과연봉제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자취를 감춘 것이 대표적이다.

같은 해 3월 등장한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역시 이른바 ‘만능통장’이라 불리며 출시 한 달 만에 가입자 120만 명을 넘어서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후 관심이 급속도로 식으며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ISA는 올해 들어서야 다시 활용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룸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 관련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력

문재인 정부 들어 초창기 의욕적으로 행해졌던 ‘포용적 금융’마저도 관심도가 낮아진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은행권의 중금리 대출을 들 수 있다.

중금리 대출은 연 10% 안팎의 대출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주로 취급하는 상품이다. 은행권에서는 이전까지 리스크가 높은 중금리 대출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포용적 금융의 일환으로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천명하자 은행권도 태도를 바꾸고 앞 다퉈 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이에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중금리 대출(연 5~10%) 취급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평균 17.5%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말에는 5.9%까지 3분의 1로 추락했다.

이렇듯 정부의 정책에 동참해 막대한 자금 지원을 뒷받침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거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금융권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책금융 상품 가운데 정권이 바뀌더라도 살아남는 사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수의 상품은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난 뒤 정부와 고객은 물론 은행의 관심 부족으로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시적이거나 일회성이 아닌 장기적인 수명을 갖춘 정책금융이 나올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업의 신뢰도 제고 등을 위해서라도 지속성을 갖춘 금융서비스 및 상품들이 나와야 한다”며 “관치의 성격에서 탈피해 정부는 방향만 제시하는 등 마중물 역할만 수행하고, 시장의 자율기능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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