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깡통통장’ 전락한 ISA, 부활 노린다는데…바닥 기는 ‘수익률’ 등 전망 불투명
[이지 돋보기] ‘깡통통장’ 전락한 ISA, 부활 노린다는데…바닥 기는 ‘수익률’ 등 전망 불투명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0.12.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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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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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만능통장으로 불리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깡통통장으로 전락했다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실제로 출시 초기만 해도 4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이후 관심이 줄면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최고 24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200만명선도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은 수익률과 혜택이 매력적이지 않은 탓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ISA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개선 작업에 나서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전망은 부정적이다. 금융 소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에서 운영하는 ISA의 가입자수는 올 10월 말 기준 195만6065명이다. 전년 동기(210만682명) 대비 6.9%(14만4617명) 감소한 규모다. 가입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2016년 11월(240만5863명)과 비교하면 4년 동안 18.7%(44만9798명)가 빠졌다.

ISA는 2016년 3월 저금리‧고령화시대에 국민의 종합적 자산관리를 통한 재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상품이다. ISA 통장 하나만 있으면 예금과 적금, 파행결합증권(ELS),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이른바 만능통장으로 불렸다.

더욱이 투자수익 200만원까지 세금이 적용되지 않고 그 이상은 9.9%의 분리과세만 적용돼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관심도 상당했다. 일반 투자 상품에 15.4%의 세율이 적용되는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비과세 혜택이었던 것.

이에 출시 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첫 달인 2016년 3월 한 달 동안 120만4225명이 가입했고, 같은 해 11월 240만5863명에 도달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2016년 12월 239만778명으로 감소세로 전환된 이후 지속 하락하고 있다. 출시 1년째인 2017년 2월 말에는 234만7867명으로, 그해 말에는 211만9961명으로 줄어들다가 올해 200만선이 붕괴됐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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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ISA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수익률과 혜택이 소비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언뜻 보기에는 화려해 보이는 혜택이 실질적으로 소비자에게 체감되지 않은 것이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 두 종류로 나뉜다. 신탁형은 소비자 본인이 직접 자산운용을 하는 방식이고, 일임형은 금융회사에 돈과 운용권한을 전면 맡긴다.

신탁형은 본인이 운용하는 만큼 수수료가 일임형보다 낮다. 이에 대다수 가입자가 이를 선택했다. 실제로 10월 기준 전체 ISA 가입자(195만6065명) 중 신탁형을 선택한 비중은 88.7%(173만5095명)에 달한다.

신탁형은 가입자들이 고위험‧고수익 투자 대신 안전을 선호한다. 신탁형 ISA에 가입한 총 금액 5조8868억원 가운데 예‧적금에 83.4%(4조9108억원)이 몰려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사실상 가입자 대부분이 ISA를 예금통장 비슷하게 쓰는 것이다.

예금통장으로 쓰고 있지만 금리는 바닥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ISA를 취급하는 국내 13개 은행의 이달 ISA 전용 예금에 책정하고 있는 금리는 평균 연 0.86%에 불과하다. 올해 1분기 말(1.29%)보다 0.43%포인트 하락한 수준으로 1%도 채 안 된다.

통상적인 예금이나 적금보다 낮은 수치다. 보통의 예·적금보다 ISA 예금에 돈을 맡겼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자 수익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여기에 수수료까지 붙으면서 일반 예‧적금 상품보다 낮은 수익률이 찍힐 수도 있다.

비과세 혜택 효과도 생각보다 체감이 덜하다. ISA 가입자(서민형 가입자 제외)는 연 2000만원 한도로 5년 간 최대 1억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이때 수익의 200만원까지는 비과세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이자 수익이 200만원 생겼으면, 이자 소득세 15.4%에 해당하는 30만8000원을 절약할 수 있는 것.

다만 이는 이론적일 뿐 실상은 다르다. 전 금융권 ISA 가입자들의 평균 투자금액은 1인당 300만원 안팎이다. 10%의 수익률을 낸다고 해도 수익금은 30만원 가량이고, 비과세 혜택은 4만6200원에 불과하다. 거창한 간판과는 다르게 실제 혜택은 쥐꼬리인 셈이다.

더욱이 투자금을 마음대로 뺄 수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본 5년간 돈을 묶어놔야 하는데다가 초창기에는 중도인출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 또 중도해지하게 되면 세제혜택이 무효가 돼 그동안 받은 혜택을 토해내야 했다.

때문에 ISA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입의 제한과 비과세 혜택의 한도를 없애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김보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보다 앞서 ISA를 도입한 일본은 4년 만에 총계좌수 1100만개에 도달하는 등 성공적으로 정착했다”며 “가입대상에 제한이 없고 투자 상품 수익에 전면 비과세 혜택을 제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요구에 맞춰 개선을 추진 중이다. 가입문턱을 낮추고 자금운용이 더욱 탄력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방향이다.

현재 소득이 있는 사람에 한했던 ISA 가입 대상을 국내 성년 이상 모든 거주자로 확대한다. 또 의무가입 기간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줄어든다.

아울러 지금까지는 펀드 형태로만 투자할 수 있었지만 내년부터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주식시장에 상장된 개별 주식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비과세 한도는 그대로인 만큼 개선의 효용성에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익명을 원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입대상이 완화되고 운용범위가 확대된 만큼 가입자 수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ISA 투자자 대부분이 예금 등에 자금을 넣는 만큼 개별 주식 거래 허용 등의 개선책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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