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돋보기] ‘뺏기지 않으면 빼앗긴다’…오픈뱅킹 경쟁, 제2금융권 참전에 ‘후끈’
[이지 돋보기] ‘뺏기지 않으면 빼앗긴다’…오픈뱅킹 경쟁, 제2금융권 참전에 ‘후끈’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1.01.11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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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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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 문룡식 기자 = 오픈뱅킹으로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2차전에 돌입했다.

그동안 은행권과 핀테크 업계만 참여하던 오픈뱅킹이 증권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까지 범위를 확대한 까닭이다.

오픈뱅킹은 한 개의 서비스를 통해 여러 금융 계좌를 한 번에 관리할 수 있다. ‘주거래 은행’의 개념이 약해지는 것이다. 때문에 은행들은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경쟁을 벌여 왔다.

여기에 제2금융권까지 가세함에 따라 경쟁의 강도가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잇따라 오픈뱅킹 기능 개편‧강화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증권사 13곳과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 5곳, 우체국이 지난달 22일부터 오픈뱅킹 서비스에 나섰다. 저축은행과 카드사 등도 합류가 예정돼 있는 등 제2금융권의 오픈뱅킹 진출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뱅킹은 하나의 어플리케이션(앱)으로 다른 금융사 계좌의 조회‧이체‧출금 업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 2019년 10월 은행권 공동으로 시범 서비스를 거쳐 같은해 12월18일 핀테크 업계까지 포함해 정식 도입됐다.

여러 은행의 모바일뱅킹 앱을 일일이 설치할 필요 없이, 소비자가 가장 쓰기 편하고 기능이 좋은 하나의 앱만 선택하면 모든 은행의 계좌를 볼 수 있다. 핀테크 사업자들은 은행과 따로 제휴를 맺지 않고도 은행의 결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같은 혁신성과 편리함에 오픈뱅킹은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오픈뱅킹 누적 가입자 수는 5894만명, 누적 이용건수는 24억4000만건에 달한다.

오픈뱅킹이 대중화되자 은행들은 모바일뱅킹 앱 개선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한 서비스를 통해 여러 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게 된 만큼,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고객들을 두고 열린 경쟁을 해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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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

제2금융권이 오픈뱅킹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주도권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 진입자인 제2금융권에서 오픈뱅킹 진출 효과로 얻을 수 있는 성장 잠재력은 높다. 은행 대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접근성을 메꿀 수 있는 수단으로 오픈뱅킹을 활용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오는 3월 참가가 예정된 저축은행은 시중은행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지 않더라도 사용하는 은행 앱을 통해 저축은행 계좌를 관리할 수 있게 되는 점은, 저축은행 입장에서 고객 접촉을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즉 제1금융권의 고객을 흡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

더욱이 저축은행은 통상 은행보다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한다. 오픈뱅킹으로 처리할 수 있는 주요 업무가 예금 쪽에 집중돼 있는 만큼, 금리 경쟁력은 신규 고객 확보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은행들은 신규 고객 유치는 물론이고, 기존의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한 노력도 중요해졌다.

금리 경쟁력이 약한 은행들이 선택한 전력은 앱 강화다. 모바일뱅킹 앱의 기능과 편의성 등이 오픈뱅킹 지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수준 높은 모바일 플랫폼을 구축해 이용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은행들은 최근 앱을 개편하고 오픈뱅킹 기능의 편의성을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5월 모바일뱅킹인 ‘KB스타뱅킹’을 대폭 업그레이드했다.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은 하반기 오픈뱅킹을 앱 전면에 내세우는 개편 작업을 단행했다. 신한은행은 오픈뱅킹을 통해 간단하게 이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밖에 NH농협은행은 금융자산 수준을 연령대·지역별로 비교할 수 있는 ‘내 금융생활 비교’ 서비스를 내놨으며, SC제일은행은 고객이 보유 중인 다른 은행 금융상품 계좌 정보와 통장 실시간 거래내역을 조회할 수 있는 ‘은행권 통합계좌정보 서비스’를 개발했다.

단순히 한 개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뱅킹앱을 넘어서, 종합자산관리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 경쟁력에서 타 업권에 우위를 점할 수 없는 만큼, 은행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디지털 역량을 활용해 플랫폼 경쟁력을 키워 소비자들을 확보하는 전략이 이뤄지는 것”이라며 “플랫폼을 이용하는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에서 오픈뱅킹에 최초 가입한 고객에 커피 쿠폰을 주는 행사를 이달 31일까지 진행한다. 앞서 KB국민은행은 첫 타행계좌 등록자 50여명에 현금 100만원씩 제공하는 행사를 지난달까지 진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의 오픈뱅킹 참여가 긍정적인 변화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했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디지털금융연구센터장은 “제2금융권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비과세 혜택 등을 이용해 여타 업권의 고객을 유인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오픈뱅킹 기반 신사업에 선제 진입 시 시장선점에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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