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손에 기름 냄새 ‘쭉’ 밴다…셀프주유소 급증
운전자, 손에 기름 냄새 ‘쭉’ 밴다…셀프주유소 급증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02.2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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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481곳, 39% 비중…10년새 603% 늘어
경쟁치열 탓…“살아나기 위한 주유소의 자구책”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국내 주유소들이 살아나기 위해 셀프주유소로 대거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프주유소는 주유시 사은품 등을 지급하지 않고, 임금 등 고정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기름값이 일반주유소보다 저렴하다. 다만, 고객이 직접 주유를 하기 때문에 혼유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주유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여기에 고객의 손에 기름 냄새가 배기도 한다.

23일 (사)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재 전국 영업주유소는 모두 1만1371곳으로 이중 4481곳(39.4%)이 셀프주유소다.

2011년 폐업한 성남대로 가천대역 인근에 있는 주유소. 사진=정수남 기자
2011년 폐업한 성남대로 가천대역 인근에 있는 주유소. 사진=정수남 기자

이는 국내외 유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2011년 말 현재 1만2901곳, 637곳(4.8%)보다 급증한 것이다. 10년 사이 주유소는 11.9%(1530곳) 감소한 반면, 셀프주유소는 603%(3844곳) 증가한 셈이다.

같은 기간 연간 폐업 주유소 역시 118곳에서 131곳으로 늘었다.

이는 유가가 급등했지만, 주유소간 경쟁이 치열해진데 따른 것이다. 정부가 1990년대 중반 주유소간 거리 제한을 없애고, 유가 공시제도에서 유가를 주유소 자율에 맡겨서다.

이로 인해 지난 10년간 폐업 주유소는 1530곳으로 집계됐다.

서울 송파대로 지하철8호선 문정역 구간에서 성남대로 분당선 가천대역까지 4.8㎞에는 모두 9개의 주유소가 성업했다. 현재 남은 7개 주유소 가운데 4곳이 셀프주유소다. (위부터)최근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송파구 주유소와 2010년대 중반 전환한 성남대로 주유소. 사진=정수남 기자
서울 송파대로 지하철8호선 문정역 구간에서 성남대로 분당선 가천대역까지 4.8㎞에는 모두 9개의 주유소가 성업했다. 현재 남은 7개 주유소 가운데 4곳이 셀프주유소다. (위부터)최근 셀프주유소로 전환한 송파구 주유소와 2010년대 중반 전환한 성남대로 주유소. 사진=정수남 기자

실제 국내 주유 업계의 현황을 대표하는 곳이 서울 송파대로 지하철8호선 문정역 구간에서 성남대로 분당선 가천대역까지 4.8㎞ 구간이다. 이곳에는 모두 9개의 주유소가 성업했다.

다만, 국내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2011년부터 이 구간에 있던 2곳의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당시 이들 주유소는 모두 일반주유소였다.

그러다 정부가 2011년 유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주유소를 만들자, 이들 7개 주유소 가운데 1곳이 셀프주유로소로 전환했다. 여기에 지난해 코로나19로 석유제품 소비가 줄자 이중 3곳이 또 셀프주유소를 택했다.

현재 이 구간 7곳 중 57%가 셀프주유소다.

2000년 국내 주유소의 월판매는 1084드럼에서 2010년 979드럼으로 9.7%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주유소가 1만373곳에서 1만3004곳으로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주유소의 매출은 더 나쁘다는 게 협회 분석이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한 일반주유소는 주유고객이 줄자 비용절감을 위해 최근부터 일욜일에 문을 닫는다. 사진=정수남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한 일반주유소는 주유고객이 줄자 비용절감을 위해 최근부터 일욜일에 문을 닫는다. 사진=정수남 기자

주유소협회 박동희 차장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연간 100곳 이상의 주유소가 문을 닫는다”면서도 “주유소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 국내 주유소의 절반 이상이 국내 주유소의 월 평균 매출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셀프주유소는 살아나기 위한 주유소의 자구책이다. 앞으로 국내 셀프주유소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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