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내수 ‘부익부 빈익빈’ 가중…대형차·SUV ‘질주’ 對 경소형차 ‘후진’
車내수 ‘부익부 빈익빈’ 가중…대형차·SUV ‘질주’ 對 경소형차 ‘후진’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03.24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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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그랜저 4년 연속 국산차 판매 1위…벤츠 E시리즈 3년 연속 ‘탑’
작년 경소형차판매, 10년전比 24%↓…큰차 선호현상·車업체 전략탓
청년취업난·소득불균형도 작용…“좋은 그림 아니다. 특별 대책 없어”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 현대자동차 그랜저 對 메르세데스-벤츠 E 250.
지난해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 각각 1위에 오른 모델로, 모두 대형 차량(배기량 200㏄ 이상)이다.
이중 그랜저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국산차 내수 1위에 올랐다. 이 기간 벤츠 E 시리즈는 2017년을 제외하고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차량 가격은 그랜저가 3000천만원대 초반부터 4000만원대 초반, E 250이 6300만원이다. 여기에 옵션(선택 사양)이 추가되면 이들 차량 가격은 더 오른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국산차 판매 1위에 오른 현대차 대형 세단 그랜저. 그랜저는 올해 1∼2월에도 판매 1위를 달렸다. 사진=정수남 기자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국산차 판매 1위에 오른 현대차 대형 세단 그랜저. 그랜저는 올해 1∼2월에도 판매 1위를 달렸다. 사진=정수남 기자

국내 신차 판매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한국수입차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경소형차(1600㏄ 미만) 판매는 국산 차량이 전년대비 10.8%, 같은 기간 2000㏄ 미만(중형) 수입차 판매는 1% 포인트 각각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 대형차급 판매는 15.7%, 수입 대형차급 판매 역시 1%포인트 늘었다.

이 같은 ‘큰 차’ 선호 현상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심해졌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국산차 내수는 139만3999대로 전년(115만4483대)보다 20.7% 늘었다. 당시 각 차급 판매 비중은 경차가 11.6%, 소형차 27.2%, 중형차 22.7%, 대형차 14.8%,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7.9%로 각각 집계됐다.

그러다 2011년 국산차 내수(147만4552대) 비중은 각각 15.3%, 23.6%, 20,4%, 17.3% 19.3% 등으로 대형차와 SUV가 선전하기 시작했다.

2015년 국산차의 국내 판매(158만9393대) 가운데 경차는 10.9%, 소형과 중형은 각각 13.1%, 대형은 11.7%, SUV는 34.5% 판매 비중을 각각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고가인 SUV 판매가 크게 늘면서, 다른 차급 판매가 모두 감소했다.

벤츠 E 시리즈 역시 2010년대 초 수입차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하다, 이후 디젤 차량에 밀려는 고전했다. E시리즈는 2018년부터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벤츠 E 300. 사진=정수남 기자
벤츠 E 시리즈 역시 2010년대 초 수입차 연간 판매 1위를 차지하다, 이후 디젤 차량에 밀려는 고전했다. E시리즈는 2018년부터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벤츠 E 300. 사진=정수남 기자

이어 지난해에는 각각 7.1%, 8.1%, 12.3%, 19.8%, 44.6% 등 고부가가치 차량인 대형차와 SUV 판매가 많았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1∼2월 국산차 판매(21만8285대) 가운데 경차 7.8%, 소형 8%, 중형 10.9%, 대형 17.6%, SUV 55.8%의 판매 비중을 각각 기록했다.

수입차의 경우 전년대비 판매 성장세가 20% 이상 급증하기 시작한 2012년(13만858대) 2000㏄ 미만 차량의 판매 비중은 49.4%, 2000㏄ 이상은 50.6%를 각각 보였다.

수입차 판매 비중은 2015년(19만6359대) 2000㏄ 미만 62.5%, 2000㏄ 이상 37.5%, 지난해(24만4780대) 2000㏄ 미만 65.9%, 2000㏄ 이상 32.8%를 각각 찍었다.

올해 2월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4만4611대) 역시 전년과 비슷한 비중을 나타냈다.

이 처럼 고가의 차량이 판매가 높은 배경에는 국내외 완성차 업체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차량을 팔아야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실제 경차(배기량 1000㏄ 미만) 한대를 팔면 마진이 5% 정도라는 게 한 완성차 업체 영업사원의 말이다.

완성차 업체가 경차 한대를 판매해 생산비와 물류비, 급료 등 부대비용을 제하고 나면 손해라는 게 이 관계자 지적이다. 경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셈이다.

국내 경차 ‘빅3’ 가운데 하나인 쉐보레 스파크는 2011년 전년대비 판매가 13.5%(5만6184대→6만3763대) 증가했지만, 지난해 판매는 전년보다 18.5%(13.5%(3만5513대→2만8936대) 줄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국내 경차 ‘빅3’ 가운데 하나인 쉐보레 스파크는 2011년 전년대비 판매가 13.5%(5만6184대→6만3763대) 증가했지만, 지난해 판매는 전년보다 18.5%(13.5%(3만5513대→2만8936대) 줄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이로 인해 현대차는 1998년 기아차 인수 후 경차에서 손을 뗐으며, 현재 국산차 가운데 경차는 기아차의 모닝과 레이, 한국GM 쉐보레 스파크가 전부다. 수입 경차는 1000㏄ 벤츠 스마트 포투밖에 없다.

이처럼 고객의 선택의 폭이 좁은 점도 경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아울러 청년실업률이 높은 점도 경소형차 하락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 차급의 차량은 20∼30대의 사회 초년생이 엔트리카(생애 첫차)로 대부분 구입하고 있지만, 청년취업난이 심화되면서 판매에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청년 실업률은 2009년 7.6%, 2011년 6.5%로 소폭 줄었지만, 2015년 8.4%, 지난해 9%로 뛰었다. 올해 2월국내 청년실업률은 10.1%로 1997년 외환위기 직후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들 기간 가운데 2011년(3.4%)을 제외하고 청년실업률은 전체 실업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아울러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차 판매의 편중 현상을 견인했다.

2009년 전국 가구의 가처분소득(344만2800원) 기준 상대적 빈곤율은 15.2%로 전년 대비 0.2%포인트 늘었다. 상대적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50% 미만인 계층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다.

현대차는 1998년 기아차 인수 후 경차를 기아차에 몰아주고, 2015년에는 자사의 고급브랜드로 제네세스를 선보이는 등 고부가가치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제네시스 첫 SUV GV80.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차는 1998년 기아차 인수 후 경차를 기아차에 몰아주고, 2015년에는 자사의 고급브랜드로 제네세스를 선보이는 등 고부가가치 전략을 적극 구사하고 있다. 제네시스 첫 SUV GV80. 사진=정수남 기자

이듬해 국내 월평균 가계소득은 363만2000원이었지만, 이중 저소득층(1~2분위) 소득증가율 8.5~8.8%가 고소득층(4~5분위) 증가율 4.4~5.4%를 앞질렀다. 2015년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으로 전년대비 모든 분위에서 증가했다. 이중 1분위(4.9%)가 가장 높고, 5분위(0.6%)가 낮았다.

다만, 1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높아도 가처분 소득은 상대적으로 5분위보다 낮다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실제 월평균 가계 소득이 516만1000원으로 증가한 지난해 4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64만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 증가에 그쳤지만, 소득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2만6000원으로 2.7% 늘었다.

1분위 처분가능 소득 역시 같은 기간 137만6000원으로 2.2%, 5분위 처분가능 소득은 789만5000원으로 2.3% 각각 늘었다. 1분위의 가처분 소득은 5분의 17% 수준이다.

현대차가 고급차 제네시스와 펠리세이드 등 SUV판매에 열을 내는 이유이다.

수입 SUV 판매 1위인 2000㏄ 폭스바겐 티구안은 차량 가격이 4242만원부터 4835원이다. 같은 배기량의 국산 SUV 1위인 현대차 투싼 가격은 2435만원부터 3567만원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수입 SUV 판매 1위인 2000㏄ 폭스바겐 티구안은 차량 가격이 4242만원부터 4835원이다. 같은 배기량의 국산 SUV 1위인 현대차 투싼 가격은 2435만원부터 3567만원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소득의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점도 자동차 구입의 쏠림 현상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산차 5사 가운데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내수도 희비가 갈리고 있다.

각각 업계 1, 2위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내수(114만4077대)는 2010년 국산차 판매(146만5430대)에서 78% 비중을 차지했으나, 지난해(161만1360대)에는 134만254대를 팔아 83.2% 비중을 각각 기록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는 이와 관련, “좋은 그림은 아니다”면서도 “현대기아차로 쏠림현상이 심해졌지만, 한국GM과 르노삼성 등은 OEM(주문자상표부착) 업체로 전락해 특별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정의선 회장 체제를 구축하면서 발빠르게 대처하는 등 올해에만 10여종의 순수전기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면서도 “반면, 한국GM은 4분기에 볼트 전기차보다 상위 트림을, 쌍용차는 당초 상반기에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현재 회사 상황을 고려하면 이마저도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박노진 쉐보레동서울대리점 대표는 “지역에 따라 판매 차량에 큰 차이가 있다. 광진구처럼 서울 외곽지역은 스파크나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 등을 찾는 고객이 많다”면서 “지역별로도 부의 편중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 교수는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현대기아차가 40%, 후발업체가 40%, 수입차가 20% 비중을 각각 가져 가는 게 이상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는 각 업체가 건전한 경쟁을 통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비율이라는 것이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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