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 기획②] 코로나19 後, 산업 생태계 ‘확’ 바뀐다
[이지경제 기획②] 코로나19 後, 산업 생태계 ‘확’ 바뀐다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1.04.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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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家, 건전성‧수익성 하락…빅테크 진출, 판도 변화

[글 싣는 순서]
①유통家, 온라인채널 수요지속…오프라인, 차별화 제시
②은행家, 건전성‧수익성 하락…빅테크 진출, 판도 변화
③IT·전자·통신, 코로나19 후 전략 마련에 전력 투구 中
④증권家 ‘역대 최고’ 호황…‘머니 무브’에 올해도 순항
⑤자동차, 온오프 판매와 EV·내연기관차 당분간 혼재(끝)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전망은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금융 기업 이미지. 사진=문룡식 기자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전망은 기대감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신한금융, KB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NH금융 기업 이미지. 사진=문룡식 기자

[이지경제=문룡식 기자] 코로나19 이후를 바라보는 은행권의 전망은 기대감보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더 높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은행이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지원한 대출에 부실이 발생할 경우, 수익성과 건전성 하락을 면치 못하리라는 관측에서다.

코로나19 장기화와 비대면 문화 확산 등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어느 때보다도 화두인 환경에서,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업체가 금융업에 뛰어들면서 금융 생태계 판도가 변화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조3000억원으로 전년(13조9000억원)보다 11.5%(1조6000억원) 감소했다.

이자이익(41조2000억원)과 비이자이익(7조3000억원) 등이 전년보다 늘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 적립 탓에 대손비용(7조원)도 전년(3조3000억원)보다 88.7% 덩달아 급증한 영향이다.

시중은행은 기존 사업 모델의 적극적인 변화와 상호 제휴‧협력을 추진한다. 종전 시중은행의 유일한 비대면 업무인 ATM 기기. 서울 을지로 SK T타워에 국내 주요 은행의 ATM기기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문룡식 기자
시중은행은 기존 사업 모델의 적극적인 변화와 상호 제휴‧협력을 추진한다. 종전 시중은행의 유일한 비대면 업무인 ATM 기기. 서울 을지로 SK T타워에 국내 주요 은행의 ATM기기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문룡식 기자

올해 역시 은행권의 업황은 순탄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 시중 은행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최대 2.1%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대출 증가율도 지난해(11.5%)보다 못 미치는 6%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지난해 정부의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 정책에 적극 동참해 코로나 특별 대출과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섰다.

실제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유예‧연장의 기한은 지난해 9월에서 올해 3월, 올해 9월까지로 세차례 연장됐다.

올해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아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은행의 지원을 받은 취약업종의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기업의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한국금융연구원 분석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의 부상도 은행권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온라인 뱅크인 케이뱅크 서울 종로 사옥. 사진=문룡식 기자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의 부상도 은행권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온라인 뱅크인 케이뱅크 서울 종로 사옥. 사진=문룡식 기자

이를 감안해 금융당국은 올해 9월 이후 차주의 상황에 따라 장기 분할상환 등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다수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가에서 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차주의 상환 부담을 최대한 덜기 위한 연착륙 방안도 나왔지만, 기간이 5~10년으로 길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기업도 발생할 것”이라며 “부실‧도산 기업이 발생하면 부담은 고스란히 은행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이른바 ‘빅테크’로 불리는 막강한 경쟁자의 등장도 은행권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굵직한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자신들의 플랫폼과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금융 상품‧서비스를 필두로 금융업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인데, ‘테크핀’(Tech-fin‧기술+금융)의 도전인 셈이다.

이들 테크핀 업체는 단순히 금융업계에 한발 걸치는 수준을 넘어, 직접 금융회사로 변신하려는 시도를 추진하고 있다.

시중 은행은 테크핀 업체와 경쟁에서 불리하다.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우리은행과 K뱅크의 ATM기기. 사진=문룡식 기자
시중 은행은 테크핀 업체와 경쟁에서 불리하다.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우리은행과 K뱅크의 ATM기기. 사진=문룡식 기자

테크핀 업체와 경쟁에서 은행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은행권이 디지털 전환에 주력했지만, ICT 분야가 본업인 빅테크 기업에는 서비스 개발 능력과 노하우 등에서 미치기 못해서다.

빅테크의 가장 큰 강점은 ‘익숙함’이다. 국내 최대 검색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와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다.

소비자들의 인지도가 압도적으로 높은데다 충성고객 역시 많다. 향후 주요 금융 소비자층으로 부상할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친숙한 기업들이다.

이 같은 강점은 고객 확보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데 유리하다. 절감한 비용을 다시 고객 혜택으로 돌려 더 막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은행도 이들 빅테크의 도전과 강점을 의식하고 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한은행은 젊은 고객을 위한 전용 금융브랜드인 ‘헤이영(Hey Young)’을 내놨다. KB국민은행 역시 MZ세대를 위한 'KB마이핏 통장‧적금‘을 출시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은행들은 빅테크의 도전과 강점을 의식하고 대응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시중 은행 대출 창구. 사진=문룡식 기자
은행들은 빅테크의 도전과 강점을 의식하고 대응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 시중 은행 대출 창구. 사진=문룡식 기자

전문가들은 빅테크 기업의 진출 가속화에 대응해 은행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적극적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희재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빅테크의 진출과 주소비계층으로 부상하는 MZ세대 대상 특화서비스 확대 등 금융업계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 은행들은 디지털 상품 개발과 인재 양성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잠재고객인 젊은 세대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경쟁만이 능사가 아닌 은행과 빅테크 간 상호 장점을 활용한 제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빅테크는 고객 접점을 장악하는 막강한 플랫폼을 갖고 있다”며 “은행은 예금과 소비자의 신뢰, 리스크 관리, 금융상품 설계 등 오랜 금융업 수행을 통한 강점이 있다. 이를 활용한 제휴와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룡식 기자 bukdh@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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