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 교수의 으랏 車車車] “정의선 회장, 제네시스로 시진핑 넘는다”
[김필수 교수의 으랏 車車車] “정의선 회장, 제네시스로 시진핑 넘는다”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04.22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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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단순히 큰 차죠.”

2015년 11월 이전 현대자동차가 자사의 고급 차량으로 운용한 에쿠스와 제네니스에 대한 김필수 교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의 당시 평가다.

다만,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당시 부회장)이 같은 해 11월 자사의 고급 브랜드로 에쿠스와 제네시스를 결합해 ‘제네시스’를 선보이면서 브랜드의 고급화에 속도를 냈다.

제네시스가 ‘정의선의 차’로 불리는 이유다.

그 동안 현대자동차는 대중브랜드로 세계 시장에서 성공한 경우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1998년 기아차를 인수하고, 2004년 세계 5위의 완성차 업체로 도약할 수 있던 배경이다.

정의선 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그가 브랜드 고급화에 팔을 걷은 이유다.

정의선 회장의 차인 제네시스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캐딜락, 포드의 링컨, 일본 토요타의 렉서스, 닛산의 인피니티처럼 별도의 고급 브랜드가 될 가능성은?

이번 주초 김필수 교수를 만났다.

- 중국 상하이모터쇼가 19일 언론 행사를 시작으로 21일 개막했습니다.
▲ 이미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 됐습니다. 현지의 연간 신차 수요는 2500만대 수준으로 우리나라보다 14배, 미국보다 1.5배 정도가 많습니다.
연간 세계 신차 수요가 9000만대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세계 시장의 28%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죠. 중국 시장이 얼마나 큰 시장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자, 중국 판매가 완성차 업체의 실적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죠.
이를 감안해 중국에서 열리는 베이징모터쇼와 상하이모터쇼에 세계 유수의 완성차 업체가 전력 투구하고 있고요.

- 정의선 회장은 이번 상하이모터쇼에 아이오닉5와 EV(전기자동차)6 등 2030년까지 선보일 전기차 라입업을 앞세웠는데요.
▲ 정의선 회장이 반전 카드로 EV를 내세운 것이죠.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는 우리 정부가 2010년대 중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설치 이후 현지 정부의 경제 보복이 시작된 2017년부터 급감했습니다.
실제 현대기아차의 같은 해 중국 판매가 전년보다 3.6% 감소한데 이어 이듬해 3.1%, 2019년 16% 등으로 각각 판매가 줄었습니다. 이 기간 중국의 신차 판매는 각각 1.9%, -4.3%, -10.3% 성장했고요.
이로 인해 현대기아차는 현지 일부 공장을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등 다양한 고정비용을 줄이는 작업을 펼쳤죠. 현재 정의선 회장이 몸집을 줄이고 중국에서 도약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맞을 것 같습니다.

- 정의선 회장이 현지 실적이 왜 줄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하는 일이 우선 아닌가요.
▲ 그렇죠. 현대차그룹의 추락은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도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게 더 맞습니다.
게다가 지리자동차 등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는 등 현지 토종 브랜드의 약진도 현대차그룹의 부진을 부추겼고요. 한중일, 3국은 보수적인 소비 성향을 갖고 있습니다. 현지 자동차 고객 대부분이 자국 브랜드와 비교해 비싼 현대기아차를 굳이 살 이유가 없어졌다는 뜻이죠.

현대차그룹의 추락은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도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게 더 맞다. (왼쪽부터)정의선 회장과 시진핑 주석.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차
현대차그룹의 추락은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도 작용했지만, 근본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게 더 맞다. (왼쪽부터)정의선 회장과 시진핑 주석.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차

- 정의선 회장에게 차별화와 특화 요소가 필요다는 지적이시죠.
▲ 맞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아직은 대중 브랜드라, 토종 완성차와 차별화가 없다면 굳이 구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현대기아차는 현재 중국인만을 위한 특화 차량이 부족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트렌드를 반영한 차량 투입도 절대적으로 적습니다.
중국인에게 자동차는 부와 명예, 개성 등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철저한 시장 분석과 함께 현지 전용 차량을 제작해 투입하는 까닭입니다.

- 정의선 회장의 현재 역량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요.
▲ 현대기아차의 차량 제작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현대기아차가 최첨단 기술과 품질, 가격 경쟁력 등 3박자를 갖춘 것이죠.
여기에 정 회장이 중국 등 시장 특성에 맞는 전략 차량을 투입하면,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 지난해 코로나19 정국에도 불구하고 현대기아차가 우수한 품질의 신차를 대거 선보이면서 큰 성공을 거뒀는데요.
▲ 현대기아차는 국내 수입차 판매가 크게 증가하기 시작한 2011년 국내 신차 시장의 74%, 국산차의 79.8%의 점유율을 각각 차지했습니다. 이 같은 점유율은 수입차 업체의 선전으로 2015년 67.7%, 78.1%로 하락했죠. 그러다 지난해에는 71%와 83%를 각각 차지했습니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산차 업체 중에는 현대기아차의 적수가 없습니다.
반면,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고급 브랜드인 25개 수입차 브랜드에는 밀리고 있는 게 전체 시장점유율이 10년새 3%포인트 가량 하락으로 나타났습니다.

- 국내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고려한다면, 현대기아차의 독주는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닌데요.
▲ 올해 1분기 현대기아차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신차 판매의 73.1%, 국산차의 87.6%를 각각 점했습니다. 품질 경쟁력 등 전체적인 수준이 높아지면서 점유율 역시 상승했다고 봅니다만, 이 같은 독점은 좋은 그림은 아니죠?

- 교수님께서는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점유율을 현대기아차 40%, 한국GM 20%, 르노삼성 ·쌍용차 20%, 수입차 20%가 이상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 업체간 치열한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점유율입니다. 이로 인해 국내 자동차산업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고요. 현대기아차는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에서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정 회장이 현재처럼 가성비가 탁월한 차량과 중국 전용 차량 등 주요시장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투입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제네시스의 첫 SUV GV80. GV80을 타던 골프 항제 타이거 우즈가 큰 사로고 목숨을 건지면서 GV80의 주가가 뛰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제네시스의 첫 SUV GV80. GV80을 타던 골프 항제 타이거 우즈가 큰 사로고 목숨을 건지면서 GV80의 주가가 뛰었다. 사진=정수남 기자

- 중국은 미국와 유럽 등과는 다른 특수성이 있어, 공략이 쉽지만은 않습니디만.
▲ 그렇죠. 여전히 공산당 1당 체제라 정부의 입김이 절대적입니다. 이번 사드 문제만 보더라도 민간 기업의 생존을 좌지우지합니다. 롯데 등 국내 유통기업을 비롯해 많은 한국 기업들이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철수했습니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큰 소비시장이지만, 기업에는 중국만의 영업전략과 지침이 필요합니다. 심각한 정치적인 문제로 시장 왜곡이 심한 만큼 항상 만반의 준비를 통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하는 시장이 중국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정의선 회장에게 중국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라는 말씀이신데, 최근 정 회장이 제네시스를 중국에 투입하기 시작했는데요.
▲ 제네시스가 중국에 안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입니다. 중국 인구가 14억명5000만명이 조금 안되는데요. 이중 부유층이 3억 정도로 추산됩니다. 정 회장이 이들 부유층을 공략해야 성공합니다.
제네시스는 현재 세단과 SUV 등 5개 라인업으로 북미와 러시아 등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는데요. 앞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이 추가되면 이상적인 라인업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들 라인업을 갖춘다면, 제네시스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제네시스가 중국을 필두로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한 상태인데요.
▲ 미국의 경우 2016년부터 공을 들이면서 시장 안착에 성공했습니다. 유명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가 제네시스 GV80를 타고 가다 큰 사고를 당했는데, 차량의 최첨단 안전장치로 생명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제네시스 몸 값이 최근 상승했지만, 아직 명품 이미지는 약합니다. 렉서스처럼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 고객에게 단시간에 명품의 이미지를 각인할 수 방법이 없을까요.
▲ 법인 분리 등 다양한 후속 정책이 있어야 합니다. 유럽 시장은 전통적으로 충성 브랜드에 대한 몰입도가 강해 웬만해서는 브랜드와 차종을 바꾸지 않습니다. 게다가 유럽은 과거를 통한 미래 지향성이 두드러져 세련되고 철저한 준비가 전제돼야 합니다.
앞으로 정 회장이 지역 특성을 고려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김 교수는 “정 회장이 현재처럼 가성비가 탁월한 차량과 중국 전용 차량 등 주요시장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투입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 G90. 사진=정수남 기자
김 교수는 “정 회장이 현재처럼 가성비가 탁월한 차량과 중국 전용 차량 등 주요시장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투입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최고급 세단 G90. 사진=정수남 기자

- 중국의 부유층은 BMW나 벤츠, 캐딜락, 링컨 등 고급브랜드에 대한 소유욕이 강해, 정의선 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차별화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요.
▲ 정확합니다. 현재 제네시스 차별화가 약한 상태지만, 정 회장이 브랜드를 차별화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토요타의 렉서스는 1980년대 후반 미국에 진출하면서 일본차도 아니고 토요타도 아닌 전략으로 접근했습니다. 당시 미국에서 ‘토요타’는 동양의 작은 나라가 만든 차량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죠. 토요타는 이 같은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국가와 브랜드를 철저하게 가리고 ‘렉서스’하면 그냥 ‘고급차’라는 이미지만 강조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는 다르지만, 정의선 회장이 고민해야 합니다.

- 현재 캐딜락이나 BMW, 벤츠 등은 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외산 고급차라는 이미지는 다소 희석됐습니다.
▲ 정의선 회장이 제네시스를 중국 현지 공장이 아닌 국내 공장에서 제작해 수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전략을 고수해야 합니다.
중국에서도 ‘한국산’은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제네니스의 품질과 성능이 다른 고급차에 뒤지지 않는 만큼 한국산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합니다.

- 높은 관세가 걸림돌이기는 한데요.
▲ 현지 상위 20%에는 고가 전략도 필요합니다. 싼 차는 누구든 접근 가능해 차별성이 떨어지거든요. “나는 제네시스 탄다”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난해부터 제네시스는 분명 이전과 다른 수준의 품질과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제네시스가 가격 등 중국 시장에서 확실한 이미지 제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네시스의 중국 안착은 주요 시장 진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입니다. 정 회장이 시진핑 주석의 ‘경제 보복’으로 잃은 중국 영토를 회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기 때문입이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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