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 국민 건강 위협…빨간날, 혈액공급 ‘손 놔’
대한적십자, 국민 건강 위협…빨간날, 혈액공급 ‘손 놔’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05.0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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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부족 불구, 19일 석가탄신일 전국헌혈의 집 90%·127곳 휴무
지방 15곳만 운영…“유동적” “이해해 달라” “손놓으면 안돼” 팽팽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1987년부터 국내 혈액 수급을 전담하고 있는 대한적십자가 5월 19일(부처님 오신날)에 손을 놓는다.

지난해 1월 불거진 코로나19 감염병으로 헌혈 인구가 급감하면서 국내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린 점을 고려하면, 대한적십자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4일 이지경제가 전국 15개 혈액원을 통해 최근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전국 142곳의 헌혈의집 가운데 이날 운영을 결정한 곳은 15곳(10.6%)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1차 대확산기이던 지난해 3월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헌혈의집. 혈액 부족을 이유로 헌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코로나19 1차 대확산기이던 지난해 3월 3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헌혈의집. 혈액 부족을 이유로 헌혈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헌혈의집은 혈액 수급이라는 특수한 업무를 감안해 평소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전국 헌혈의집(헌혈버스 제외) 95곳(66.9%) 정도가 문을 연다.

통상 혈액은 3.5일분의 분량을 매일 확보하고 있어야 하지만, 최근 헌혈 인구 감소로 3일 분량 확보도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헌혈자들이 감염병 확산을 감안해 다중 시설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이와 관련, 서울 중앙혈액원 관계자는 “수요가 많고 헌혈자가 상대적으로 없으면 피가 모자란다”면서도 “현재 혈액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일주일분의 혈액을 보고 대한적십자와 노동조합이 협의해 휴무 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다만, 본지 취재 결과 이 같은 협의도 일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과 부산, 경기 등 대부분의 헌혈의 집이 5월 19일 문을 닫지만, 대전세종충남혈액원은 관내 10곳의 헌혈의 집 중 3곳을, 충북혈액원은 5곳 중 2곳을, 전북혈액원은 8곳 중 2곳을, 대구경북혈액원은 12곳 중 6곳을, 제주혈액원은 3곳 중 2곳을 이날 각각 운영한다.

같은 날 코엑스 헌혈의집 앞에 있는 약국 모습. 당시 마스크 판매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이 만들어 졌다. 사진=정수남 기자
같은 날 코엑스 헌혈의집 앞에 있는 약국 모습. 당시 마스크 판매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이 만들어 졌다. 사진=정수남 기자
같은 날 코엑스 헌혈의집 앞에 있는 약국 모습. 당시 마스크 판매 5부제 시행으로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줄이 만들어 졌다. 사진=정수남 기자

광주전남혈액원의 경우 9곳 중 2곳 정도를 운영할 계획이지만, 아직 결정이 안된 상태다.

상대적으로 헌혈자와 헌혈의집이 많은 서울(41곳), 수도권(21곳)과 부산(14곳) 등이 쉬면서 혈액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게 업계 풀이다. 이들 지역의 헌혈의집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3,5%다.

광주전남혈액원 관계자는 “전국 헌혈의집이 연간 10일(명절과 성탄절, 석가탄신일 등) 모두 문을 닫는다”면서도 “지난해 석가탄신일의 경우 혈액 수급 상황이 악화돼 관내 9곳의 헌혈의 집이 모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30일 부처님 오신 날은 코로나19 1차 대확산기로 현혈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올해도 혈액 수급이 좋지 않다. 근무 편성표 나와야 올해 석가탄신일에 문을 여는 헌혈의 집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전국 15개 혈액원마다 모두 다른 반응이다.

4일 현재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 자료=대한적십자
4일 현재 적혈구제제 보유 현황. 자료=대한적십자

서울남부혈액원은 ‘상황을 보고 결정한다“, 서울동부와 부산, 경기혈액원은 “유동적이다. 일단 미정이지만 변동성이 많아 일단 휴무로 걸어놨다”, 인천혈액원은 “쉰다”, 강원혈액원은 “휴무일이지만, 혈액 수급 상황에 따라 변경 가능하다”, 경남혈액원은 “이날 운영하는 헌혈의집은 직원들과 별도로 협의했을 것”이라고 각각 설명했다.

이와 관련, 경남혈액원 한 관계자는 “우리도 근로자다. 일년에 딱 열흘 쉬는데, 국민이 이해했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반면, 혈액원과 헌혈의집에서 주말 혹은 공휴일 근무의 경우 평일 대체 휴무가 발생한다.

등록헌혈자 장 모(50, 남) 씨는 “헌혈의집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을 보면 주말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일하는 모습이 안스러울 때가 있다”면서도 “최근 감염병 정국과 혈액 부족 사태를 고려해 대한적십자와 혈액원 종사자가 혈액 수급에 손을 놓으면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적십자는 혈액 보유량에 따라 관심(Blue) 혈액수급 부족 징후, 적혈구제제 5일분 미만 징후감시 활동, 주의(Yellow) 혈액수급 부분적 부족, 적혈구제제 3일분 미만 협조체제 가동, 경계(Orange) 혈액수급 부족 지속, 적혈구제제 2일분 미만 대비계획 점검, 심각(Red) 혈액수급 부족 규모 확대, 적혈구제제 1일분 미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당시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이 혈액 부족에 따른 헌혈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지난해 2월 당시 박경서 대한적십자 회장이 혈액 부족에 따른 헌혈 동참을 호소했다. 사진=정수남 기자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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