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산업개발기구 “韓 제조업경쟁력 세계3위”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지난해 코로나19가 세계를 덮치면서 세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장률(-3.3%)를 기록했지만, 한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1.0%)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세계 3위 경쟁력을 보유한 제조업이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KIET, 원장 장지상)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 황경인 부연구위원은 5일 ‘한국 제조업 경쟁력, 코로나19 경제위기의 버팀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근간으로 코로나19 정국에서 선방했다고 이날 밝혔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은 지난해 중반 세계 152개국 가운데 우리나라의 제조업 경쟁력지수(CIP)를 독일 중국에 이어 3위라고 발표했으며, 지난해 각국의 경제성과는 제조업 발달 정도로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고 황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그는 “강한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우리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 감소폭과 실업률 증가정도가 각각 주요 7개국(G7) 평균의 39%, 15%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과 큰 차이 없던 우리나라의 종전 분기별 성장률이 지난해 1분기 이후 격차가 크게 발생했다”며 “고용에서도 OECD 국가에 비해 우린라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실업률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제조업이 이 같은 결과를 견인했다는 게 황 부연구위원 분석이다.
실제 제조업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지난해 2분기 -1.6에서 3분기 -0.2, 4분기 0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제성장 기여도는 같은 기간 -0.8, -0.8, 1.0으로 악화됐다.
고용 측면에서도 제조업의 취업자 증감수(전년 동기비)는 코로나19 이후 일정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서비스업의 취업자는 크게 줄었다고 황 부연구위원은 지적했다.
주요 선진국과 개발국(28국) 가운데 제조업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두번째로 높은 우리나라는 2019년대비 지난해 성장률 감소폭이 네번째로 낮았고, 실업률 증가도 여섯번째에 머물렀다.
미국, 독일, 일본 등 G7 국가와 비교시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감소폭과 실업률 증가 정도는 각각 G7 국가 평균의 39%, 15% 수준에 그쳤다.
황 부연구위원은 “우리 경제가 강한 회복력을 보이는 이유는 코로나19로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방어가 어렵지만, 제조업을 바탕으로 수출이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최근 ‘V’자형 수출 반등에 대한 업종별 기여도를 보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한 반도체,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주력산업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증감률은 지난해 4월 –25.6%로 저점을 찍은 후 빠르게 반등해 8월 -10.3%, 12월 12.4%를 각각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4~7월 기계와 철강·금속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수출급감기를 지냈지만, 9~12월 전기·전자(반도체, 디스플레이)와 석유화학이 수출회복기를 이끌었다.
국내 반도체는 세계 2위(2018년 생산액 기준), 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2019년 시장점유율 기준), 석유화학은 세계 4위(2019년 에틸렌 생산기준)의 경쟁력을 갖고 있다.
내수 침체기에 강한 수출회복력이 빠른 경제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황 부연구위원의 진단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화에 대한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다.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구조를 넘어 산업구조의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며 “우니라가 경제가 대외의존성이 강한 만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 가능성과 향방을 면밀히 검토하고 수출시장 다변화, 기업활력 제고 등을 통한 대응력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