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정수남 기자] ‘주유소 열기 기다려요?’, ‘열릴까?’
30일 새벽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신구대학교 인근에 자리한 S폴 주유소 앞 인도를 잡았다.
국산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이 당당하게 인도 중앙을 자치하고 있다.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걸까?
다만, 주유소가 열릴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 주유소는 지난해 코로나19가 국내에 크게 퍼지면서 차량 운행이 줄자, 일요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앞서 이곳은 종전 24시간 운영했으나, 감염병 확산에 따른 차량 운행 감소 등으로 야간에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
최근 주유소는 문을 열면 열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주유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최소 두사람이 필요하지만, 기름을 팔아 인건비,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이로 인해 국내 주유소가 큰 폭으로 줄었다.
국내 주유소가 사상 최대이던 20111년 3월 국내 영업주유소는 1만2970곳이었으나, 2015년 4월에는 1만2398곳으로 5년 전보다 4.4% 감소했다. 올해 4월에는 1만1309곳으로 6년 전보다 8.8%가 다시 줄었다. 국내 주유소가 10년 사이 9%가 감소한 셈이다.
같은 기간 SK폴주유소는 4520곳에서 3875곳, 3031곳으로 32.9%, GS칼텍스폴주유소는 3415곳, 2709곳, 2319곳으로 32.1% 각각 감소했다. 이기간 시장점유율 역시 SK가 35%에서 26.6%로, GS칼텍스가 26%에서 20.6%로 각각 주저 앉았다.
반면,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폴주유소는 2416곳, 2196곳, 2430곳으로 0.6%, S-Oil폴주유소는 1917곳, 1966곳, 2133곳으로 11.3%, 무폴주유소는 702곳, 1622곳, 1396곳으로 98.9% 각각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현대오일뱅크가 19%에서 21.4%로, S-Oil이 15%에서 18.9%로, 무폴주유소가 5.4%에서 12.5%로 각각 뛰었다.
이들 주유소는 임금 등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해 셀프주유소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11년 3월 국내 424곳이던 셀프주유소가 지난달 현재 4563곳으로 976.2% 급증했다. 셀프주유소 점유율도 3.2%에서 40.3%로 크게 늘었다.
아울러 1990년대 들어 정부가 유가 공시제에서 민간 자율에 맡긴데다, 주유소간 거리제한 폐지 역시 주유소간 경쟁을 부추겼다. 게다가 정부가 2011년 도입한 알뜰주유소 역시 일반주유소의 페업을 부추겼다.
알뜰주유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름을 구입해 판매하고, 사은품 미제공, 셀프주유소화 등으로 일반자영주유소보다 기름값이 리터(ℓ)당 50원 정도 저렴한 주유소다.
3월 현재 전국 알뜰주유소는 1237곳(10.9%)이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박동희 차장은 “정부가 자영주유소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며 “현재 전국 주유소의 절반 이상이 주유소의 월 평균 매출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편, 폐업주유소는 철거비용과 토양오염복구비 등으로 1억5000만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폐업주유소는 수십년째 방치돼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