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업, 수입차는 되고…국산차는 안되고
중고차 사업, 수입차는 되고…국산차는 안되고
  • 정수남 기자
  • 승인 2021.10.24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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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BMW·아우디 등 중고차 사업확대…국산차 업체 진출은 제동

[이지경제=정수남 기자] 국내 중고자동차 업계가 국산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진출에는 민감한 반면, 수입차 업체의 진출에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김필수 교수에 따르면 최근 중고차매매산업발전협의회가 열렸지만, 중고차업계와 완성차업계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국내 중고차업계가 유독 국산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민감하다. 셀카 중고차 전시장. 사진=신동해그룹
국내 중고차업계가 유독 국산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 진출에 민감하다. 셀카 중고차 전시장. 사진=신동해그룹

양측은 이번 협의회에서 국내 중고차 시장의 10%를 완성차업계가 가져가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지만, 중고차업계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는 연간 국내 중고차 매매 규모가 380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38만대, 금액으로는 3조원 규모다.

다만, 중고차업계는 수입차의 업계 진출에는 손을 놓고 있다.

수입차 업계 1위 메르세데스-벤츠는 온오프라인으로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

업계 2위 BMW그룹코리아는 신차와 중고차 구매가 모두 가능한 통합센터를 공식 판매사를 통해 선보였다. 현재 국내 BMW 중고차 구매가 가능한 전시장은 20개다.

업계 3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의 아우디부문 역시 중고차 사업을 강화하고 나섰다. 이달 중순 광주광역시에 중고차 전시장을 새로 마련한 것이다. 2015년 중고차 사업에 진출한 아우디부문은 이로써 전국에 12곳의 중고차 전시장을 운영하게 됐다.

벤츠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한다. 벤츠 판매자인 한성모터스가 운영하는 서울 장한평 중고차 전시장, 사진=정수남 기자
벤츠는 온오프라인을 통해 신차와 중고차를 모두 판매한다. 벤츠 판매자인 한성모터스가 운영하는 서울 장한평 중고차 전시장. 사진=정수남 기자

이들 수입차 업체는 인증 중고차라는 명목으로 중고차 사업에 투신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첨단 장비를 통해 차량 주요 항목을 점검하고, 신차와 마찬가지로 품질을 보증한다.

아우디부문은 “앞으로도 중고차 전시장을 확대해 국내 고객에게 아우디의 서비스와 가치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산차 업체는 중고차 시장 진출에 한계가 있다. 중고차업계의 반발이 극심해서다.

이와 관련, 서울 장한평에서 중고차를 판매하는 김순일(51, 남) 씨는 “2010년대 초 이명박 정부 당시 중고차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으나. 2019년 2월 적합업종에서 해제됐다”면서도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업계에 진출하면 기존 업체의 줄도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우디 역시 중고차 사업을 지속해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문을 연 광주광역시 아우디 중고차 전시장. 사진=아우디
아우디 역시 중고차 사업을 지속해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문을 연 광주광역시 아우디 중고차 전시장. 사진=아우디

중소기업 적합업종은 지정 품목에 대해 일정 기간 대기업의 진출을 불허하고, 해당 기간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정책으로, 지정 기간이 종료되면 자금과 인프라가 풍부한 대기업이 해당 업종에 진출해 관련 시장을 장악한다는 게 김 씨 주장이다.

김 씨는 “중고차업계가 국산차업체의 시장 진출에 반대하는 이유다. 연간 중고차 매매에서 국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0% 수준이다. 국산차업체의 중고차 업계 진출은 기존 중고차 업체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국산차업체의 중고차 업계 진출은 200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시 종합물류업체 현대글로비스를 발족하고, 물류와 함께 자사 브랜드의 중고차 유통을 시작했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의 중고차 유통을 위해 2001년 출범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장. 사진=현대글로비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의 중고차 유통을 위해 2001년 출범했다.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경매장. 사진=현대글로비스.

현재 현대글로비스는 성남 분당, 안산 시화와 경남 양산 등에 전국 최대 규모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2044여개 중고차 매매회원은 이곳에서 경쟁입찰을 통해 현대차의 중고차를 구매하고 있다. B2B(기업간 거래)인 셈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여부는 중소벤처기업부가 판단한다.

김필수 교수는 이에 대해 “2010년대 초반 중고차 분야가 중소기업 적합업종이었지만, 적용 기간이 종료돼 현재는 국산차업체와 수입차 업체가 너도나도 중고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 가운데 정비와 함께 중고차 분야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국내 중고차 분야는 허위·미끼매물, 허위 당사자 거래, 성능점검 미고지 등 각종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크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고객을 보호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중고차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 중고차를 수집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그는 “엔카닷컴이나 K카 등 대기업이 이미 관련 시장에 진출했고, 수입차 업체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국산차 업체의 관련 시장 진출을 막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요국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사업진출을 법으로 막지 않는다.


정수남 기자 perec@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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