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가속...사라지는 은행 지점 급증
디지털 전환 가속...사라지는 은행 지점 급증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1.12.0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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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 5년 동안 1천646개 폐점
내년 1월까지 은행지점 130개 감소
디지털 지점, 혁신 점포로 변신시도
금융 소외계층 위한 정책 마련 시급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은행 창구를 통한 현금 거래와 종이 통장 발행은 점점 사라지고 인터넷‧모바일뱅킹이 일상화되면서 은행들이 인건비와 지점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 지점 수는 6326개로 집계됐다. 2016년 말 7101개였던 은행 점포는 5년 동안 1646개(10.9%)나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인건비와 지점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은행동점은 올해 7월 신흥동지점과 통합됐다. 사진=이지경제
코로나19로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국내 은행들이 인건비와 지점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은행동점은 올해 7월 신흥동지점과 통합됐다. 사진=이지경제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도시 지점 폐쇄가 전체의 77.2%를 차지했다. 수도권과 광역시 소재 점포는 61개 감소했고, 비대도시권에서는 18개 지점이 문을 닫았다. 

국내 시중 은행 지점 수는 6월 말 기준 3492개로 전년 말 3546개 대비 54개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지방은행은 874개, 특수은행은 1960개로 전년 말보다 각각 15개, 10개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폐쇄된 점포는 KB국민은행 20개, 하나은행 19개, 산업은행 8개, DGB대구은행 7우리은행 6개, 신한은행 5개, 씨티은행 4개 등으로 나타났다.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경우 이번 달부터 내년 1월까지 97개 지점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올해 9월까지 이들 은행이 161개 점포를 줄인 것에 비해 남은 기간 사라질 은행은 100개에 달해 향후 은행 지점 감소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 지점 감소에 따라 은행들의 인력 감축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행들은 희망퇴직 등을 통해 고비용 정규직 인력을 줄이고 있다.  

국내 4대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임직원 수는 5만755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11명이 감소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과 모바일 중심으로 서비스가 개편되고 있고, 고객들도 인터넷은행을 선호하면서 기존 은행도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전환을 해야 생존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며 “정규직원은 줄어들고 업무 숙련도가 낮은 기간제 근로자 수가 증가해 일자리 질도 나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4대 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올해 5만3275명으로 전년 대비 2068명이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기간제 근로자는 157명이 늘었다. 

지역별 은행 점포 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지역별 은행 점포 수 추이. 자료=금융감독원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은행 지점 감소보다 은행원의 숫자가 더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디지털 전환이 되면 많은 업무를 인공지능(AI) 기술이 대체하게 될 것이며, 학습 능력이 높아짐에 따라 단순 업무 처리에서 전문화된 업무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은행 지점 폐점에 가장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은 고령층 등 금융 소외계층이다. 60대 이상 고령층의 인터넷전문은행 이용률은 올해 상반기 3.65%에 불과하다. 실제 점포 폐쇄 지역이나 고령자 편의를 위해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던 이동 점포도 은행 홍보를 위해 대도시나 대학가 등에서 주로 운영되고 있어 금융 소외계층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고령층과 장애인 등 금융 소외계층은 현금 거래 비중이 높고 인터넷‧모바일뱅킹 이용이 어려워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입금 거래도 은행 직원에 의지해야 가능한 노인도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금융감독원이 고령자를 대상으로 디지털 금융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져 한계가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에도 취약해 은행 지점을 줄이기 전에 대책 마련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 축소로 발생하는 불편을 최소화하고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신한은행 신구대점이 지난해 11월 폐점했다. 폐점 직전 건물에 있는 신한은행 간판과 철거 후 모습. 사진=김수은 기자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신한은행 신구대점이 지난해 11월 폐점했다. 폐점 직전 건물에 있는 신한은행 간판과 철거 후 모습. 사진=김수은 기자

KB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 입력 없이 예금 지급이 가능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지점에 오는 고령층 고객이 디지털 금융을 체험하고 학습하면서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비대면 서비스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고령층 맞춤 금융 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이용자는 최근 3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은행은 고령층 고객을 위한 ‘골든라이프 뱅킹’도 운영 중이다. 큰 글씨와 단순한 화면으로 계좌조회와 이체 등 주요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APP) ‘우리WON뱅킹’에 고령층이 활용하기 쉬운 ‘이지 타입(Easy Type)’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 앱을 열면 ‘개인의 금융 일정’이 제일 먼저 표출된다. 단순한 화면 구성과 중요한 금융 일정 알림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처음 화면에서 제공되는 금융 일정은 손으로 필요한 업무 버튼을 한번 누르는 것만으로도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령층 고객의 편리한 ATM 업무를 위해 큰 글씨와 쉬운 금융 용어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색상 대비를 활용해 시인성을 강화하는 등 기존 ATM 화면을 기존과 다르게 개편해 편의성을 높였다. ATM의 고객 안내 음성도 기존보다 느리게 안내하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점 방문 빈도가 높고 단순 업무가 많은 서울 신림동 등 5개 고객중심영업점에 우선 적용하고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번호표 발행기와 디지털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에도 시니어 고객이 주로 이용하는 업무를 중심으로 알기 쉽게 화면을 구성해 60대 이상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 입력 없이 예금 지급이 가능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금융 여의도 본점 신관. 사진=KB금융그룹
KB국민은행은 손바닥 정맥 인증으로 통장과 인감, 비밀번호 입력 없이 예금 지급이 가능한 ‘손으로 출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KB금융 여의도 본점 신관. 사진=KB금융그룹

이외에도 은행들은 키오스크, 디지털 데스크,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해놓은 이색적인 지점 개설하고 편의점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지점을 오픈하는 등 다른 업종과의 결합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점포 축소로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에 대한 불편이 커지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점포 폐쇄 시 출장소나 이동점포를 요일제로 운영하는 방식을 고려 중이다. 하지만 고객들은 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출장소나 이동점포는 언제든 은행 방침에 따라 없어지기도 하고 관리도 허술하며 가능한 업무 범위도 적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노인전용 창구나 전용 안내전화를 확대하는 등 60대 이상 소비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지점 운영에 대한 은행의 자율성은 존중하되 금융 소외계층 등 금융이용자의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적극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은행들이 사전영향평가 등 ‘점포폐쇄 공동절차’를 운영하고, 소비자의 금융 접근성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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