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경제의 포토에세이] 아버지는 누구인가?
[이지경제의 포토에세이] 아버지는 누구인가?
  • 김진이 기자
  • 승인 2021.12.0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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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경제=김진이 기자] 8일 퇴근길에 서울 지하철 9호선 객차 안에서 잡은 장면이다.

하루 직장 생활에 지친 50대 후반의 한 남성이 고개를 떨구고 깊은 쪽잠에 빠졌다. 사진=김진이 기자
하루 직장 생활에 지친 50대 후반의 한 남성이 고개를 떨구고 깊은 쪽잠에 빠졌다. 사진=김진이 기자

다음은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을 달군 ‘아버지는 누구인가?’라는 글이다.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한 유리로 돼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어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 가는
장소(그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괴물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 다운가?’하는 자책을 날마다 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식이 결혼할 때 한없이 울면서도
얼굴에는 웃음을 짓는 사람이다.
아들, 딸이 밤늦게 돌아올 때 어머니는 열 번 걱정하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는 열 번 현관을 쳐다본다.

아버지의 최고의 자랑은 자식들이 남의 칭찬을 받을 때이다.
아버지가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말이 있다.
그것은 “가장 좋은 교훈은 손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라는 경구다.
아버지는 늘 자식에게 그럴듯한 교훈을 하면서도,
실제 자신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기 때문에, 미안하게 생각도 하고
남모르는 자격지심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곧잘 취한다.
그 이유는 ‘아들, 딸들이 나를 닮았으면’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를 닮지 않았으면’하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
다만, 당신이 지금 몇 살이든지, 아버지에 대한 현재의 생각이
결론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나이에 따라 변하는 아버지에 대한 인상은,
4세 때, 아빠는 무엇이나 할 수 있다.
7세 때, 아빠는 아는 것이 정말 많다.
8세 때, 아빠와 선생님 중 누가 더 높을까?
12세 때, 아빠는 모르는 것이 많아.
14세 때, 우리 아버지요? 세대 차이가 나요.
25세 때, 아버지를 이해하지만, 기성세대는 갔습니다.
30세 때, 아버지의 의견도 일리가 있지요.
40세 때, 여보! 우리가 이 일을 결정하기 전에,
아버지의 의견을 들어봅시다.
50세 때, 아버님은 훌륭한 분이었어.
60세 때, 아버님께서 살아 계셨다면, 꼭 조언을 들었을 텐데…

아버지란 돌아가신 뒤에도,
두고두고 그 말씀이 생각나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돌아가신 후에야 보고 싶은 사람이다.

아버지는 결코 무관심한 사람이 아니다.
아버지가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체면과 자존심과 미안함
같은 것이 어우러져서 그 마음을 쉽게 나타내지 못해서다.

아버지의 웃음은 어머니의 웃음의 2배쯤 농도가 진하다.
울음은 열 배쯤 될 것이다.

아들, 딸들은 아버지의 수입이 적은 것이나,
아버지의 지위가 높지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이 있지만,
아버지는 그런 마음에 속으로만 운다.

아버지는 가정에서 어른인 체해야 하지만,
친한 친구나 맘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소년이 된다.

아버지는 어머니 앞에서는 기도도 안 하지만,
혼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큰소리로 기도도 하고
주문을 외기도 하는 사람이다.

어머니의 가슴은 봄과 여름을 왔다 갔다 하지만,
아버지의 가슴은 가을과 겨울을 오고 간다.

아버지! 뒷동산의 바위 같은 이름이다.
시골 마을의 느티나무 같은 큰 이름이다.

아버지 보고 싶어요.

송강 정철 선생 왈
“어버이 살아 계실 제 섬길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에 애닮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김진이 기자 news@ezy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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