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家 몸집 줄이고 메타버스 지점 개설…통폐합‧희망퇴직 칼 빼들어
증권家 몸집 줄이고 메타버스 지점 개설…통폐합‧희망퇴직 칼 빼들어
  • 김수은 기자
  • 승인 2021.12.24 16:5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증권사 지점 수 951개…2년 동안 95개 폐점
희망퇴직 단행…인력 적체현상 해소와 조직 효율화
메타버스 지점 개설 본격화…투자상담·계좌개설 시작

[이지경제=김수은 기자] 올해 호황 누린 증권사들이 지점을 줄이고 메타버스로 새단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비대면 거래가 증가한 증권가에서는 인사 적체현상 해소와 조직 효율화를 위해 희망퇴직도 단행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지점 수는 951개로 전년 동기(986개) 대비 35개 지점이 사라졌다. 2019년 1046개였던 지점은 2년 동안 95개가 문을 닫은 것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많은(124개) 지점을 보유했던 신한금융투자는 2년 동안 16개 지점을 폐쇄했다. 같은 시기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은 9개 지점을 폐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 변동 추이. 사진=금융투자협회
국내 증권사 오프라인 지점 변동 추이. 사진=금융투자협회

최근 삼성증권은 내년 1월 6개 지점을 통폐합한다고 발표했다. 강동WM(자산관리)브랜치는 잠실WM지점, 관악WM브랜치는 여의도WM지점, 김해WM브랜치는 부산WM지점 등으로 통합된다. 

한국투자증권도 내년 1월 5개 지점을 폐지하고 1개 영업소를 신설한다고 공지했다. 강남대로2PB센터는 강남대로1PB센터, 강동PB센터는 잠실PB센터, 정자PB센터는 분당PB센터 등으로 합쳐진다. 

증권사가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이유는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온라인 거래 환경이 잘 구축돼 있고,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거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통폐합 열풍 속에서도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은행에 비해 증권사는 내방 고객이 적고 직원들이 발품을 팔며 영업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도 지점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고액자산가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 뱅커(PB)는 지점에서 고객을 기다리기보다 직접 찾아가 영업을 하기 때문에 금융 접근성이 중요하지 않다”며 “지점을 줄이고 통합된 지점을 특별한 공간으로 새단장하고 대형화하는 것이 PB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지점 통폐합에 이어 희망퇴직도 본격화되고 있다. 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희망퇴직이 바람이 거세지 않은 증권가에서 희망퇴직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증권사들이 당장 내년 업황 악화와 대내외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조직 효율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14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자를 모집한다. 대상자는 1962~1966년생으로 50대 중반 이상 임직원이다. 신청자는 올해 희망퇴직이 이뤄지며 정년까지 남은 기간 급여의 60%가 퇴직위로금으로 지급된다. 생활안정금도 연령에 따라 1000만~5000만원 차등 지급한다. 전문 영업직으로 1년간 근무할 수 있도록 재취업도 지원하고 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KB증권·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상반기 ‘특별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 1월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을 상대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KB증권도 1978년생 이상 정규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5월에는 신한금융투자가 15년 이상 근속자 또는 45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거둔 증권가에서 희망퇴직의 움직임이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동학개미들의 투자 열풍으로 실적잔치를 하고 직원들을 내쫓는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실적이 악화됐을 때 희망퇴직의 칼날을 빼들기보다 호실적일 때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부담이 적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의 희망퇴직은 인사 적체 현상을 해소하면서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증권업계에서는 인력 적체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직원 수도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증가했다. 2017년 3만5600명이었던 임직원 수는 올해 3분기 기준 3만7000여명까지 늘었다.  2018년 대형 증권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으나 직원 수는 4년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인건비가 많이 드는 과·차장급, 부장급 직원 수가 많아졌다. 영업직원들도 지점 근무 필수인력이 줄어들면서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호실적으로 희망퇴직을 대대적으로 단행할 수도, 신규 채용을 줄일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 증권사들의 과제는 현재 인력의 효율적 관리 방법을 찾거나 적체현상을 해소하는 것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할 때도 지금 같은 시기에서는 여론이 악화될 우려도 있고 정부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희망퇴직만으로는 조직을 효율화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산관리와 디지털 등 특화된 부문에서 전문성 있는 직원들을 양성하는 등 기존 인력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지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증권은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지점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미래에셋증권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는 증권사들은 투자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해 메타버스 지점을 확대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유진투자증권, 교보증권은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지점을 설립했다. NH투자증권은 자체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설했다. IBK투자증권도 메타시티포럼과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2분기 중 메타버스 지점 개설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개설된 증권사의 메타버스 지점은 ‘간판’만 걸어놓은 상태가 대부분이다. 개좌 계설이 가능한 곳도 있지만, 아직 실제 지점처럼 업무를 원활하게 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주로 홍보와 마케팅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지점은 가까운 시일 내에 증권 거래 등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메타버스 지점 구현에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NH투자증권은 실제 환경과 큰 차이 없는 메타버스 지점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의 사옥과 여의도 한강공원 등을 흡사하게 재현한 메타버스에서 투자상담과 중개형 ISA 계좌 개설, 해외주식 현재가 조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본격적인 상담과 실시간 컨퍼런스 등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수은 기자 news@ezyeconomy.com

관련기사

  • 서울특별시 서초구 동광로 88, 2F(방배동, 부운빌딩)
  • 대표전화 : 02-596-7733
  • 팩스 : 02-522-716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민이
  • ISSN 2636-0039
  • 제호 : 이지경제
  • 신문사 : 이지뉴스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237
  • 등록일 : 2010-05-13
  • 발행일 : 2010-05-13
  • 대표이사·발행인 : 이용범
  • 편집인 : 이용범, 최민이
  • 편집국장 : 임흥열
  • 이지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이지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ezyeconomy.com
ND소프트